2만원 제품, 명동서 5만원 육박
노점엔 떡볶이 대신 스테이크
“한식 찾았는데 비싼 서양식만…
사진과 다르거나 현금만 받아"
“딸이 갖고 싶다는 ‘굿즈’(팬 상품) 사려고 한국까지 왔는데 이렇게 비쌀 줄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케이팝 굿즈 매장. 외국인 관광객 수십 명이 아이돌 응원봉과 포스터 사진을 신기한 듯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었다. 이곳 진열대에 전시된 아이돌 그룹 NCT 위시의 응원봉 가격은 7만9000원이었다. 공식 정가(4만5000원)보다 75% 비쌌다. 그룹 스트레이키즈 응원봉도 정가(5만2000원)를 훌쩍 웃도는 8만9000원. 스위스에서 온 제시카(45)씨는 “마그넷(자석) 하나에 7000원, 포토카드 세트가 4만원이라니 한국 물가와 비교해 확실히 비싸다”고 했다.
오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을 앞두고 서울 도심 상권이 들썩이고 있다. ‘BTS 특수’가 예상되면서다. 그러나 중구 명동, 종로구 광장시장 등 서울 주요 관광지에서 아이돌 굿즈 바가지와 음식 끼워 팔기, 현금 결제 유도 관행이 여전해 외국인 관광객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날 오후 명동의 또 다른 굿즈 매장에는 스트레이키즈 캐릭터 인형·소품 위에 ‘4만5000원’ ‘4만9000원’이라고 적힌 주황색 견출지가 붙어 있었다. 정품 인증 홀로그램 스티커가 붙은 이 제품들은 공식 매장에서 2만원대에 팔린다. 그런데 명동 상점에선 정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배가 넘는 가격으로 ‘리셀’(재판매)을 하고 있었다. 한 대형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외국 팬들이 바가지를 쓸까 봐 우려된다”고 했다.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엔 한국 드라마나 예능을 통해 접한 ‘K푸드’를 기대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명동 거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국적 불명 퓨전 메뉴판을 마주하고 당혹해하는 경우도 적잖다. 9일 저녁 본지가 명동 거리 노점 102곳을 전수 조사해 봤더니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 61곳 중 떡볶이·김밥 등 한국식 대중 분식을 파는 곳은 15곳(24.5%)이었다. 나머지는 대부분 랍스터 구이(2만원), 스테이크(1만5000원) 등을 팔았다.
네덜란드인 라리사(27)씨는 “한국 음식을 먹고 싶어 식당을 찾고 있는데 서양식 퓨전 음식만 가득해 당황스럽다”고 했다. 메뉴판에 나와 있는 음식 사진과 실제 음식이 다르거나 음식 가격이 너무 비싸 불만을 터뜨리는 관광객들도 보였다.
전통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현금 결제 유도, 끼워팔기 관행도 문제라고 했다. 종로 광장시장에서 만난 폴란드인 소피아(23) 씨는 “한국 시장에서는 카드가 안 된다는 말을 듣고 현금을 따로 환전해 왔다”고 했다. 독일인 막시밀리안(27) 씨는 “싼 가격으로 한국 음식을 조금씩 마음껏 먹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주변 식당보다 시장이 더 비싼 것 같다”며 “주문을 하지 않은 음식이 딸려 나왔다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일부 택시 기사들의 바가지 요금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만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의 택시 부당 요금 신고는 286건이었다. 일본인 유나(20) 씨는 “공항에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미터기를 켜지 않고 8만5000원을 요구했다”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원래 요금의 절반이면 충분한 거리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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