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전통적인 재벌 스타일의 수직 계열화 구조를 음악 산업에 이식했다. 모기업은 플랫폼, 글로벌 유통망, 회계, 법무 등 중앙 집중화된 후선 업무를 통제하고, 산하 레이블은 콘텐츠 생산에 집중한다. 이는 품질 관리와 효율성 극대화에 탁월한 장점을 보이며 K팝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사실 한국형 재벌 스타일의 구조는 산업화 시대에 특유의 효율성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고도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문제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모기업 입장에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미 성공한 공식’을 다른 산하 레이블의 시스템에 이식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이는 독립성을 본질로 하는 레이블 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시스템과 수치를 앞세우는 전문 경영인의 ‘관리의 논리’가 아티스트의 고유성과 팬덤의 정서를 우선하는 크리에이터의 ‘창조의 논리’와 충돌하는 리스크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되게 한다.
K팝이 진정한 글로벌 산업으로 영속하려면 법적·제도적 프레임워크의 혁신이 필요하다. 모기업의 부당한 인사 조치로부터 레이블의 핵심 창작자를 보호할 수 있는 ‘키맨 조항(Key-man Clause)’ 역시 지속적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그리고 모기업 인사가 이사회를 독점하는 구조를 타파해 독립적인 감시 체계를 갖춰야 한다.
K팝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획일화된 시스템에 가둬진 공산품이라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유의 독창성과 사람의 열정 덕분이다. 최근 K팝 산업 전반에서 벌어지는 경영권 분쟁은, 한국 엔터 산업이 이러한 ‘성숙한 거버넌스’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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