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한 직장인이 친구에게 빌려준 3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해 단체 채팅방에 이를 알린 후 ‘명예훼손’ 고소 협박까지 당했다가 법적 대응 끝에 원금과 이자까지 받게 됐다.
최근 법무법인 이현이 소개한 사례에 따르면, 직장인 민준(가명)씨는 집 계약금이 급하다는 말에 동창 현우(가명)씨에게 3000만원을 송금했다.
본인도 집 마련을 위해 아껴둔 소중한 돈이었지만, 대학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웠고 현우씨가 이름만 대면 아는 대형 IT기업 개발자로 재직 중이었기에 선뜻 거금을 건넸다.
하지만 현우씨는 “며칠 내로 갚겠다”는 약속과 달리 차일피일 변제를 미뤘고, 연락까지 점점 어려워졌다. 참다못한 민준씨는 동창 단체 채팅방에 “연락되는 사람 있느냐”며 현우씨를 찾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현우씨는 오히려 “지인들 앞에서 내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하겠다고 협박했고, 순식간에 두 사람의 채무 관계는 법정 싸움으로 번지게 됐다.
소송 과정에서 쟁점은 해당 자금이 투자금이나 증여가 아닌 ‘대여금’인지 여부였다. 법률대리인은 카카오톡 대화, 계좌이체 내역 등을 통해 명백한 ‘대여금’임을 입증했다. 상대방이 변제 능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이행을 지체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동시에 현우씨가 안정적인 대기업 재직자라는 점에 주목해 부동산이 아닌 급여에 대한 가압류를 우선 진행했다. 직장에 채무 소송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직장인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결국 법원은 민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현우씨에게 3000만원 원금과 지연손해금(연 12%), 그리고 소송비용 전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채무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점과 객관적 금융자료, 메시지 기록이 주요 증거로 작용했다.
민준씨는 “처음엔 친구를 잃는 것 같아 망설였지만, 판결문과 집행문을 손에 쥐고 나서야 비로소 밤잠을 설치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이현 측은 “친구 사이 채무는 감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채무 관계를 방치할 경우 상당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민사 채권은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법적으로 청구할 권리가 사라질 수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 기록 등 증거가 소실될 위험도 커진다. 그 사이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리거나 명의를 변경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법무법인 측은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계좌 이체 내역과 ‘빌려달라’, ‘언제 갚겠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 문자, 통화 녹음 등이 있다면 대여금임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며 “‘친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판단이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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