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3800022?sid=102
국내 비만 아동 40%는 지방간…당뇨 위험 2.7배↑
살 2~3㎏만 빼도 간수치 호전…운동·식습관 중요
![[서울=뉴시스] 소아 청소년 시기에 비만이 형성되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비만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주의해야 한다. (사진= 유토이미지 제공)](https://imgnews.pstatic.net/image/003/2026/03/04/NISI20260114_0002040596_web_20260114144952_20260304114320879.jpg?type=w860)
[서울=뉴시스] 소아 청소년 시기에 비만이 형성되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비만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주의해야 한다. (사진= 유토이미지 제공)[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술을 마시지 못 하는 소아청소년기는 간질환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비만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가 바로 비만과 함께 오는 지방간이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생겨 아이들도 노출될 수 있다. 실제로 학교 건강검진에서 간수치 이상이 나와 병원을 찾았다가 지방간 진단을 받는 아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중략)
의료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소아청소년의 약 7~14%가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을 가지고 있다. 비만 아동으로 범위를 좁히면 30~50%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비만 아동의 약 40% 이상에서 지방간이 발견되고 있으며, 코로나 이후에는 58%까지 보고된 연구도 있다. 실제 10세 이상 비만 환자들에서는 상당히 흔하게 발견되며, 8~9세 미만에서도 종종 확인된다.
예전에는 단순히 살이 찌니까 간에도 지방이 쌓이고 염증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비만이 원인이고, 지방간은 결과라는 일방향적 관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관계를 양방향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비만 때문에 지방간이 생기지만, 지방간이 생기면 오히려 비만과 대사질환을 더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지방이 쌓이고 염증이 생긴 간은 간유래 호르몬(hepatokine)을 비정상적으로 분비하는데, 이 물질들이 근육과 지방조직의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고, 혈당 조절이 안 되면서 다시 간에 지방이 더 쌓이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같은 정도로 살이 쪄도 지방간이 있는 경우 더 위험하다. 스웨덴의 대규모 소아비만 코호트 연구(1만346명)에서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 있는 비만 아동의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나이, 성별, 비만도, 당뇨병 가족력과 독립적으로 2.71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 전단계까지 동반된 경우에는 당뇨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지방간이 있는 젊은 성인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유의하게 높다는 연구 결과들도 축적되고 있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초기에는 완전히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간에 지방만 쌓인 초기 단계에서 체중을 줄이고 식습관을 바꾸면 간은 다시 정상이 된다. 하지만 염증이 계속되면 간세포가 죽고 딱딱한 흉터 조직(섬유화)이 생기며, 이 단계부터는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다.
문제는 진행 속도다. 소아 지방간염 환자를 추적한 연구에서 약 3분의 1이 2년 이내에 조직학적으로 악화됐다. 좀 더 지켜보자, 좀 더 커서 하자고 미루는 사이 가역성의 창이 닫힐 수 있다.
모든 비만 아동(BMI 95백분위수 이상)의 경우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선별검사를 권장한다. 과체중 아동(BMI 85~95백분위수)도 당뇨 전단계,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대사증후군 가족력 등 위험인자가 있으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 10~12세 이상에서는 1년에 최소 한 번은 간수치를 포함한 혈액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간수치가 높다고 무조건 지방간으로 단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B형 간염, 윌슨병, 자가면역 간염 같은 중요한 간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이런 질환들은 치료 방법이 완전히 다르고, 빨리 발견하지 못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체계적인 감별진단이 필요한 이유다.
생각보다 적은 체중 감량으로도 효과가 있다. 체중의 3~5%만 줄여도 간에 의미 있는 변화가 온다. 80㎏ 아이라면 2.4~4㎏만 빼도 효과가 나타난다. 7~10% 감량하면 염증이 줄고, 10% 이상 감량하면 섬유화 호전까지 기대할 수 있다
류인혁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간수치는 다른 합병증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응한다. 2~3kg만 빠져도 간수치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외래에서 한 달 만에 간수치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식습관은 탄산음료와 가당 음료를 끊고, 초가공식품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액상과당이 든 음료는 간에서 직접 지방으로 전환되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운동은 처음부터 많이 할 필요 없다. 하루 20분 걷기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늘려가면 된다.
지방간을 단순히 살이 쪄서 생긴 문제라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 몸 전체의 대사질환이 시작되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 신호다. 같은 정도로 비만이어도 지방간이 있는 아이는 당뇨병, 심혈관질환, 간경변의 위험이 훨씬 높다.
류인혁 교수는 "학교 검진에서 간수치 이상이 나왔다면 절대 무시하지 말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며 "체중이 많이 나가는 아이라면 10~12세부터 매년 간수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회복력이 훨씬 좋기 때문에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면 간은 반드시 좋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