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점 만점
두번째 정규 앨범 Born Pink 이후 거의 4년 만에, 그리고 제니, 지수, 리사, 로제 네 멤버가 각자의 다채로운 솔로 활동을 거친 뒤, 블랙핑크가 DEADLINE으로 돌아왔다. 5곡이 수록된 이 EP의 제목은 최근 월드 투어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되돌릴 수 없는 마지막 순간”을 의미했다. 충성도 높은 블링크들은 이 표현이 새로운 컨셉으로의 전환을 뜻하는지, 혹은 무기한 활동 중단을 암시하는지 궁금해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아니었다. 케이팝은 트렌드를 만들고 따르는 게임이고, 블랙핑크는 왕관을 쉽게 내려놓지 않는다. 설령 15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의 EP 한 장으로, 많아야 한두 순간 정도만 흥미로운 인상을 남긴다 해도 말이다.
BORN PINK 이후 몇년 동안 네 멤버는 솔로 프로젝트를 통해 인지도를 확장하고, 동시대 대중문화에서의 존재감을 굳혔다. 지난달 로제는 브루노 마스와 함께 2026 그래미 어워드 오프닝 무대에서 팝록 협업곡 “APT.”를 선보였다. 제니와 리사는 2025 코첼라에서 각각 솔로 무대를 펼쳤고, 리사는 드라마 The White Lotus 시즌3에 출연했다. 지수 역시 자신의 EP AMORTAGE 발매와 더불어 영화 및 TV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렇다면 이런 시간을 보낸 후, 새로운 아이디어나 자신들만의 관점조차 제시하지 않는 음반으로 돌아온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EP의 사운드 자체는 좋다. 날카로운 질감과 매끈하고 메탈릭한 면을 병치하는 방식은 블랙핑크가 줄곧 강조해온 ‘하드와 소프트’ 컨셉을 구현한다. “GO” 같은 곡에서는 과거의 작업을 존중하면서도, 오늘날 과포화된 시장 기준에 부합하려는 더 흥미로운 앨범의 가능성이 번뜩인다. 그러나 DEADLINE은 최소한의 기준만을 충족한다. 스타일과 내용의 쇼케이스라기보다, 디플로, 크리스 마틴, 닥터 루크 같은 이름을 나열하며 A급 파워를 과시하는 데 가까워 보인다. 동세대 동료들(그리고 후배들)과는 달리 케이팝과의 연결을 부분적으로 끊고, 서구 팝 시스템으로 편입되기를 택하면서, BLACKPINK는 한때의 자신들과 멀어져간다. 그들은 “시스템을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있다.
역대 점수
Kill This Love EP (2019): 6.2
BORN PINK (2022): 6.5
DEADLINE EP (2026): 5.7
+ 솔로
로제 - rosie (2024): 5.5
리사 - Alter Ego (2025): 5.2
제니 - Ruby (2025):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