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운의 어린 왕 단종(1441~1457)과 단종의 주검을 수습한 엄흥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 엄흥도의 직계 후손이 출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한겨레 취재 결과, ‘왕과 사는 남자’에 극 중 주인공 엄흥도의 직계 후손인 배우 엄춘미(57)가 출연했다. 엄춘미는 충북 청주의 극단 ‘청년극장’ 소속으로, 극 중에서 단종이 왕위를 빼앗긴 뒤 유배를 떠난 강원도 영월 광천골 마을사람 역을 맡아 연기했다.
엄흥도의 본관은 영월 엄씨로, 엄흥도는 영월 엄씨 군기공파 충의공계의 파조다. 충의는 1876년 엄흥도가 고종으로부터 받은 시호다. 엄춘미는 영월 엄씨 군기공파 충의공계 30대손으로, 엄흥도의 직계 후손이다.

엄춘미의 캐스팅 배경도 눈길을 끈다. 엄춘미가 소속된 청년극장은 극 중 엄흥도를 맡은 배우 유해진의 고향인 청주의 대표적 극단으로, 유해진 연기 인생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유해진은 2024년 10월 청년극장 창단 40주년 기념 연극 ‘열 개의 인디언 인형’에 특별출연했고, 이때 공연을 보러 온 장항준 감독이 극단 배우들에게 출연을 제안했다. 이후 오디션을 거쳐 엄춘미를 비롯한 극단 배우들의 출연이 확정됐다.
엄춘미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극단에서 함께 연극을 준비한 유해진 배우가 엄흥도 역을 맡는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엄흥도는 우리 조상님이고, 어렸을 때부터 단종의 주검을 수습해 준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유해진 배우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작품에 출연하게 되면서 족보를 따져 보니 내가 직계 후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왕과 사는 남자’ 촬영 현장에서 극단 ‘청년극장’ 배우들이 함께 찍은 사진. 엄춘미 제공
엄춘미가 맡은 역할은 ‘광천골 마을사람 3’. 비록 대사도 없는 단역이었지만, 엄춘미는 직계 조상인 엄흥도 역할을 맡은 유해진과 함께 광천골에 잠시나마 함께 머물렀다.
엄춘미는 “대사는 없고, 잠깐 나온다고 해도 출연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영광스럽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가족들 역시 자랑스러운 엄씨 가문이 된 것에 너무나 뿌듯해한다. 제가 출연한 것도 그렇지만, 엄흥도에 대해서 이렇게 알린 영화 자체가 너무나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하면서) 우리 조상님하고 같은 마을에 있었던 거다. 그래서 찍는 내내 너무 행복하고, 촬영할 때도 모든 것이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왕과 사는 남자’ 촬영 현장에서 배우 엄춘미(맨 오른쪽)이 배우 유해진과 다른 배우들과 찍은 사진. 엄춘미 제공
직계 조상이 ‘유명인’이 된 기분은 어떨까. 엄춘미는 “사실 어렸을 때는 좀 창피하기도 했다. 애들이 나는 누구 후손이고, 누구 후손이고 하는데 사실 우리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인물이라서, 단종 주검을 수습한 분이라고 해도 친구들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하고 했었다”며 “이번에야 정말 자랑스러운 우리 조상님의 이야기가 다시 한번 조명받게 돼서 감회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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