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어준씨를 향한 비판이 극대화된 건 지난 5일이다. 김어준씨는 방송에서 대통령 순방 기간에 중동 정세 불안에 대비하는 회의가 없어 불안하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이것이 김민석 총리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어준씨는 "회의를 통해 안심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며 "아빠 없는 자식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고 총리실은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비상점검회의를 개최했다"며 김씨 발언을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김어준씨가 김 총리와 대립각을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도 김씨는 총리실의 요청에도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후보에 김 총리를 빼지 않아, 정청래 대표의 연임을 위해 김 총리를 당권 도전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그런 상황에서 김어준씨가 '아빠 없는 자식 같은 느낌', '빈집털이' 등의 표현을 써가며 틀린 사실관계로 국정운영을 지적하자 진영 내 반발이 커진 것이다.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지난 6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어준씨가) 선을 넘은 것이다. 이건 잘못한 것"이라며 "한 번만 더 선을 넘으면 김어준씨가 어느 정도 갖고 있던 성역같은 게 완전히 무효화될 것이다. 김씨에 대한 검증, 비판도 저희 진영에서 가감 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부정적으로 각을 세우는 이유가 혹시 김민석 총리의 당대표 도전을 염두에 두고 그렇게 견제를 하는 것인지 이런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런 오해를 사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를 비롯해 국민의힘 인사를 주로 고발하던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김한메 대표는 지난 9일 김어준씨를 고발하며 "지긋지긋한 음모론으로 여권 지지자들을 분열시키고 갈라치게 하는 당신이야말로 감이 떨어진 정도가 아니라 은퇴해야 한다"며 "김어준의 시대는 갔다. 국민주권 이재명 정부에서 해악을 끼치는 진보 스피커는 '뉴이재명'이 거부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총리는 김어준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처벌불원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 지지층은 김어준씨가 지속적으로 정청래 대표 편에 선다는 것에 주목한다. 지난 2일 김어준씨는 자신의 방송에서 KTV의 이 대통령 출국 현장 영상을 놓고 "대통령하고 정청래 대표하고 악수하는 장면이 없다"며 "마치 패싱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KTV 측은 의도적으로 편집한 것이 아니라 인파가 많아 제대로 찍지 못한 것이라 해명했지만 김어준씨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역시 큰 틀에서 정청래 대표를 옹호하는 행보로 해석됐다.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도 김어준씨는 정청래 당시 후보를 방송에 반복적으로 출연시켜 전당대회가 '어심'(김어준 마음) 대 '명심'(이재명 마음)이라는 말이 나오게 했다. 이후 정청래 대표와 이 대통령 간 엇박자가 표출될 때마다 소위 '친명' 커뮤니티에선 김어준씨가 국정운영에 방해가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문재인·조국·정청래'와 김어준씨를 한 프레임으로 묶어 비판하는 글도 많아졌다.
김진애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팟빵 아고라'에서 "김어준 방송 위험하다. 티끌 같은 얘기를 태산처럼 부풀리는 거, 이런 일 예전에 누가 했나. '조중동' 이런 데가 했다. 비판하더니 이제 닮아가는 것인가"라며 "왜 내 편 네 편 갈라서 싸우게 만드나. 뉴스공장은 이제 1인 미디어가 아니라 언론사다. 여론조사 '꽃'까지 갖고 있다. 조중동이 했던 것처럼 언제 우리를 조종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김어준씨는 언론인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플레이어'로 지목받는다. 다른 유튜브 채널과 달리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어젠다를 이끌어가려는 특성을 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인기의 원인 중 하나였던 그 특성이 지금은 '리스크'로 돌아온 모습이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지난 9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김민석 총리는 정치인이다. 김어준씨는 정치인이 아니다. 평론을 할 수는 있는데 지금은 정치인과 헤게모니 싸움을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민주당 정치 판을 (김어준씨가) 짜려고 한다.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들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하면 부작용이 발생을 하게 되고 반드시 반작용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통화에서 "김어준이 음모론을 펼칠 때는 보통 외부를 향했는데 진영 내부에 (음모론을) 편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인 것 같다"며 "이 상황에서 김민석 총리를 저 정도까지 디스(공격)할 이유가 있나. 정청래 대표를 띄우려는 건지는 몰라도 이젠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준일 평론가는 "여권 내부의 '지령'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어젠다 세팅 능력이 매우 강했는데 지금 많이 약해진 건 확실해 보인다"며 "출마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직접 (방송에) 나가서 무언가를 하려는 분위기도 아니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더 이상 김어준의 말만 듣고 움직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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