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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두바이 - 석유 없는 도시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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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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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도 석유 없는 도시의 전쟁
미-이란 전쟁이 두바이에 던진 질문

 

두바이가 팔아온 것은 화려함이 아니었다. 안전하다는 확신이었다. 중동이 흔들려도, 전쟁이 터져도, 이 도시만은 예외라는 믿음. 그 믿음이 두바이의 진짜 상품이었다. 2월 28일, 이란의 드론이 그 상품에 구멍을 뚫었다.

 

◼ 상상도 못 했던 공격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두바이와 이란은 수백 년을 마주보며 살아왔다. 배로 두 시간 남짓한 거리. 이란 상인들은 일찍이 두바이에 뿌리를 내렸고, 구도심 바스타키야 지구는 이란 링가 지방 출신 상인들이 일군 동네다. 지명 자체가 이란에서 건너왔다. 두바이 인구의 4분의 1은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란에 닿는다고 알려져 있으며, 현재 수십만 명의 이란인이 두바이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

 

경제적 연결은 더 깊었다. 서방의 대이란 제재가 강화될수록 두바이는 이란의 우회로가 됐다. 이란 기업들은 두바이를 통해 물자를 조달했고, 이란 자산가들은 두바이에 돈을 숨겼다. UAE는 이란의 최대 재수출 시장이었다. 두바이는 이 구조를 알면서 묵인했다. 이란의 돈이 두바이를 살찌웠고, 두바이의 묵인이 이란의 숨통을 틔워줬다. 공생이라기보다 공모에 가까운 관계였다.

 

그럼에도 이란은 두바이에 드론을 날렸다. 수백 년의 교류, 수십만 명의 자국민, 끊을 수 없는 경제적 혈관. 그 모든 것을 알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이란의 계산은 냉혹했다. 군사 기지를 치면 전쟁이고, 두바이를 치면 전략이다. 두바이의 안전 신화는 미국의 중동 전략을 떠받치는 민간 인프라였다.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이 군사 기지 하나를 파괴하는 것보다 훨씬 아프다는 것을 이란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 석유 없이 세계를 불러들인 도시

 

UAE는 아부다비, 두바이 등 7개 토후국이 모인 연방 국가다. 쉽게 말해 서울과 부산이 각각 따로 왕을 두고 통치하는 나라를 상상하면 된다. 아부다비는 UAE의 수도이자 석유 부국으로, UAE 석유 매장량의 95%가 그 땅 아래 잠들어 있다. 두바이는 그 옆에 붙은, 석유가 거의 없는 토후국이다. [1980년대 석유 고갈]

 

없는 것은 다른 것으로 채워야 한다. 그 길을 설계한 사람이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두바이의 통치자이자 UAE 부통령 겸 총리다. 유럽과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만나는 지리를 무기로 삼아, 세금 없는 자유무역지대를 만들고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국제공항을 지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150개 도시를 잇고, 제벨알리 항구는 중동 최대 물류 거점이 됐다. 두바이 경제항공물류, 관광, 국제회의와 전시, 부동산, 금융다섯 축으로 돌아간다. 석유 한 방울 없이 설계한 구조다.

 

반세기 전 어부들이 고기를 잡던 항구가 190개국 사람들이 함께 사는 도시로 변했다. 자국민 에미라티는 고작 15에서 20퍼센트. 인도에서, 파키스탄에서, 필리핀에서, 유럽에서, 한국에서 흘러들어온 이방인들이 도시를 채운다. 막툼이 평생 빚어온 두바이의 정체성은 개방이었고, 그 개방의 전제 조건은 안전이었다.

 

그런데 이 구조에는 처음부터 균열이 내재해 있었다. 군대도 없고, 석유도 없고, 분쟁 지역 한복판에 놓인 도시가 안전을 내세워 세계를 불러들였다. 세계가 그것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두바이는 그 믿음을 당연하게 여겼고, 취약성을 직시하지 않았다. 이란과의 공모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중동 전략 거점으로 기능했다. 두 개의 줄을 동시에 잡은 것이다. 그 모순이 결국 이번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 아부다비가 두바이몰에 나타난 날

 

공습 직후, 한 장면이 모든 것을 압축했다. UAE 대통령이자 아부다비 통치자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가 두바이몰에 나타났다. 옆에는 두바이 통치자 막툼의 아들 함단 왕세자가 나란히 섰다.

 

아부다비와 두바이는 건국 초기부터 묘한 긴장을 품어온 사이다. 두 토후국은 석유와 돈줄을 쥔 아부다비, 세계의 이목을 끄는 두바이로 역할이 나뉘어 있지만 그 사이엔 늘 말로 하지 않는 경계선이 있었다. 아부다비 통치자가 두바이의 상징 한복판에서 두바이 왕가와 나란히 공개 등장하는 일은 공식 외교 행사가 아닌 이상 거의 없는 일이었다.

 

뉴스는 연대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이 장면은 연대이기 이전에 확인이었다. 두바이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는 확인. 흔들리지 않은 도시는 흔들리지 않았다고 증명할 필요가 없다.

 

◼ 부르즈 칼리파에 새겨진 힘의 지형

 

두바이에는 군대가 없다. UAE 연방군은 아부다비가 실질적으로 이끈다. 석유도 없고 군대도 없는 두바이가 아부다비와 맞설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 세계가 스스로 찾아오는 도시, 세계의 돈이 모이는 도시라는 지위였다. 막툼 왕가는 그 지위 하나로 아부다비와 균형을 유지했다.

 

역사는 그 균형이 깨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미 보여줬다. 2008년 금융위기로 두바이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자 국영기업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 즉 빚을 갚지 못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아부다비가 약 250억 달러를 수혈했다. 그 대가는 조용하지만 선명했다. 건설 중이던 세계 최고층 빌딩의 이름은 원래 부르즈 두바이였다. 개장 당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이름이 바뀌었다. 아부다비 통치자의 이름을 따 부르즈 칼리파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역학은 그렇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그 빌딩 꼭대기에 새겨졌다.

 

두바이는 그 이후로도 아부다비 의존 구조를 바꾸지 않았다. 바꿀 수 없었다. 이번 전쟁이 길어지면 그 구도가 다시 살아난다. 공항이 멈추면 물류와 관광이 끊기고, 전시와 컨퍼런스가 취소되고, 투자자가 발길을 돌린다. 두바이 경제의 다섯 축이 한꺼번에 흔들린다. 자금이 필요해지면 아부다비를 향하는 구조는 이미 정해져 있다. 부르즈 칼리파의 이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아부다비가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면, 두바이가 내놓아야 할 '다음 이름'은 무엇이 될 것인가. 화려한 외관 뒤에 숨겨진 채무자의 운명은 828미터 높이의 그 거대한 수직 구조물보다 더 무겁게 두바이를 짓누르고 있다.

 

◼ 안전하다는 확신이 상품이었다

 

두바이를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 팬데믹 때 아부다비는 두바이 경계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왕래를 차단했다. 같은 연방 안에서 두바이는 사실상 고립됐다. 그럼에도 두바이는 문을 닫지 않았다. 전 세계가 빗장을 거는 동안 거의 홀로 하늘길을 열어두었고, 1년 미뤄진 엑스포 2020을 기어이 치러냈다. 190여 개국이 참가한 그 행사는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었고, 동시에 가장 두바이다운 응답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결이 다르다. 코로나는 전 세계가 함께 멈췄다. 이번엔 두바이만 홀로 멈춰 선 동안, 세계는 두바이 없이도 돌아간다는 것을 조용히 확인하고 있다. 대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허브가 실은 대체 가능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드론보다 더 무서운 타격이다.

 

두바이는 이제 증명이 필요 없던 도시에서, 스스로 안전하다고 증명해야 하는 도시로 내려앉았다. 그런데 안전을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은 실제로 안전한 것이다.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두바이는 그것을 증명할 수 없다.

 

브랜드란 원래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증명해야 하는 순간, 이미 절반은 진 것이다.

 

이란은 수백 년의 교류와 수십만 명의 자국민이 살고 있는 바로 그 도시에 정확히 그것을 겨냥했다. 사막에 없는 것을 채워온 사람, 막툼. 그런데 병력도 석유도 없는 도시가 전쟁을 버티는 방법은 그가 그린 설계도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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