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대공원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과천시 서울대공원 맹수사에서 지내던 시베리아 호랑이 미호(암컷·13)가 금강(암컷·8)의 공격을 받아 폐사했다. 미호는 2013년 6월 6일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삼남매(선호·수호·미호) 중 막내이자 유일한 암컷이다. 인공 포육으로 자라 비교적 겁이 많고 온순한 성격으로 시민들에게 알려져 있다.
문제는 미호와 금강이 합사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서로 마주치는 일이 발생했으며, 그 결과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미호는 금강, 선호(수컷·13)와 ‘4방사장’을 공유해 왔지만, 방사장 이용 시간을 나눠 각기 독립적으로 생활해 왔다. 특히 금강이 지난 1월 초 해당 방사장으로 옮겨진 것으로 파악되면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여 년 경력의 한 동물원 수의사는 “맹수는 예측이 어려워 사고가 한순간에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질병이나 자연사가 아닌 다른 개체의 공격으로 폐사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사를 시도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얼굴 익히기 등 사전 훈련에만 최소 수개월이 필요하다”며 “합사 훈련이 진행되지 않았고, 평소 한 공간에서 지내지 않던 개체들이 익숙하지 않은 상태로 갑작스럽게 마주치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대공원 맹수사 앞에 마련된 미호의 추모 공간에는 ‘관리 소홀 책임지세요’, ‘당신들 잘못을 인정하세요’ 등 사고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시민들은 동물원 측이 사고 원인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추모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미호가 죽은 뒤 매일 이곳을 찾고 있다는 60대 이모씨는 “금강은 옆 방사장 호랑이와도 신경전이 심했고, 이곳으로 온 뒤에도 방사장 문이 열리면 공격적으로 뛰어나오곤 했다”며 “미호가 있던 내실로 향하는 문도 앞발로 긁는 등 예민하고 공격적인 모습을 자주 보였다”고 했다.
이어 “성체 맹수는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분리 사육하는 게 상식인데, 싸움이 벌어졌다는 것은 결국 두 개체가 만났다는 의미”라며 “문단속을 소홀히 했든, 무리하게 합사를 시도했든 무엇이 문제였는지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내부 조사를 진행 중으로,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경위를 설명하기 어렵다”며 “조사 결과가 정리되는 대로 홈페이지를 통해 추가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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