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우울증 환자 113만8230명…4년比 25%↑
정신·행동장애 환자도 20% 늘어…432만8595명
"젊은이들 사소한 일상 자극에 과하게 의존…정신과 환자 더 늘 것"
#서울 강북구에 사는 대학생 박효령씨(가명·20대·여)는 지난해 10월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같은 해 9월 가족 중 한 명이 사고사를 당해 극심한 상실감을 겪은 박씨는 식욕이 떨어지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박씨는 "일상에 지장을 느껴 휴학 후 치료에 집중했지만 증상은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며 "언제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울증과 정신질환을 앓는 국내 환자 수가 4년 전보다 20%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통해 받은 '2021~2025년 우울증 및 정신질환 청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 수는 113만8230명으로 2021년(91만785명) 대비 2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조현병·정신지체 등을 포함한 정신 및 행동장애 환자 수는 360만2209명에서 432만8595명으로 20.2% 늘었다.
이준희 가톨릭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우울증·조현병·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환자 수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게 체감된다"며 "입시·취업 등 경쟁과 정치·사회적으로 혼란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진 게 증가세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신과 진료 문턱이 낮아져 진단율이 높아진 점도 환자 증가세의 원인으로 꼽았다.

젊은 세대일수록 상대적으로 우울증 등을 쉽게 경험할 수 있단 의견도 나왔다. 국내 조현병·강박증 치료 권위자인 권준수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반짝 인기를 끈 '두바이 쫀득 쿠키' 열풍처럼 젊은 세대는 사소한 일상 자극에 과하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단 점도 정신질환에 취약한 원인"이라며 "현실적 여건상 (직장·결혼 등)장기 계획 마련에서 얻는 부담감이 크다 보니 이러한 흐름이 두드러진다. 우울감을 드러내는 것을 억눌러 정서적 아픔이 신체적 통증으로 나타나는 '가면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늘면서 정신과 진료 대기 일수도 길어졌다. 최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2025년 국립대병원 16곳의 정신과 평균 진료 대기 일수는 27일에서 34일로 26% 늘었다. 특히 강원대병원은 12.3일에서 37.9일, 경북대병원(본원)은 11.6일에서 28.2일로 각각 3배, 2.4배 이상 늘었다. 반면 이들 16곳 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는 2021년 123명에서 지난해 104명으로 19명 줄었다. 국내 전체 정신과 전문의는 지난해 말 기준 4286명이다.

권 교수는 "증상 편차가 큰 정신과 환자는 맞춤형 치료와 추적 관찰이 중요하지만, 대학병원은 낮은 수가 문제를 비롯해 외래 과밀에 따른 장기 처방 위주로 진료가 이어져 치료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유전적 취약성을 가진 조현병·양극성 장애(조울증) 등 중증 질환자는 외부 자극이 큰 현대사회에선 더 쉽게 증상이 발현될 수 있어, 환자 특성을 고려한 수가 개선과 인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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