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를 포악한 이리로 그린 영화 <관상>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news.pstatic.net/image/001/2026/03/04/AKR20260303092600546_01_i_P4_20260304073012914.jpg?type=w860)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조선 왕조 500년사에서 '패륜'은 왕의 숙명 같은 그림자였다. 형제를 죽이는 것은 다반사였고 아버지의 여인을 죽이고 가둔 기록도 적지 않다. 그런데 유독 세조(수양대군)에게만 가혹한 악평이 따라붙는다. 어린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죽였다는 원죄 때문이다.
세조를 향한 후세의 손가락질은 광해군과 비교하면 과한 측면이 있다. 광해군은 친형 임해군을 죽이고 의붓어머니 인목대비를 유폐했으며, 8살짜리 이복동생 영창대군을 방에 불을 때어 죽였다. 역모 혐의를 조작해 숙청한 신하만 수천 명에 달하니, 그 잔혹함의 강도와 살상 규모만 놓고 보면 세조를 능가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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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세조는 국가 통치 규범을 확립한 수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카를 죽인 악인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 영화 <관상>은 그를 잔인한 이리에 비유했지만, 세조가 처음부터 단종을 죽이려 했다는 사료나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친동생 금성대군의 복위 시도 전까지는 단종을 죽이라는 신숙주 등 공신들의 압박을 물리치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세조에 대한 비난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극적 긴장을 위해 영화 속 등장 인물과 정치 상황을 단선적으로 그린 결과, 이번에도 한쪽은 미화되고 다른 한쪽은 악마화되고 있다. 창작물은 어디까지나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영상 매체를 통해 반복 노출되면 허구가 사실처럼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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