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62308?type=journalists
[대한민국 건강 지도]
<8> 산간·농어촌 지역의 아픔

전북 A시의 한 국도 위에서 한 주민이 위태롭게 도로를 건너고 있다.이곳은 봄에는 이팝나무,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핀 도로. 시속 60km 구간이지만 지키는 차량들이 별로 없다. 인근 주민들은 이곳을 산책을 하다가 교통사고가를 당하기도 했다. / 김영근 기자
3일 오후 전북 A시의 한 마을 어귀 왕복 2차선 도로. 키가 10m가 넘는 허연 이팝나무가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매년 가을 이팝나무 사이로 보랏빛 코스모스가 만발해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이 길을 ‘황천길’이라고 부른다. 공원이나 산책로가 따로 없는 마을 주민들이 이른 저녁을 먹고 이곳을 걷다가 교통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후 6시 해가 지자 가로등 하나 없는 이 도로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양쪽으로 대형 트럭이 시속 60㎞가 넘는 속도로 쌩쌩 달렸다. 도로 양옆 흰색 실선이 그려진 갓길로 오가는 주민들이 위태로워 보였다. 실선 안쪽은 폭이 1m도 되지 않아 차가 지날 때마다 몸이 휘청거렸다.
“○○ 어멈도 저기서 죽었지. ○○도 이 자리에서 죽고…. 10년 동안 네다섯 명이 저 길에서 가버렸어.” 주민 박순자(68)씨는 어둠 속 도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여기는 산도 없고 온통 남의 논밭이라 산책하고 싶어도 걸을 곳이 따로 없다”고 했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윤영호 단장)이 전국 기초자치단체 252곳 1만명을 조사한 ‘한국 건강 지수’에서 A시 같은 내륙 산간 지역이나 농어촌 지역의 건강 지수는 중하위권이었다. 정주(定住) 여건이 잘 갖춰진 대도시 지역이 상위권을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산업 기반 약화와 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와 함께 산책로·운동 공간 부족, 의료 접근성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과 조선일보는 A시와 같은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건강 정책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건강 컨설팅 프로젝트(대한민국을 건강하게)’를 시작한다. 윤영호 단장을 포함한 컨설팅 전문가 패널들과 본지 취재팀은 54개 평가 항목에 대해 지자체가 실시한 자체 평가를 참고해 현장 조사에 나서 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의사가 노동은 운동이 아니라고 하던디, 한번 돌아다녀 보셔. 운동할 곳이 어디 있나.”
전북 A시 주민 김금자(75)씨는 “마을에 변변찮은 공원도 하나 없다”며 “체육 시설을 이용하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농사짓는 사람이 그럴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그는 “도의원에게 운동하게 해달라고 했더니 보건소 앞에다가 기구 한두 개 딸랑 갖다 놨다”며 “아프면 약 달라고 시내에 있는 병원 가는 게 전부여”라고 했다.
이 마을회관 뒤뜰엔 어깨·허리 등을 풀 수 있는 간이 운동 기구 세 개가 있었다. 당뇨·고혈압을 앓고 있는 조동수(80)씨는 매일 아침 이곳을 찾는다. 조씨는 “갈 곳이 없으니 다들 모여 이거(기구 운동)라도 하는데 얼마 전 그나마 있던 철봉이 사라졌다”고 했다. 박순자(70)씨는 “(주민들 중) 당뇨·고지혈증이 없는 사람이 거의 없고, 심장 안 좋은 사람도 많아 매일 약 먹기 바쁘다”며 “건강 관리를 하려 해도 운동할 여건이 안 된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전국 기초자치단체 252곳 1만명을 조사한 ‘한국 건강 지수’에 따르면 지역별 운동 격차는 뚜렷했다. 중강도 이상 운동 실천율은 전북 A시가 16.8%로 경기 과천(35.1%)이나 서울 강남(30.3%)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런 격차는 신체 활동 환경과 의료 인프라 차이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사업단은 분석한다.
이런 격차는 주민 질병 격차로도 이어진다. A시의 고혈압 진단 경험률은 25.3%로 경기 과천(14.4%)의 배에 가까웠다. 당뇨 진단 경험률도 A시는 12.1%로, 건강 수준이 최상위권인 강남구(6.7%)나 경기 과천시(6.2%)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본지가 찾은 이 마을은 땅이 평평하고 넓어 산책하기 좋아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논밭 사이 통로는 한 명이 걷기도 어려울 정도로 좁았다. 논밭 주위에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조성돼 있지만 차량이 쌩쌩 달렸다. 주민들이 농사일을 마치고 산보하며 건강을 관리할 공간이 마땅찮았다.
(중략)
시골은 횡단보도도 잘 없고 찻길 옆에 인도도 없고 사고 많이 당하긴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