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유 1800원 돌파…3년여 만 최고
주유소 폭리 논란 vs “우리도 피해자” 현장 반발
4대 정유사 2022년 영업이익 13조…유통구조 논란
■ “우리가 가격 정하나”…주유소 업계의 반론
반면 주유소 업계는 “우리도 피해자”라고 하소연한다. 한 자영 주유소 대표는 “국제유가가 뛰면 정유사 공급가격이 먼저 오르고 카드 수수료와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ℓ당 마진도 몇 원 되지 않는다”며 “손님들은 기름값이 올랐다고 화를 내지만 정작 가격 결정 구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정유사가 직접 소매 판매 가격을 정하지는 않지만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개별 주유소 판매가격에 사실상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은 정유사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국제유가 상승을 예상해 정유사가 공급가격을 선제적으로 올리면 주유소도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향후 가격 상승을 우려한 사재기 수요까지 겹치면서 판매가격 인상이 더 빠르게 나타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주유소 업계는 석유 유통 구조 자체가 가격 급등 시 부담을 소매 단계에 떠넘기는 구조라고 주장한다. 주유소는 매입 시점과 판매 시점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임의로 영업을 중단하거나 판매를 멈추기 어렵다. 결국 재고를 채우기 위해서는 상승한 공급가격을 판매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팔면 팔수록 손해”…주유소 재고·현금흐름 압박
최근에는 주유소 업주들의 재고 부담을 호소하는 글도 커뮤니티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주유소 업주의 게시글에 따르면 “오늘 주문 가격이 ℓ당 1600원이라면 다음 주에는 1800원이 될 수 있고, 전쟁이 장기화되면 2000원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런 상황에서 1600원에 탱크를 채운 뒤 1700원에 판매하면 이후에는 2000원 가까운 가격으로 다시 기름을 사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금 흐름이다. 주유소는 판매 대금으로 다음 물량을 사입해야 하는 구조인데 공급가격이 급등하면 같은 양을 채우는 데 필요한 자금이 크게 늘어난다. 해당 업주에 따르면 2월 28일 ℓ당 1625원이던 공급가격이 3월 5일에는 2190원까지 뛰었다.
이 때문에 소비자 가격만 통제하는 방식은 현장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가격만 억누르면 결국 소매업자가 부담을 떠안게 된다”며 “정유사의 공급가격 인상 속도를 일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장치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정유사 이익은 견조…상승 압박 지속에 유통구조 논란 재점화
국제유가 상승 국면에서도 정유사의 이익 구조는 탄탄하다. 실제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했던 2022년 한 해 동안 총 13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도 약 7조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업계에서는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기름값 상승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을 경우 에너지 가격 전반에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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