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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걸린 전선(戰線) 오간 축구선수…이기제의 ‘이란 탈출’ 108시간 그 살 떨리는 기록[단독인터뷰]

무명의 더쿠 | 08:49 | 조회 수 1102
이기제가 1일 이란 테헤란 대사관에서 찍은 폭발 사진.제공 | 이기제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돌고 돌아, 그리고 또 돌아 이기제(35)는 고국 땅을 밟았다.

이란 프로축구 페르시안 걸프 리그의 메스 라프산잔에서 뛰던 이기제는 지난달 28일 오후 2시 30분경 황급하게 버스에 올랐다. 알루미늄 아락과의 대결을 앞둔 날이었는데 미국과 이스라엘이 선제 타격을 가하면서 전쟁이 발발, 축구를 포함한 국내 스포츠 경기가 모두 급하게 취소됐다.

이기제와 동료들이 탑승한 버스는 경기장이 아닌 수도 테헤란으로 향했다. 케르만주 라프산잔은 테헤란과 약 1100㎞ 떨어진 곳이다. 차로 약 12시간을 가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 이기제는 본지와의 단독인터뷰에서 “경기가 갑자기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빨리 테헤란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해서 정신없이 버스에 올라탔다”라고 말했다.

버스 안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이기제는 “국내 선수들은 인터넷이 되더라. 알리 하메네이(최고지도자)가 사망했다는 소식도 버스에서 동료들에게 들었다.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확히 어느 지역인지는 모르겠는데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도 두 눈으로 봤다. 무서웠고 빨리 테헤란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12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라고 버스 안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로 아프산잔에서 테헤란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야즈드, 나트나즈 등의 도시는 공습으로 피해를 입었다. 이기제가 탑승한 버스도 절대 안전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메스 라프산잔에서 뛰던 이기제.출처 | 메스 라프산잔 SNS


어렵게 테헤란에 도착한 이기제는 곧바로 대한민국 대사관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교민이 모인 상태였다. 이기제는 “1일 새벽에 대사관에 들어갔다. 한국 분들이 있으니 그나마 안심이 됐다.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안부를 주고받았다”라면서 “그곳에서 이란 여자배구대표팀 이도희 감독님도 봤다. 다들 초조하고 불안한 표정이었다. 나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라고 밝혔다.

대사관도 안전한 곳은 아니었다. 근처에서 폭격이 일어나 교민들과 함께 지하 공간에서 대피해야 했다. 이기제는 “큰 폭발음이 들려 대피하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큰 연기가 보였다”라면서 “정말 무서웠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회상했다.

대사관에서 하루를 보낸 이기제는 2일 대사관의 임차 버스를 타고 또다시 약 1000㎞를 이동해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향했다. 이란을 떠나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었다. 이기제는 “투르크메니스탄으로 가는 길도 정말 길었다. 물리적인 시간도 길었지만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가족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인터넷이 안 돼 국제전화로 짧게만 했다. 한국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기제. 제공 | 대한축구협회


투르크메니스탄 국경을 거친 이기제는 주투르크메니스탄 한국 대사관에서 임차한 버스를 타고 수도 아시바가트 공항으로 향했다. 3일 자정을 넘겨서야 마침내 비행기에 탑승했고, 중국 우루무치와 지난, 두 곳을 경유한 뒤 마침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시각이 4일 오후 9시 10분이었다. 라프산잔을 떠난 지 약 108시간 만의 고국 땅을 밟았다.

이기제는 “비행기 안에서 한국 땅이 보이는데 정말 마음이 이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 삼겹살로 힘들었던 여정을 달랬다.

라프산잔을 떠난 이기제는 K리그에서 새 팀을 찾는다. 산전수전 다 겪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던 그는 “생사의 고비를 넘긴 것 같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축구선수로서 감사함을 갖고 뛰겠다”라는 소회를 전했다. weo@sportsseoul.com

 

 

 

https://m.sports.naver.com/kfootball/article/468/000122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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