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던 반도체 과학자 장젠펑(30)이 지난해 12월 베이징대 전자공학과 부교수로 부임했다고 보도했다. 2024년 베이징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지 불과 1년 6개월 만에 귀국해 교수로 임용된 ‘초고속’ 사례다.
장 교수는 최근 글로벌 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진 반도체 연구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해 7월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꼽히는 인듐 셀레나이드(InSe)를 세계 최초로 웨이퍼 크기로 생산하는 데 성공해 인텔과 미국 반도체연구협회(SRC)의 초청을 받아 두 차례 강연을 하기도 했다. 인듐 셀레나이드는 실리콘보다 전력 효율성과 구조적 안정성이 높아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미만의 초미세 공정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대기 중 산화에 취약해 여태껏 연구 단계에만 머물러 있었다.
장 교수는 앞으로 인공지능(AI), 고성능 컴퓨팅 및 자율주행 분야에 걸쳐 국가 연구 과제를 수행할 계획이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소재 연구를 통해 반도체 기술 병목을 돌파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1년 반 만에 귀국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내 연구가 국가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단순히 학계에 몸담는 것보다 더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당국의 전폭적인 인재 유치 정책에 힘입어 해외에서 활동하던 학자들의 귀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2008년부터 약 10년간 ‘천인계획’을 통해 최대 500만 위안(약 10억 원)의 연구비 등을 지원하며 7000명 이상의 과학기술 인재를 포섭했다. 국제적 반발이 확산되자 중국 정부는 2019년 해당 정책을 폐기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만인계획’ 등으로 이름만 바꿔 비슷한 정책을 계속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2024년 귀국한 중국인 인재는 49만 5000명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 연구비를 대폭 삭감한 후 이러한 흐름에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항암제 권위자 린원빈 시카고대 교수 등 미국에서 활동하던 중국계 석학 최소 15명이 고국행을 택했다. 지난해 8월에는 1989년 베이징 톈안먼 시위 당시 미국에서 지지 시위를 이끌었던 류쥔 하버드대 통계학과 교수가 칭화대 석좌교수로 부임해 큰 화제가 됐다. AI·데이터과학 분야 권위자인 점을 고려해 학생운동 이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이 이례적으로 입국과 임용을 허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정다은 특파원(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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