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왜 다시 '워너원'이고 '아이오아이'일까. 일반적인 아이돌의 수명주기를 따지면 두 팀은 이미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아이오아이는 2016년 방송한 엠넷 서바이벌 '프로듀스 101' 첫 시즌의 결과물이었다. 오디션이 끝난 후 그해 5월 가요계에 데뷔해 '드림 걸스(Dream Girls)'를 시작으로 '왓어맨(Whatta Man)' '너무너무너무' 등을 히트시켰다. 2017년 1월 콘서트가 그들 '눈물'의 마지막이었다.
워너원은 아이오아이 결성 이듬해인 2017년 방송된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결성된 팀이다. 그해 8월에 데뷔해 2019년 1월까지 활동했다. 데뷔곡 '에너제틱'을 비롯해 '부메랑' '뷰티풀' '약속해요' '봄바람' 등의 노래를 히트시켰다. '국프'들이 등장하는 대국민 아이돌 오디션은 아이오아이의 등장부터 히트 아이템이 됐으며, 워너원을 거쳐 이어진 시즌인 '프로듀스 48'의 결과물인 아이즈원(IZ*ONE)까지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기는 아이오아이의 경우 이미 10년, 워너원의 경우도 활동중단 시기를 고려한다 해도 7년이 넘었다. 보통 아이돌그룹은 데뷔 당시 계약기간인 7년을 기준으로 전기를 맞이한다. 멤버를 온존하는 팀이 있는 반면, 흩어지거나 심지어 '마의 7년'을 넘지 못하고 사라지는 팀도 있다. 둘은 이미 활동 중단 이후에도 7년을 넘겼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이후에도 활발했다. 개별 가수로서의 활동은 크게 돋보이지 않았을지 몰라도 배우로서 자리매김한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가장 뜨거운 박지훈이다. 워너원의 멤버이기 전 아역배우로도 활동했던 박지훈은 워너원 활동 중단 이후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과 '연애혁명' 등에 출연했다.
그를 배우로서 각성시켜준 작품은 따로 있었다. 2022년 당시 웨이브에서 공개된 '약한영웅 Class 1'이다. 유약한 인물이고 친구들과 거리를 두지만, 자신의 사람들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던 연시은 캐릭터는 박지훈의 몸에 들어가 '찰떡궁합'을 이뤘다. 이후 최근 공개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그 인기에 불을 댕겼다. 결코 유약하지 않은 단종 이홍위의 서사를 혼자 떠안았던 그는 현재 '단종 오빠' 신드롬의 중심에서 영화의 천만흥행을 앞두고 있다.
워너원에서 배우로 안착한 인물은 꽤 있다. 티빙 '스터디클럽' 등을 통해 입대 전 배우로서 전기를 만들어놓은 황민현과 워너원 중단 이후부터 쭉 배우의 한길을 파기 시작한 옹성우, 뮤지컬 영역에 도전한 윤지성 등 숫자는 꽤 된다. 아이오아이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은 배우가 더욱 자연스러운 김세정과 정채연, 매년 필모그래피를 늘리며 20대 여배우의 기수가 된 강미나, 최근에는 연극에도 도전한 김소혜 등이 있다.
이들은 워너원이나 아이오아이 당시 활동하던 원래 소속사들과의 인연도 상당수 마쳤다. 조금 더 자유롭게 자신의 활동을 주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기에 매진하느라 무대 위의 열기가 그리웠다는 박지훈의 이야기처럼 배우로 다른 도전을 한 이들에게 다시 뭉치는 일은 도리어 설레는 일일 수 있다.
거기에 '국프의 시대'를 그리워하는 향수도 있다. 이들을 배출한 '프로듀스' 시리즈는 아이즈원을 낸 '프로듀스 48'까지는 그야말로 피크를 찍었지만, '프로듀스X101'의 막바지에 터진 제작진의 부정과 조작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물론 그 결과물인 X1은 김요한이 연기로 나섰고, 조승연이 '우즈'라는 이름으로 히트메이커가 됐지만 아무래도 비운의 팀이 되고 말았다.
그 이후 엠넷이 거느린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많은 새 아티스트를 창조했지만, 과거 '프로듀스' 시리즈 시절만큼 '국민 프로듀서'라 언급할 만한 폭넓은 팬덤을 갖지 못했다. 아이돌의 오디션은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었는데도 여전히 이를 기획하는 사람은 존재하며, 그 기대치는 날로 깎여가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국민 아이돌 오디션의 정상급 화력을 보여줬던 그 시절의 모습은 향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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