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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 임대아파트 낙인에… 같은 동네인데 초등 입학생 수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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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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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명 vs 0명 입학예정자 양극화
단지 내 임대 가구 유무에 영향
임대 주민 고령화로 학생 줄고
차별·편견에 학부모 기피 심리

 

A초교는 1995년 개교 이래로 올해 처음으로 ‘입학예정자 0명’을 기록했다. 서울 시내 605개 초등학교 중 올해 유일하게 신입생을 받지 못한 학교다. 2022년부터 입학생 수가 20명이 채 안 됐는데 지난해에는 급기야 10명으로 줄은 뒤 올해 0명이 된 것이다.

 

A초교는 대단지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다. 이 학교 정문에서 2차선 도로 맞은편에는 인근에서 ‘대장 아파트’라 불리는 ㄱ아파트(1016세대)가 있고, 학교 바로 옆에는 세대수가 1575세대에 달하는 ㄴ아파트가 있다. 두 단지를 합쳐 2500세대가 넘는데 어쩌다 학생들을 받지 못하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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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A초교에 인접한 ㄴ아파트가 영구임대아파트라는 점에 있었다. 1995년 5월 준공된 ㄴ단지는 입주 초기만 하더라도 젊은 인구가 다수 이사 왔다고 입주민들은 전한다. 이 영향으로 A초교는 인근 다른 학교 학생 370명을 받아 개교했다. 60대 주민 A씨는 “30년 전 아들을 A초교에 보낼 때만 해도 한 학급에 20~30명은 족히 됐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올해는 입학예정자가 5명 안팎에 그치면서, 결국 이들을 인근 다른 초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이 찾은 ㄴ단지에서는 좀처럼 어린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불과 6개월 전까지 놀이터가 있던 자리에 그네 등 놀이기구들은 사라지고 노인들이 운동할 수 있는 트랙과 운동기구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80대 입주민 B씨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없어진 지 오래다. 이 아파트 주민 대부분은 노인”이라고 말했다. 독거노인,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임대아파트 주민 구성이 고착화되면서 자녀를 키우는 젊은 세대가 단지에서 거의 사라졌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임대아파트 대부분이 전용면적 60㎡(18평) 이하 작은 평수로 이뤄진 탓에 자격이 된다 한들 젊은 부부들은 찾지 않는다”고 전했다.

 

ㄴ단지의 고령화뿐 아니라 ‘임대아파트’에 대한 차별적 인식도 A초교 입학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초등학교 배정 규칙에 따르면 A초교에는 ㄱ단지와 ㄴ단지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배정되는데, 이 학교에 대해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온다’는 인식이 퍼진 탓에 ㄱ단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이 학교 진학을 기피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A초교와 직선거리 300m가량 떨어진 C초교에는 올해 77명이 입학 예정이다. 같은 행정 동 안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입학하는 학교다. 한국교육시설안전원이 운영하는 통학구역 서비스를 보면 C초교의 통학구역 내 아파트는 모두 일반 분양 아파트다. 인근에 사는 직장인 이모(39)씨는 “(C초교는) 예비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학교’ 꼽힌다.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없다는 점이 암묵적인 이유”라고 털어놨다. A초교와 마찬가지로 공공임대아파트가 통학구역에 포함된 B초교 역시 올해 입학예정자가 16명에 그치는 실정이다.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다닌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듣고는 지난해 4월 입학 1년 만에 매물을 내놓고 이사를 하는 주민도 있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임대아파트에 대한) 낙인찍기나 편견들이 횡행하니 학부모들도 이겨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비슷한 시기에 택지개발이 이뤄진 노원구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 소재 I초교는 올해 입학예정인원이 97명이지만, 같은 동에 있는 J초교, K초교는 각각 입학예정자가 16명에 그쳤다. 세 학교는 직선거리로 1㎞ 안에 있지만 I초교와 J·K초교의 가장 큰 차이는 임대아파트의 존재 여부다.

 

J초교와 K초교 주변에는 ㄹㄹㄹ단지와 ㅁㅁㅁ단지 등 임대아파트가 위치해 있다. 인근에서 만난 30대 초반의 신혼부부는 “I초교 근처 학원가는 ‘강북의 대치동’으로도 유명해서 아이들은 모두 그쪽으로 몰리는 분위기”라며 “J초교나 K초교 주변은 학원가도 열악하다”고 전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도 “비교적 신축 아파트라 하더라도 임대아파트 옆이라 하면 학부모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원구에선 같은 행정구역 내 입학예정인원이 최대 13배까지 벌어진 사례도 나왔다. 하계2동에 있는 D초교는 올해 입학예정자가 156명에 달하지만, E초교는 12명에 그쳤다. 두 학교 간 직선거리는 600m에 불과하다. 해당 학교를 졸업한 이모(23)씨는 “학창시절에 ‘누가 임대아파트에 산다’며 차별하는 목소리를 심심찮게 듣곤 했다. 대놓고 하지 않더라도 은연중에 이뤄지는 차별이 학급 규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83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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