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내뱉은 트럼프, 그는 이란 민주주의 아닌 '친미 정권' 원한다
무명의 더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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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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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권이 곧 사라질 거라는 희망이 있다. 우린 행복하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 사는 하미드(익명)는 영국에 있는 조카를 통해 BBC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기 나라에 대한 외국의 공격에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곳은 지구상에서 찾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기뻐서 아내와 딸을 데리고 거리로 뛰쳐나갔다고 말했다. 하미드는 미국의 공격을 반기는 것을 넘어 이번 전쟁이 이란의 미래를 바꿀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 중 하나다.
영국에 사는 하미드의 조카는 세계 곳곳에 있는 다른 수백만 명의 이란인들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그녀는 BBC에 "나는 전쟁을 증오한다. 나는 무고한 누구도 전쟁으로 죽거나 해를 입는 걸 원치 않는다. 그러나 이란 공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뻐서 날뛰었다"면서 "살인자 하메네이로부터의 자유라는 꿈이 마침내 현실이 돼 혼미할 정도로 기뻤다. 공격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 기대했던 이란인들, 전쟁 장기화로 공포와 절망으로 변해
그러나 일주일 이상 미국과 이스라엘의 맹공이 계속되면서 많은 사람의 기대는 공포와 혼란,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이스파한에 사는 사만(익명)은 BBC 이란지국 기자에게 보낸 문자에서 폭격으로 길거리에 시신 조각이 흩어진 이스파한의 상황은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사만의 지인 6명은 지난 1월 반정부 시위 때 총에 맞아 사망했고, 테헤란에 사는 두 명의 친척은 이번 미국과 이란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그는 BBC 기자에게 "이런 전쟁 피해를 입는 최악의 악몽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며 충격과 분노를 전했다.
BBC 이란지국은 전쟁이 계속되면서 달라진 사람들의 생각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정권 교체를 기대하면서 처음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반겼던 사람들도 갈수록 공포를 느끼고 전쟁 동기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BBC는 다른 사람들도 공포, 스트레스, 기대가 뒤섞인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40대의 한 여성은 "정권이 공격을 받을 때는 웃으며 행복했지만 아이들이 죽고 사회 기반시설이 파괴되니 이란의 미래를 걱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란인들은 인터넷망을 사용할 수 없어 외부로부터 거의 고립되어 있다. 전쟁 소식은 이란 국영방송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고 전쟁에 대한 세계의 반응과 전쟁을 결정한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을 이란인들이 들었다면 가지고 있던 기대를 잃고 절망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공격, 정말 이란인의 자유를 위한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CN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원하는 새 이란 지도부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란의 새 지도부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새 지도자가 종교적 인물이어도 상관없고 다만 어떤 인물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CNN이 '이란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느냐'고 묻자, 그는 "아니다(No)"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잘 대우하고 다른 중동 국가들도 잘 대우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지도자가 있는 국가여야 한다"고 답했다.
이란이 "베네수엘라와 비슷하게 될 것이다"라면서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마두로 전 대통령이 미국에 잡혀간 뒤 임시 대통령이 돼 미국에 매우 협조적으로 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린 베네수엘라에 훌륭한 지도자를 두고 있다. 그녀는 엄청나게 일을 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이란 공격을 시작한 직후 사회관계망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이란인들이 오랫동안 갈망해온 정권 교체를 통한 이란인들의 "자유"가 전쟁의 주요 목표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튿날 올린 두 번째 영상 연설에서도 역시 이란인들의 "자유"를 언급하며 자신이 이란의 정권 교체에 도움을 주기 위해 공격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당시엔 이런 주장의 진정성을 판단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전쟁 시작 후 일주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은 스스로 내뱉은 말에 의해 증명됐다. 그는 이란 신정체제의 해체에도, 이란의 민주주의에도 관심이 없다.
다만 원하는 건 미국에 굴복하고 고분고분한 친미 정권이다.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을 통해 "이란의 무조건적 항복 이외 다른 거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 또한 그의 목표가 친미 정권 수립임을 말해준다.
전쟁이 일주일 이상 계속되고 미국과 이란의 공격이 더 강렬해지면서 많은 이란인이 공포와 혼란을 호소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또 다른 많은 이란인은 이번 전쟁으로 정권이 몰락하고 새로운 미래가 열리길 기대하고 있다.
테헤란에 강한 폭격이 이뤄지던 지난 12일 한 젊은 여성은 BBC 이란지국에 "솔직히 사람들은 매우 흥분해 있다"면서 "지붕으로 올라가 폭격이 가해지는 걸 보고 있다. 지난 1월 있었던 정부의 시위 강경 진압이 폭격보다 더 무서웠다. 우리 모두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투기가 머리 위로 날아갈 때 사람들은 정권에 안녕을 외치면서 휘파람을 분다"고 했다.
전쟁은 진행 중이고 이 전쟁이 이란을 어디로 이끌지는 현재로선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반적인 전망은 신정 체제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고 강경 노선의 정부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친미 정권까지는 아니어도 미국과 타협하고 미국의 요구를 거의 수용하는 정권이 들어설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 정치적 변화가 생기든 그것이 민주주의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임이 현재로선 확실하다.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정한 대로 이번 전쟁이 이란의 민주주의를 위한 전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전쟁이 이란에 변화의 기회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민주주의로의 변화가 될지는 매우 의문이다. 변화는 결국 이란 국민의 행동에 달려 있는데 현재 이란인들은 손발이 묶인 상태기 때문이다. 이란인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맹공, 이란 정부와 군의 경계 태세 강화, 외부와의 소통 차단 등으로 거의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이란 국민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다시 대규모 저항을 시작하거나 정부에 대한 압력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전쟁 후 여론은 변할 수 있고 무엇보다 전쟁 후에는 피해를 극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정치 상황을 인위적으로 흔들고 바꾸려는 의도로 시작한 전쟁이 이란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였고 이런 이유로 많은 이란인이 혼란과 불안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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