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격화하면서 세계 곳곳에 위치한 ‘해상 초크포인트(chokepoint·조임목)’의 지정학적 가치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초크포인트는 국제 해상 교통·물류의 핵심 길목 역할을 하는 협소한 지형을 의미한다. 최근 이슈의 중심에 있는 세계적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해 수에즈 운하로 향하는 홍해의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해상 통로인 말라카 해협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로 세계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것처럼, 초크포인트들이 주변 지역의 분쟁과 맞물려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말 그대로 세계 경제의 ‘목을 조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상 운송은 전세계 무역 물량의 80%, 무역 가치의 절반을 차지한다. 문제는 이중 상당수가 초크포인트라 불리는 특정 지점을 통과한다. 대부분 폭이 매우 좁은 해협이나, 인공 수로(운하)의 형태로 물류 효율을 극대화한다. 예컨대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경우,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우회하는 경로보다 거리가 약 7000~9000㎞ 단축되고, 운항시간은 최대 2주 절약된다. 호르무즈 해협처럼 일부 국가에는 대체 항로가 없는 경우도 있다.
분쟁으로 초크포인트가 봉쇄될 경우 세계 경제는 천문학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먼저 유조선들의 발이 묶이면 유가가 급등하고, 석유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과 화학 제품부터 공장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에 이르기까지 생산 원가가 급증한다. 또 개발도상국 공장에서 생산된 부품이 다른 대륙의 조립 공장에 제때 도착하지 못하면서 제조업 역시 ‘셧다운’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선박 보험료가 평소의 수십배로 뛰고, 우회로를 택하면서 상승한 운임은 고스란히 상품 가격에 반영돼 인플레이션을 촉발한다.
호르무즈 해협 외에도 전세계 주요 초크포인트들은 역내 분쟁 위협에 상시 노출돼있다. 아프리카 지부티와 예멘 사이에 있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에서 수에즈 운하로 향하는 선박들이 대거 지나는 길목이지만, 최근 몇 년간 예멘 내전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이 이어지면서 크게 불안정해졌다. 재스퍼 베르슈 델프트대 교수 등이 지난해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세계 해상 초크포인트 중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기대무역손실규모(EVTD)가 연간 583억달러(약 86조5755억원)로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하면서 교역량이 회복되는 듯했지만, 최근 이란 전쟁으로 친(親)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이 미국·이스라엘에 대리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공격을 피하기 위해 대체 항로를 선택하는 선박이 늘고 있다.
전세계 해상 교역량의 25%가 통과하는 말라카 해협은 남중국해와 맞닿아있어 중국과 베트남·필리핀 등 주변국들 간 군사 긴장이 높아질 경우 영향을 받게 된다. 남중국해 상에서 분쟁이 벌어질 경우, 말라카 해협을 통해 에너지 수입량의 80%를 들여오는 한국·일본 등 동북아 국가에선 에너지 수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동남아 공장에서 생산된 IT 부품이 동북아의 조립 공장으로 넘어오지 못하면서 글로벌 물류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있는 대만해협도 분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초크포인트로 꼽힌다. 세계 시스템 반도체의 37%를 공급하는 대만의 수출 통로가 막힐 경우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경제연구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대만 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10조6000억달러(1경5748조42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대만해협을 통해 해상 물동량의 40%를 들여오는 한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23%가 증발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무력 분쟁은 아니지만,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에서는 항구 운영 통제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 간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자국 컨테이너 물동량의 40%가 지나는 이곳을 중국계 기업이 관리하는 것을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 파나마 정부에 압박을 넣어 홍콩계 기업의 항구 운영권을 박탈했다. 글로벌 공급망 관리 플랫폼 와케오(Wakeo)는 “지정학적 갈등이 파나마 운하의 안정성과 비용을 좌우하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미국행 화물 운송 경로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에너지·물류의 목줄
해상 운송은 전세계 무역 물량의 80%, 무역 가치의 절반을 차지한다. 문제는 이중 상당수가 초크포인트라 불리는 특정 지점을 통과한다. 대부분 폭이 매우 좁은 해협이나, 인공 수로(운하)의 형태로 물류 효율을 극대화한다. 예컨대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경우,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우회하는 경로보다 거리가 약 7000~9000㎞ 단축되고, 운항시간은 최대 2주 절약된다. 호르무즈 해협처럼 일부 국가에는 대체 항로가 없는 경우도 있다.
분쟁으로 초크포인트가 봉쇄될 경우 세계 경제는 천문학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먼저 유조선들의 발이 묶이면 유가가 급등하고, 석유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과 화학 제품부터 공장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에 이르기까지 생산 원가가 급증한다. 또 개발도상국 공장에서 생산된 부품이 다른 대륙의 조립 공장에 제때 도착하지 못하면서 제조업 역시 ‘셧다운’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선박 보험료가 평소의 수십배로 뛰고, 우회로를 택하면서 상승한 운임은 고스란히 상품 가격에 반영돼 인플레이션을 촉발한다.

분쟁에 상시 노출된 ‘바다 위 화약고’
호르무즈 해협 외에도 전세계 주요 초크포인트들은 역내 분쟁 위협에 상시 노출돼있다. 아프리카 지부티와 예멘 사이에 있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에서 수에즈 운하로 향하는 선박들이 대거 지나는 길목이지만, 최근 몇 년간 예멘 내전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이 이어지면서 크게 불안정해졌다. 재스퍼 베르슈 델프트대 교수 등이 지난해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세계 해상 초크포인트 중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기대무역손실규모(EVTD)가 연간 583억달러(약 86조5755억원)로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하면서 교역량이 회복되는 듯했지만, 최근 이란 전쟁으로 친(親)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이 미국·이스라엘에 대리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공격을 피하기 위해 대체 항로를 선택하는 선박이 늘고 있다.
전세계 해상 교역량의 25%가 통과하는 말라카 해협은 남중국해와 맞닿아있어 중국과 베트남·필리핀 등 주변국들 간 군사 긴장이 높아질 경우 영향을 받게 된다. 남중국해 상에서 분쟁이 벌어질 경우, 말라카 해협을 통해 에너지 수입량의 80%를 들여오는 한국·일본 등 동북아 국가에선 에너지 수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동남아 공장에서 생산된 IT 부품이 동북아의 조립 공장으로 넘어오지 못하면서 글로벌 물류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있는 대만해협도 분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초크포인트로 꼽힌다. 세계 시스템 반도체의 37%를 공급하는 대만의 수출 통로가 막힐 경우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경제연구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대만 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10조6000억달러(1경5748조42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대만해협을 통해 해상 물동량의 40%를 들여오는 한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23%가 증발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무력 분쟁은 아니지만,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에서는 항구 운영 통제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 간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자국 컨테이너 물동량의 40%가 지나는 이곳을 중국계 기업이 관리하는 것을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 파나마 정부에 압박을 넣어 홍콩계 기업의 항구 운영권을 박탈했다. 글로벌 공급망 관리 플랫폼 와케오(Wakeo)는 “지정학적 갈등이 파나마 운하의 안정성과 비용을 좌우하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미국행 화물 운송 경로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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