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를 앞두고 외국인 투표권을 폐지하거나 제한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때마다 반복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어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외국인 투표권 제한을 주장하는 이유로는 외국인 유권자가 늘어나 국민 주권이 위협받을 수 있고, 국가 간 상호주의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중국과 같은 특정국 출신 비중이 압도적인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출입국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영주권자 규모는 20만2천여명으로, 2002년 제도 시행 당시(6천여명)의 30배를 훌쩍 넘어설 정도로 늘었다.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이 64%로 가장 많았고, 중국 18.5%, 대만 5.1%, 일본 3.4%, 우즈베키스탄 1.5%, 베트남 1.2%, 미국 0.9% 등 순이었다.

한국에서 외국인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은 2006년 5월 제4회 지방선거 때부터이다. 현행법은 영주 비자(F-5) 취득 후 3년이 지난 18세 이상 외국인에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투표권은 안 준다.
외국인 영주권자에 지방선거에 한해 투표권을 주는 것은 '동네 일꾼은 주민이 뽑는다'는 지방자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제도 시행 이후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일방적인 권리부여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달에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지방선거 외국인 투표권 폐지에 관한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국민 주권 원칙과 헌법 정신을 회복하고,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선거제도를 확립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으나, 30일 동안 5만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기본 요건을 채우지 못해 절차가 종료됐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실제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이 투표권을 행사해 주민자치의 근간을 흔든다는 주장도 나왔다. 외국인 유권자가 선거에 맞춰 입국하는 '원정 투표'를 꼬집은 것이다. 정확한 실태는 파악되지 않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국인 유권자에 투표권을 제한할 경우 현행법상 차별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 실거주 요건이나 체류기간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반영한 관련법 개정이 먼저라는 얘기다.
한국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외국인의 본국에서는 한국인에 동일한 권리를 주지 않는 상호주의 문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
국회입법조사처의 2022년 외국인 지방참정권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주는 국가는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러시아, 뉴질랜드 등 최소 40개국에 이른다. 다른 나라들도 지방선거 참정권을 인정하고는 있지만 중국과 함께 일본도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
중국계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한중관계가 소원해질 때마다 서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거나 선을 넘는 혐오감 조장 사례가 나온다. 인터넷 공간에서 양국 누리꾼들이 선을 넘는 비방전을 벌이면서 갈등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외국인 영주권자에 대한 투표권 부여가 개방적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위상 유지와 본격화 하는 다문화 사회의 통합을 위해서는 폐지 등 극단적 대응보다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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