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면 유배지 영월에서 마주한 밥상은 소박하지만 따뜻하고, 단조롭지만 정이 넘치는 밥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궁궐의 수라상이 완벽하되 차가웠다면, 영월의 밥상은 단순하지만 살아있었다. 그 온도의 차이를 음식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영월 장면의 밥상은 모두 강원반 위에 올렸다. 강원반은 장식이 거의 없고 구조가 단순하다. 상판이 두껍고 다리가 낮다. 그 소박함이 산간 마을의 생활과 닮아 있다. 미술, 소품팀과 함께 고민하며 영월 장면의 밥상을 모두 강원반 위에 올렸다. 대원반 위에 유기를 가지런히 늘어놓은 궁궐의 수라와, 강원반 위에 투박하게 놓인 마을 사람의 음식. 그 대비를 소반 하나로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척박한 땅 영월이 내어준 선물들

영월의 밥상을 구성하는 데 있어 1450년대 강원도 영월의 마을 사람이 차리는 음식들은 화려할 수 없고, 구하기 어려운 것도 안 된다. 산과 강이 내어주는 것, 그리고 부뚜막에서 정성껏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극 중 단종이 영월의 마을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나누며 음식 하나하나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메뉴들을 구성할 때도 다양한 고려가 있었다.
민물고기 어죽과 다슬기국은 강원도와 충청도 내륙의 강가 마을에서 오래전부터 해 먹던 음식으로, 서강에서 손으로 건져 올릴 수 있는 다슬기는 영월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식재료 중 하나였다. 이 두 음식은 이 밥상에서 국물의 온기를 담당한 영월 음식이었다.

산초 무침은 알싸하고 독특한 향이 입맛을 돋우는 무엇보다 이 밥상에서 유일하게 향이 있는 찬이었으며 토끼 저민 고기는 단백질을 위한 선택이었다. 조선 시대 강원도 산간에서 짐승 고기를 구하는 얇게 저며 간을 해서 구운 토끼 고기는 소박하지만 귀한 고기 반찬으로 밥상위에 올렸다.
산삼 뿌리는 처음에 넣을지 말지 가장 망설였던 것이다. 산삼이 너무 귀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영월 일대 깊은 산에서 산삼이 났다는 기록이 있고, 무엇보다 마을 사람들이 유배 온 어린 왕에게 가장 좋은 것을 드리고 싶었을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산삼 뿌리 하나가 이 밥상에서 말하는 것은 그것이다. 우리가 드릴 수 있는 가장 귀한 것을 가져왔다는 마음.
산딸기는 계절이 허락한 선물이다. 단종이 영월에 머물던 시기는 여름에서 초가을 사이. 강원도 산자락에 산딸기가 붉게 익는 계절이다. 특별히 손을 댈 것도 없이, 따서 그릇에 담으면 그만이다. 소담하게 담긴 산딸기 한 줌이 이 밥상에서 유일하게 단맛을 냈다. 이 소박한 음식들이 강원반 위에서 마음으로 연결되며 사람들과 식사를 나누는 장면은,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는 숭고한 순간이었다. 관객들은 화려한 수라상보다 더 진한 감동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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