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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어벤저스'의 귀환과 연대의 노(櫓)…블랙핑크, K팝 새 문법 증명 '데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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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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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파도를 가르는 4개의 노(櫓)가 일제히 물살을 움켜쥔다. 험난한 저항을 뚫고 나아가는 배 위에서 네 명의 멤버는 한 호흡으로 뭉쳤다. K-팝 간판 걸그룹 '블랙핑크(BLACKPINK)'가 3년5개월 만에 발매한 세 번째 미니 앨범 '데드라인(DEADLINE)'의 타이틀곡 '고(GO)'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은, 이들이 지금 딛고 있는 위치와 나아갈 방향을 명징하게 은유한다.


오랜 공백기 동안 이들은 각자의 세계를 팽창시켰다.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아파트'로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로제는 자신의 20대를 날것 그대로 담아낸 '로지(rosie)'로 내밀한 자아를 고백했고, 셀럽이 아닌 아티스트로 발돋움한 제니는 '루비(RUBY)'를 통해 구도자와 같은 선(禪)의 태도로 자아 정체성을 탐구했다. 배우로도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지수는 '아모르타주(AMORTAGE)'로 사랑의 다층적인 미학을 짚어냈으며, 글로벌 셀럽으로 영향을 자랑 중인 리사는 '얼터 에고(Alter Ego)'를 통해 자신 안의 새로운 이면을 거침없이 꺼내 보였다.


이처럼 각자의 솔로 활동을 통해 아티스트로서의 '체급'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네 멤버는, 마치 '어벤저스'처럼 다시 완전체의 그릇 안으로 모여들었다. 개별의 에고(Ego)를 찾은 서사가 그룹의 중심을 흩트리기는커녕, 오히려 서로의 공백을 메우고 밀도를 높인 것이다.


이 압도적인 시너지에 글로벌 팝 신(scene)의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이 기꺼이 힘을 보탰다. 4인 전원이 작사에 참여한 타이틀곡 '고'에는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의 크리스 마틴과 올해 그래미 어워즈 수상자인 서컷(Cirkut)이 합류해 폭발적이면서도 섬세한 찬가를 완성했다.


또한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OST로 그래미를 품에 안은 싱어송라이터 이재(ejae)가 '챔피언(Champion)'에 참여해 희망찬 주체성의 메시지를 불어넣었다. 여성 힙합 스타들과의 작업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 중인 닥터 루크(Dr.Luke)가 '미 앤드 마이(Me and my)'의 세련된 레트로 힙합 비트를 매만졌다. 디플로(Diplo)가 선공개곡 '뛰어(JUMP)'에서 보여준 하드스타일 테크노까지, 앨범 전곡이 영어로 채워진 '데드라인'은 K-팝의 전통적 통속성을 넘어 팝의 주도권 자체를 재편하는 야심 찬 결과물이다.


특히 '고'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이 지구, 혹은 팬덤 '블링크'의 눈동자를 형상화한 거대한 바다에서 노를 젓는 연출은 이번 앨범의 철학적 정수를 담고 있다. 문학과 음악에서 '노를 같이 저어간다'는 것은 가장 다정하고도 굳센 연대의 메타포다. 돛이 운명과 시대의 흐름(바람)에 몸을 맡기는 수동성이라면, 노는 온전히 인간의 땀과 근육으로 물의 '저항'을 이겨내는 능동적 의지다.


과거 고된 항해 속에서 하나 된 호흡을 위해 불렀던 '노동요'처럼, 블랙핑크의 이번 음악은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서로의 결점을 보완하며 나아가는 공동체적 연대를 노래한다. 배를 젓는 이들이 자신이 지나온 물길(과거)을 응시하며 미래로 전진하듯, 블랙핑크 역시 자신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팬들과 함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겠다는 결연한 약속을 건네는 셈이다.


음악 전문가들 역시 이들이 보여준 진화에 주목하고 있다. 




다음은 음악 전문가들이 살펴본 블랙핑크 미니 3집과 국중박과 협업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선정위원)


YG엔터테인먼트와 그룹 활동만 전속 계약 후 발표하는 첫 앨범으로 기존 YG 및 더블랙레이블 프로듀서들의 참여가 줄어들고 글로벌 아이콘의 위상에 맞는 초호화 제작진이 참여했다. 


공격적인 워블 베이스 사운드와 거대한 이상을 노래하는 섬세한 멜로디를 결합한 '고(Go)'는 콜드플레이 크리스 마틴과 올해 그래미 어워즈 프로듀서 상을 수상한 서컷(Cirkut)의 변화무쌍한 조화가 빛나며, 여성 힙합 스타들과의 협업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고 있는 닥터 루크(Dr.Luke)가 '미 앤드 마이(Me and my)'에서는 기존 블랙핑크가 들려줬던 자신감 넘치는 힙합 곡을 세련된 형태로 가공했고, '챔피언(Champion)'으로는 '러브식 걸(Lovesick Girls)'의 팝 록을 스타디움 콘서트에 어울리는 앤섬을 만들었다. 


종합적으로 블랙핑크 음악의 정체성이었던 한국 가요의 통속성('간판 내리고 문 잠궈', '휘파람', '셧 다운(Shut Down)'의 위비위비위비)을 덜어내고, 빌보드 차트에서도 드물어진 '팝' 음악을 통해 '팝'의 주도권이 K-팝과 라틴 음악 등 새로운 문법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작품. 


솔로가 주가 되고 그룹 단위 활동은 자주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대중음악계 '빅 이벤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몇 안되는 아티스트 중 K-팝 가수들의 이름이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김성환 대중음악 저널리스트(한대음 선정위원)


블랙핑크의 신보 [Deadline]의 음악들은 멤버들이 지난 1~2년간의 국제적 개별 활동을 통해 얻은 성숙함이 다시 블랙핑크라는 하나의 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 결과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와 '미 앤드 마이'가 강렬한 덥스텝 비트과 힙합 비트로 그들의 변함없는 클래스와 그 자부심을 과시한다면, '챔피언'과 '에프엑스엑스엑스보이'는 보다 팝적인 멜로디 감각으로 오래 기다린 팬들과의 친밀감의 유지에 방점을 준다. 한 마디로 듣다 보면 블랙핑크의 사운드로서는 뭔가 달라진 것 같으면서도 그것이 4명의 성숙한 시너지의 결합으로 다시 하나로 뭉치는 작품이라 평가하고 싶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과의 컬래버레이션 홍보는 해외인들의 국중박에 대한 관심과 더해져 블랙핑크가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스타'임을 전 세계에 강력히 각인시켜 줄 것이다.



최용환 프리랜서 에디터(한대음 선정위원)


블랙핑크의 이번 컴백은 단순한 복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 3년간 솔로 활동을 통해 아티스트로서 '체급'을 분명하게 끌어올린 네 멤버가, 각자의 거대해진 존재감을 다시 '완전체'라는 형태로 재결합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K-팝 그룹이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방식에 있어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그렇기에 앨범은 블랙핑크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멤버들의 개성을 유기적으로 배합하는 데 주력한다. 


발매 직후 쏟아진 각종 기록은 이들의 파급력을 여실히 증명하는 지표인 동시에, '가장 빛나는 현재'라는 이번 앨범의 최종 테마를 완성한다. 개인과 그룹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지 않는 이들의 에너지는 명실상부 '슈퍼그룹' 블랙핑크의 전성기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갱신되는 핵심적인 동력일 것이다. 


국중박이 외부 브랜드에 최초로 공간을 개방한 이번 사례는 공공 문화유산과 대중문화 아이콘이 결합한 고도의 브랜드 전략을 보여준다. 박물관 외관을 장식한 핑크빛 조명과 멤버들의 음성 도슨트는 박물관의 문턱을 낮추고, 한국의 전통 미학을 글로벌 젊은 세대의 감각에 맞춰 재해석하려는 국중박의 최근 방향성과 궤를 같이한다. 


또한, 이번 협업은 블랙핑크에게도 단순한 프로모션 차원을 넘어 그들의 정체성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다. 그간 개인 및 그룹 활동에서 한국적 요소를 꾸준히 활용해온 블랙핑크는 이번 협업을 통해 '문화 앰배서더'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 


새 앨범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영어 가사와 팝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국중박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배경 삼음으로써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독보적인 '한국적 오리지널리티'와 국가 대표급 이미지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중박을 휘감은 핑크빛은 우리 문화유산이 세련된 감각으로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동시에, K-팝이라는 장르가 어떻게 한국적 정체성과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동시대적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또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


이번 미니 앨범은 꽤 길었던 공백이 무색할 만큼 그룹의 문법을 충실하게 이어가는 느낌이다.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참여해 화제를 모은 타이틀 '고'는 강한 베이스의 EDM-힙합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된 결집력을 그려내고 있으며, '점프'의 하드테크노 스타일부터 '미 앤드 미'의 레트로 힙합, '에프엑스엑스엑스보이'의 미니멀 발라드까지 장르 편차를 과감하게 가져가면서도 중심을 확실히 잡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확실히 솔로 기간 각자가 확장해 온 존재감과 스펙트럼이 완전체의 그릇 안에서 더욱 선명히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중박과 협업은 박물관이라는 정적인 아카이브 공간이 K-팝을 기반으로 살아 있는 경험의 장으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문화기관의 역할 자체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멤버들이 각자 한국어, 영어, 태국어로 주요 유물을 소개하는 음성 도슨트야말로, 전 세계 팬덤이 한국 문화유산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파급력 있는 매개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이는 어떠한 외교적 문화 홍보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https://v.daum.net/v/2026030209053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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