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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필리핀 돌아갔는데 입국하려면 ‘인신매매 인정’ 받아서 입국하라는 법무부···임금체불 계절노동자 또 외면

무명의 더쿠 | 03-03 | 조회 수 943
지난해 여름 한국 농장에서 일한 뒤 임금의 일부를 아직 못 받은 필리핀 출신 계절 노동자들이 한국 입국을 또 거절당했다. ‘인신매매 피해자’로서 한국에 들어가 법적 대응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는데 법무부는 ‘인신매매 피해 인정’을 먼저 받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현행법 상 인신매매 피해 인정은 현재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만 받을 수 있다.

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필리핀 노동자 측이 한국 입국을 요청하며 제기한 민원에 대해 지난달 20일 “과거 계절 근로 자격 소지자가 권리 구제 및 인신매매 피해자로 지원을 받기 위해 국내 입국하려는 경우, 인신매매 등 피해자 권익 보호기관을 통해 피해자 확인을 받는 등 피해 사실을 소명하면 재외공관에서 단기 일반 사증을 받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필리핀 계절노동자 90명은 지난해 여름까지 강원도 양구군에서 일한 뒤 약 2억원을 받지 못했다. 농장주가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바로 주지 않고 취업알선 업체에 주는 바람에 임금을 떼였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7월30일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에 ‘A업체가 가로챈 임금을 돌려달라’는 진정을 냈다. 한국 경찰도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필리핀으로 돌아갔던 노동자들은 법적 대응을 위해 노동부에 진정을 내고 재입국을 하려 했지만 길이 막혔다. 법무부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입국허가를 요청하자 지난 1월 ‘농장주의 추천을 받아 입국할 수 있다’고 답했다. 채권자가 빚을 받기 위해 한국에 들어오려면 채무자의 추천을 받으라고 답한 셈이다.

이에 필리핀 노동자들은 다시 ‘한국에 입국해 인신매매 등 피해를 본 노동자들이 수사 대응, 피해 지원을 위해 한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특별 체류자격을 부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인신매매방지법 상 인신매매는 ‘사람을 사고 파는 것’ 뿐 아니라 증빙 서류 준비, 중개 수수료 등 이유로 급여를 공제하거나 삭감한 경우 등도 포함된다. 그러나 법무부는 다시 ‘권익기관을 통한 인신매매 인정’을 받으면 입국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인신매매방지법에서 ‘국외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가 없다.

필리핀 노동자들이 입국하지 못하면서 경찰 수사는 차질을 빚고 있다. 경찰은 노동자들을 직접 조사하기 어려워지자 최근 노동자 측 법률 대리인과 활동가, 통역사 등과 노동자들이 비대면으로 대화한 내용을 녹화해 제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민사소송은 더 어렵다. 노동부 강원지청은 최근 피해 노동자들에게 ‘체불금품확인원’을 발급했다. 이를 받아야 민사소송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법무부의 비자 관련 규정은 ‘국내에 이미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소송하면 체류 자격을 변경해 줄 수 있다’라고만 되어 있다.

필리핀 노동자들을 대리하는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한국에 입국하지 못하면, 인신매매 피해 지원, 민사 소송 과정에서의 법률구조공단 지원 등 어려운 점이 많다”며 “외국에 있으면 인신매매 확인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법무부가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들의 피해 복구를 막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430814?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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