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항목에 ‘도덕적 신념’도 포함…면접관 자의적 판단 작용 여지 커
공단 “민원 응대 태도 확인 차원”…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원칙 위배
보건복지부 산하 최대 공공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채용 과정에서 ‘용모(외모)’와 ‘도덕적 신념’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사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채용 과정에서 용모를 평가하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적해 온 대표적 차별 행위다. ‘용모’를 평가 항목에 사용하지 말라는 정부의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원칙을 어긴 것 뿐 아니라, 시대에 맞지 않는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건보공단 인사규정 시행규칙 별지 제5호서식 ‘수습직원 근무성적 평가표’(2025년 3월 31일 개정)을 보면, ‘복무자세’ 항목에 “용모는 단정하며 바른 예절과 교양으로 타인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가”라는 기준이 포함됐다. 탁월·우수·양호·미흡·불량 등 5단계로 채점하는 항목이다. 또 ‘인성’ 항목에서는 “자신만의 뚜렷한 도덕적 신념의 잣대를 가지고 그것을 지키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가” 등 자의적 기준이 개입되기 쉬운 평가기준도 있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건보공단 인사규정 시행규칙 별지 제5호서식 ‘수습직원 근무성적 평가표’(2025년 3월 31일 개정). ‘복무자세’ 항목에 “용모는 단정하며 바른 예절과 교양으로 타인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가”를 평가 기준으로 명시했다. 독자 제공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해에 ‘용모’ 항목 신설···정부도 법도 무시하는 건보공단
건보공단이 이 평가 항목을 명문화한 시점은 2017년으로, 정부가 외모와 신체조건 등 편견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채용 평가에서 배제하라는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한 시점이다. 공공기관이 정부 지침을 거스른 규정을 유지해온 셈이다. 건보공단 측은 “용모단정은 외모의 우열을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라 민원을 응대하는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기본적인 복무태도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국민 서비스 수행을 위한 직무 특성을 고려한 기준”이라고 해명했다.
건보공단은 용모 평가가 직무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규직 평가에서는 이 기준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독 신규 채용 문턱에서만 용모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호는 ‘용모 등 신체 조건’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용모를 어떻게 정의하든 무관히 ‘용모 등 신체 조건’에 관한 평가라면 인권위에 진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건보공단 정규직 근무성평정 항목 및 항목별 점수 상한 기준. 건보공단 제공
윤수황 노무사는 “건보공단 스스로 용모 평가가 ‘공기업·준정부기관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 위반임을 알기 때문에 재직자에게 적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용모처럼 주관적인 기준은 갑질의 수단이 될 수 있어 평가 항목으로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고객센터 상담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교섭 과정에서도 ‘용모 평가표’를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 노동자 김금영씨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공단 직원과 같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용모 평가표를 보여줬다”며 “대면 업무가 없는데도 ‘용모’를 평가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해당 평가표를 ‘적용하겠다’는 취지로 제시한 것이 아니라, 공단 직원들 수습평가 기준이 이런 형태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로 언급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연합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 정지웅 변호사는 “건보공단이 ‘용모평가’ 서류를 제시했다면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인사상 불이익을 암시한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단순한 설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원도 ‘용모 평가’ 시정했는데···건보공단은 “바꿀 계획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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