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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반 토막 난 번역 의뢰…“5년 전엔 상상도 못해” [Ro동이온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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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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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촬영본을 AI를 통해 편집한 이미지.

 

AI가 빠르게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를 넘어 피지컬 AI까지, AI의 물결 속 사람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AI에 자리를 빼앗기는 노동자의 목소리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환호성에 파묻히고 있습니다. KBS는 Robot(로봇)과 노동의 합성어로 만든 연중 기획 <Ro동이 온다>을 연속으로 전해드립니다.

 

 

한 프리랜서 번역가는 2020년 하반기, 자신의 블로그에 '요즘 번역 근황과 일상'이라는 일기를 남겼습니다.

 

'MTPE가 매우 많이 늘어난 추세', '고칠 부분을 여러 개나 끄집어냈고'라는 내용들이 적혀있습니다.

 

(MTPE는 Machine Translation Post-Editing의 약자로, 기계 번역 후 편집을 의미합니다. AI 번역 후 편집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 번역가의 일기에서 두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2020년 하반기부터 기계 번역이 늘어났다는 점, 그리고 당시에는 아직 기계 번역이 완벽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5년이 조금 더 지난 지금. 이 번역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절반은 줄어든 번역 의뢰, 수익도 반토막"

 

9년 차 프리랜서 번역가 정승연 씨. 6년 전 일기의 주인공입니다.

 

한-영(영-한) 번역을 해오던 정 씨는 최근 일거리가 급격하게 줄어 출판업을 시작했습니다.

 

정 씨는 "(들어오던 번역 의뢰가) 2~3년 사이 10건 중 5건으로 줄었다"며 "수익도 가령, 200만 원 벌던 게 100만 원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AI 때문입니다. 일기에 썼던 MTPE는 그동안 번역 일감을 빠르게 잠식했습니다.

 

정 씨는 이런 미래가 이렇게 빨리 올지 몰랐다고 합니다.

 

2020년, 정 씨는 MTPE에 대한 질문에 "비슷한 패턴에다가 집어넣기만 하니까 결국 제가 리뷰를 하는 것도 너무 많았다"며 "결국 '내 번역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고칠 게 많았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리 봐도 기계 번역은 문장들의 행간을 못 읽었다"며 "(AI가 번역 일을 잠식할 것으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2023년, 갑자기 전에 없던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정 씨는 "2023년쯤 MTPE가 더 많아지기도 했다"며 "동시에 챗GPT도 나왔는데, 써봤을 때 번역 결과물이 그렇게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원 7명이 쓰던 사무실, 지금은 4명이 쓴다
 

서울의 한 번역회사. 사무실 곳곳에서 빈 책상이 보인다.

 

 

번역회사도 형편은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월 말 찾아간 서울의 한 번역회사. 사무실 곳곳에서 빈 책상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번역회사를 운영하는 최종태 대표, 최근 1~2년 사이 7명이던 직원이 4명까지 줄었다고 합니다.

 

최 대표는 "한-영, 영-한 번역 같은 경우 (의뢰가) 40~50% 정도 줄어든 느낌"이라며 "전체 매출을 놓고 보면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업에서 보통 수준의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AI를 활용해서 번역하고 본인이 직접 또 감수하고 확인 작업을 할 수 있다"며 "매달 계속 줄어드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대표는 보안을 요구하거나 양질의 번역이 필요한 경우, 러시아어·스페인어 등 영어에 비해 우리 국민들이 잘 모르는 언어의 경우는 그래도 아직 번역 의뢰가 들어온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AI가 예를 들어 100쪽을 번역했다고 하면, 거기에 오역들이 군데군데 숨어 있다"며 "영어를 잘한다면 한국어를 AI를 통해 영어로 돌린 다음에 본인이 확인하면 되는데, 스페인어나 다른 특수어는 이게 잘 된 번역인지 알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런 비영어권 번역 영역도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 분야인데…통번역대학원 졸업하고도 통·번역가는 '글쎄'"

 

사실 통역과 번역은 전통적으로 전문 분야로 분류돼 왔습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통번역전문대학원도 운영 중이고, 입학하기 위해선 많은 공부도 필요합니다.

 

5년 전 서울의 한 통번역대학원에 입학해 수학한 A 씨.

 

통번역대학원 동기들 사이 화두는 단연, AI라고 합니다.

 

A 씨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통번역대학원 동기들을 만났는데 AI 도입으로 거의 일이 반토막 났다고 했다"며 "현재 통번역대학원 졸업 후에 진로가 꼭 프리랜서 통번역사는 아닌 추세"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법률 등 완전 전문 분야는 사람 번역을 고용하고 있지만, 비전문적인 분야 번역은 AI가 많이 대체했다고 한다"며 "통번역 에이전시들이 좀 나서서 AI 통번역을 런칭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고스란히 대학 학과 정원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어문 계열 학과가 통폐합되거나 축소되고 있는 겁니다.

 

한국외대는 글로벌캠퍼스에 있던 영어통번역학부, 중국어통번역학과, 일본어통번역학과, 태국어통번역학과, 러시아학과, 브라질학과, 인도학과, 프랑스학과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했습니다.

 

한국외대 측은 "학제 개편은 외국어 학문 축소를 목적으로 했던 것이 아니"라며 "서울-글로벌 캠퍼스 간 학문 중복성을 해소하고 AI 및 첨단·융복합 분야 학부 신설 등을 주요 취지로 진행됐던 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덕성여대 등 다른 대학도 학과 통폐합에 나서고 있습니다.

 

■나의 번역이 AI의 번역을 더 완벽하게 만들어 주는 모순?

 

사실 AI를 키운 건 번역가들의 공이 큽니다.

 

밥벌이로 하는 나의 번역을 AI가 학습하면서 점점 더 좋아지고, 그렇게 완벽에 가까워진 AI가 나의 직업을 점점 잠식해 나간다는 겁니다.

 

정승연 씨는 "최근에는 (기업에서) 'B'라는 번역 일을 받아 리뷰를 한 번 하면, 이제 그 리뷰를 바탕으로 AI를 학습시키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며 "한두 달 뒤에 그걸 또다시 보내와 리뷰를 의뢰한 적도 있는데 머신러닝을 시키고 있나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단가도 문젭니다.

 

한번 AI를 거친 번역을 의뢰받으면, 기존에 번역보다 단가도 낮다고 합니다.

 

최종태 대표는 "예를 들어 AI를 활용하면 원가가 30% 절감된다고 하면, 고객들 입장에서는 50%~70%를 깎고 싶은 것"이라며 "AI가 아직 완벽한 번역은 안 되는데, 그러면 또 번역사가 작업을 해야 되는 거고, 그러다 보면 가격만 깎이는 시장도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구도 예상 못 한 미래, 그리고 현재

 

2016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영국 부커상의 국제 부문의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시상식에서 함께 상을 받은 사람,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였습니다.

 

한국의 사회구조와 정서에 기반한 소설을 영어권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고, 훗날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통·번역 업계에서는 AI의 위기가 오더라도 이런 실력있는 소수의 사람은 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합니다.

 

단어 하나에 시간을 쏟아 인간의 감성을 건드리는 번역 결과물을 내놓는 번역가나, 문맥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풀어내는 통역가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 보면 다수는 업계를 떠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되겠죠.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6/0012137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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