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차원의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간병 노인이 이미 100만명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대현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작년 발표한 논문에서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약 15%인 140만명이 심각한 이동 장애 등으로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홈바운드(homebound) 노인’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중 상당수가 집에서 간병을 받는 노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2024년 기준, 요양 병원의 연간 입원 환자 수는 35만명이다. 여기에 집에서 가족 간병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인 수 71만명(이용주 동덕여대 교수 등 연구)을 합치면 100만명이 넘는다. 80세 이상 노인(약 230만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간병 노인 100만명 시대’에 접어든 초고령 사회 한국에서 간병은 더는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 되고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우리나라에서 간병은 국가적 문제”라며 “정부가 적극 개입해 환자와 가족의 간병 부담을 덜어줘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본지가 취재한 다수의 환자 보호자는 “대학 병원에서 24시간 개인 간병인을 구하려면 최소 400만원은 줘야 한다”고 했다. 작년 말 어머니가 대학 병원에 입원했던 정모(55)씨는 “하루 14만원이 기본”이라며 “‘공휴일 가산’ 등을 붙여 한 달에 440만원 정도를 간병비로 썼다”고 했다.
간병비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 월평균 개인 간병비는 112만원이었는데, 2023년엔 370만원으로 13년간 230%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약 30%)의 7배 이상이다. 전체 간병비 지출액도 급증해 2022년 이미 10조원을 돌파했다.
결국 환자나 가족은 요양 병원을 찾는다. 요양 병원은 간병인 한 명이 4~6명을 보기 때문에 간병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임선영 서안산노인전문병원 이사장은 “힘들고 어려운 간병 일을 하겠다는 사람은 없고, 간병인을 찾는 사람은 갈수록 늘고 있다”며 “현재 간병인 대부분이 65세 이상이다. 빨리 신규 유입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국내 간병을 책임지는 고령 간병인들이 향후 몇 년 내 한꺼번에 빠지기 시작하면 간병비가 급등해 환자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단 얘기다. 전·현 정부는 2022년부터 여러 차례 간병비 부담 완화 방침을 밝히고 올 하반기에 ‘간병비 급여화(건보 적용)’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최근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미뤘다. 정부 관계자는 “간병비 급여화에 필요한 건보 재정 및 간병 인력 규모 등을 더 면밀히 파악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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