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단독] 임대아파트 낙인에… 같은 동네인데 초등 입학생 수 ‘극과 극’
2,017 14
2026.03.03 10:25
2,017 14

77명 vs 0명 입학예정자 양극화
단지 내 임대 가구 유무에 영향
임대 주민 고령화로 학생 줄고
차별·편견에 학부모 기피 심리

 

A초교는 1995년 개교 이래로 올해 처음으로 ‘입학예정자 0명’을 기록했다. 서울 시내 605개 초등학교 중 올해 유일하게 신입생을 받지 못한 학교다. 2022년부터 입학생 수가 20명이 채 안 됐는데 지난해에는 급기야 10명으로 줄은 뒤 올해 0명이 된 것이다.

 

A초교는 대단지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다. 이 학교 정문에서 2차선 도로 맞은편에는 인근에서 ‘대장 아파트’라 불리는 ㄱ아파트(1016세대)가 있고, 학교 바로 옆에는 세대수가 1575세대에 달하는 ㄴ아파트가 있다. 두 단지를 합쳐 2500세대가 넘는데 어쩌다 학생들을 받지 못하게 됐을까.

 

EOXwvB

 

답은 A초교에 인접한 ㄴ아파트가 영구임대아파트라는 점에 있었다. 1995년 5월 준공된 ㄴ단지는 입주 초기만 하더라도 젊은 인구가 다수 이사 왔다고 입주민들은 전한다. 이 영향으로 A초교는 인근 다른 학교 학생 370명을 받아 개교했다. 60대 주민 A씨는 “30년 전 아들을 A초교에 보낼 때만 해도 한 학급에 20~30명은 족히 됐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올해는 입학예정자가 5명 안팎에 그치면서, 결국 이들을 인근 다른 초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이 찾은 ㄴ단지에서는 좀처럼 어린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불과 6개월 전까지 놀이터가 있던 자리에 그네 등 놀이기구들은 사라지고 노인들이 운동할 수 있는 트랙과 운동기구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80대 입주민 B씨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없어진 지 오래다. 이 아파트 주민 대부분은 노인”이라고 말했다. 독거노인,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임대아파트 주민 구성이 고착화되면서 자녀를 키우는 젊은 세대가 단지에서 거의 사라졌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임대아파트 대부분이 전용면적 60㎡(18평) 이하 작은 평수로 이뤄진 탓에 자격이 된다 한들 젊은 부부들은 찾지 않는다”고 전했다.

 

ㄴ단지의 고령화뿐 아니라 ‘임대아파트’에 대한 차별적 인식도 A초교 입학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초등학교 배정 규칙에 따르면 A초교에는 ㄱ단지와 ㄴ단지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배정되는데, 이 학교에 대해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온다’는 인식이 퍼진 탓에 ㄱ단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이 학교 진학을 기피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A초교와 직선거리 300m가량 떨어진 C초교에는 올해 77명이 입학 예정이다. 같은 행정 동 안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입학하는 학교다. 한국교육시설안전원이 운영하는 통학구역 서비스를 보면 C초교의 통학구역 내 아파트는 모두 일반 분양 아파트다. 인근에 사는 직장인 이모(39)씨는 “(C초교는) 예비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학교’ 꼽힌다.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없다는 점이 암묵적인 이유”라고 털어놨다. A초교와 마찬가지로 공공임대아파트가 통학구역에 포함된 B초교 역시 올해 입학예정자가 16명에 그치는 실정이다.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다닌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듣고는 지난해 4월 입학 1년 만에 매물을 내놓고 이사를 하는 주민도 있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임대아파트에 대한) 낙인찍기나 편견들이 횡행하니 학부모들도 이겨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비슷한 시기에 택지개발이 이뤄진 노원구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 소재 I초교는 올해 입학예정인원이 97명이지만, 같은 동에 있는 J초교, K초교는 각각 입학예정자가 16명에 그쳤다. 세 학교는 직선거리로 1㎞ 안에 있지만 I초교와 J·K초교의 가장 큰 차이는 임대아파트의 존재 여부다.

 

J초교와 K초교 주변에는 ㄹㄹㄹ단지와 ㅁㅁㅁ단지 등 임대아파트가 위치해 있다. 인근에서 만난 30대 초반의 신혼부부는 “I초교 근처 학원가는 ‘강북의 대치동’으로도 유명해서 아이들은 모두 그쪽으로 몰리는 분위기”라며 “J초교나 K초교 주변은 학원가도 열악하다”고 전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도 “비교적 신축 아파트라 하더라도 임대아파트 옆이라 하면 학부모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원구에선 같은 행정구역 내 입학예정인원이 최대 13배까지 벌어진 사례도 나왔다. 하계2동에 있는 D초교는 올해 입학예정자가 156명에 달하지만, E초교는 12명에 그쳤다. 두 학교 간 직선거리는 600m에 불과하다. 해당 학교를 졸업한 이모(23)씨는 “학창시절에 ‘누가 임대아파트에 산다’며 차별하는 목소리를 심심찮게 듣곤 했다. 대놓고 하지 않더라도 은연중에 이뤄지는 차별이 학급 규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834792

목록 스크랩 (0)
댓글 1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JTBC with 더쿠] 박진영, 김민주 주연 / 두 청춘의 푸르른 첫사랑 이야기🍃 JTBC 금요시리즈 <샤이닝> 댓글 기대평 이벤트 287 02.28 128,05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897,86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845,60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886,95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176,508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61,63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505,467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25,39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0 20.05.17 8,631,11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517,68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96,758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08424 유머 춤출때 개인의 안광이 사라지는 박은영 셰프와 언니의 데칼코마니 눈빛 22:40 3
3008423 유머 이레귤러 오타쿠가 나타난 나는 자연인이다 22:39 33
3008422 유머 어느 중국배우가 한국 놀러와서 찍은 사진 22:39 374
3008421 유머 요즘 돌판에서 유행중인 에딧 브금 22:38 272
3008420 이슈 김의성 배우 환갑 잔치 참여자 3 22:37 619
3008419 이슈 미리듣기만 들어도 윤하스타일로 제대로 편곡해서 가져온듯한 윤하 리메이크앨범 22:37 67
3008418 유머 어느 남돌의 쓸데 없는 선물주기 근황 : 네일팁 줌 3 22:36 563
3008417 유머 쉐도우복싱 중독자 위하준 ㅋㅋㅋㅋㅋㅋㅋ 22:36 162
3008416 이슈 근데 고등어회가 죰 티팬티입은거같지안아요?? 4 22:36 614
3008415 유머 중앙대 에타에 언급된 박지훈ㅋㅋㅋㅋㅋㅋ 2 22:36 765
3008414 이슈 도경수 레코딩 특: 도경수 노래듣고 프로듀서들 감탄함 8 22:35 280
3008413 이슈 뭐 시킬때마다 꿍뀽낑꿍 하는 강아지 2 22:35 238
3008412 기사/뉴스 인천서 주차 브레이크 풀린 지게차, 2세 여아와 충돌…의식 불명 4 22:34 583
3008411 이슈 이런게 진정한 낭만이지 22:34 197
3008410 이슈 명탐정 코난 공포 레전드 22:33 192
3008409 유머 여기 빨간 버튼이 있습니다.jpg 7 22:33 299
3008408 유머 🐼 오늘따라 왜 이렇게 대나무가 무겁지??🩷 7 22:31 751
3008407 유머 교통사고 났는데 보험보상 담당이 뒷자리보고 바로 사고 인정해줌.x 13 22:31 2,110
3008406 이슈 기차 기관사분들 화장실이 급할때 해결하시는 방법이라고 함 16 22:29 1,595
3008405 이슈 (조류주의) 한강에서 음식만 두고 화장실 가면 안되는 이유.jpg 15 22:28 1,6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