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명 첫 피해자는?…고학력·고소득 화이트 칼러가 대체되고 있다 [팩플]
AI가 대체할 1순위 직업은
8일 앤스로픽이 최근 공개한 ‘노동 시장에 관한 AI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AI에 대체될 확률이 가장 높은 직업군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위험을 자사 AI모델인 클로드 등을 해당 직무에 사용한 데이터를 활용한 ‘관측 노출도’(observed exposure·노출도)란 새 지표로 측정했다. 미국 내 800여개 직종 대상으로 업무를 얼마나 AI로 자동화했는지를 계산한 수치다. 값이 클수록 AI가 해당 직종의 일자리를 뺏을 확률도 커진다. 이전까지 관련 연구들이 AI의 기능을 가지고,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측정했다면, 이번 연구는 실제 AI로 대체된 정도를 측정한 것이다.
분석 결과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노출도가 75%로 가장 높았다. 고객 서비스(CS) 담당자, 데이터 담당자, 시장 분석가, 재무 분석가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육체노동의 비중이 큰 요리사, 정비공, 구명요원, 바텐더, 환경미화원, 정원 관리사 등은 노출도 0%를 기록했다. 전체 직종 중 노출도가 0%인 직종 비중은 약 30%였다.

여성·백인·아시아인·사무직 위협
산업혁명 이후 기술에 의한 일자리 대체 현상은 주로 저소득, 저숙련 일자리 위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에 AI가 노리는 것은 고학력 ·고소득 화이트칼라 직종이다. 앤스로픽이 노출도 상위 25%(고노출) 직종과 노출도 0%(저노출) 직종 임금을 비교한 결과, 고노출 직종 평균 임금이 47%가량 높았다.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가 비용 절감 효과가 큰 고소득 직종부터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성별과 인종 차이에 따라서도 AI의 위협 강도는 달랐다. 여성의 경우 고노출 직종에 속할 확률은 저노출 직종보다 16%포인트 높았고, 백인은 11%포인트, 아시아인은 2배 이상 높았다. 최종 학력에 따른 차이도 컸다. 대학원 이상 학위 소지자가 저노출 직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지만, 고노출 직종은 17.4%로 4배가량 컸다. 고학력 사무직에 종사하는 집단이 AI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현실은
다만 우려만큼 당장 AI가 일자리를 뺏지는 못하고 있다. AI에 가장 크게 노출된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경우 이론상 AI가 업무의 94%를 대체할 수 있지만, 지난해 클로드가 실제 인간 개발자를 대체한 비중은 33%에 그쳤다. 보안 규제와 AI모델 구동 환경, 최종 검수 절차 등 인간이 개입할 여지가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대신 기업들은 신입 채용부터 줄이고 있다. 퇴직금, 규제 등 대량 해고에 수반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2024년 기준 미국의 노출도 상위 25% 직종에선 22~25세 신규 취업자 수가 2년 전보다 14.3% 감소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3일 공개한 보고서 ‘AI 기술 확산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서 “(한국도) 2022~2024년에 AI노출도가 높은 직종일수록, 15~29세 청년 고용 지표는 15% 줄었다”며 “AI 도입률이 높은 기업일수록 청년 고용 증가율은 2023년 이후 정체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