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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공항 의자서 잠잔 420일, 불법 구금 인정해도 배상 불가…유엔에 호소
2,102 21
2026.03.0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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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94492?sid=102

 

죽지 않으려 찾아온 한국서 400일 넘는 구금
위법 인정해도 ‘법 사각’ 이유 배·보상 안 해
자의적 행정구금 피해자들 6일 유엔 첫 진정

인천공항 환승구역에서 1년째 구금돼 ‘노숙’ 중이던 2021년 2월의 응고마(가명)씨 모습. 난민 행정구금 권리구제단 제공

인천공항 환승구역에서 1년째 구금돼 ‘노숙’ 중이던 2021년 2월의 응고마(가명)씨 모습. 난민 행정구금 권리구제단 제공
한국 정부로부터 400일 이상 강제 구금당한 난민 신청 피해자들이 국내 법원에서 구금의 불법성은 인정 받고도 배상은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자, 유엔에 진정을 제기하기로 했다.

응고마(가명·52)는 인천공항 환승구역의 ‘최장 구금’ 피해자다. 오랜 내전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자동차 부품 딜러로 일했다. 무력 충돌의 중심지인 동부 북키부가 그의 고향이었다. 민간인 학살과 강간, 소년병 모집 등으로 악명높은 무장 민병대 ‘민주군연합’(ADF)에 2017년 납치됐다. 6개월간 콜탄(스마트폰 저장 장치에 사용되는 광물로 동부 무장단체의 자금원) 채굴과 군사 훈련을 강요받다 전투 중 도망쳤다. 그를 민병대 모집책으로 오해한 마을 사람들이 2019년 집에 불을 지르고 형을 살해했다.

르완다를 거쳐 베트남으로 탈출한 응고마는 팔라우행 아시아나 항공권을 구입했다. 2020년 2월 경유지인 인천공항에 도착해 연결편에 탑승하지 않고 난민 인정을 신청했다. 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이 난민 신청 회부를 거부하고 입국을 불허하면서 환승구역에 구금됐다. 2021년 4월 법원이 수용 일시 해제를 결정하기까지 420일간 환승구역에서 노숙했다. 숙소, 음식, 의복을 전혀 제공받지 못해 공항 의자에서 잠을 자며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렸다. 코로나19 방역 조처도 그를 외면했다. 석방 뒤 장폐색 진단을 받았다.

에티오피아 기자 케베데(가명·43)는 2010년 총선 투표 현장에서 여당의 부정선거 행위를 목격했다. 보도 과정에서 협박과 위협을 받았다. 그해 6월 월드컵 취재를 이유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국해 8월 난민 지위를 얻었다. 외국인 혐오가 심한 남아공에서 목이 졸리고 자동차 강탈과 자택 무단 침입을 당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그는 2016년 3월 한국에 들어와 난민 인정을 신청했다. 남아공으로 국적을 위조했다며 난민 불인정이 결정(그해 5월)된 이튿날 외국인보호소에 갇혔다. 건강 악화로 2017년 8월 보호 일시해제되기까지 483일간 구금됐다.

2021년 4월과 8월 법원은 응고마에 대한 난민 신청 절차 미개시와 환승구역 구금이 위법하다고 확인했다. 외국인보호소에서 소송을 제기한 케베데는 2018년 6월 법무부장관으로부터 난민인정증명서를 발급받았다.

법원은 국가권력의 남용을 인정했지만 피해 배상은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청구한 국가배상과 헌법재판은 ‘공무원의 고의·과실이 없다’거나 ‘입법 미비가 위헌은 아니다’(국내엔 자의적 행정구금에 대한 보상 법률이 없음)라는 논리로 지난해 12월(응고마)과 2024년 10월(케베데) 최종 기각됐다.
 

난민 인정 신청 뒤 외국인보호소에서 483일 동안 구금됐으나 배·보상을 받지 못한 케베데(가명)씨 사건에 대해 난민인권네트워크가 2021년 6월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소원 제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난민 인정 신청 뒤 외국인보호소에서 483일 동안 구금됐으나 배·보상을 받지 못한 케베데(가명)씨 사건에 대해 난민인권네트워크가 2021년 6월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소원 제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난민 행정구금 권리구제단 제공
법의 구제를 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국제사회의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응고마와 케베데의 대리인단(난민 행정구금 권리구제단)은 “한국이 불법적인 행정구금에 배·보상하지 않는 것은 국제협약 위반”이라며 6일 유엔 자유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다.

한국이 비준한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유엔 자유권 규약) 제9조 제5항은 “불법 구금 피해자는 누구든지 집행 가능한 배상청구권을 가진다”고 명시한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응구마 구금 당시 그를 환승구역에서 이동시키고 적절한 음식과 의료·숙소를 제공하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2021년 3월)한 바 있다.

(중략)

진정서 접수 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답변을 받아 유엔 협약 위반 여부를 심사한다. 위반이 인정되면 한국 정부에 배상 권고가 통보된다. 대리인단의 이상현 변호사(공익법단체 두루)는 “배상 권고가 나올 경우 기존 국가배상 소송의 재심을 청구하거나 국가배상을 다시 청구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즉시 수용하지 않더라도 단계적 정책 변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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