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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선 사람들 <1> 느린 학습자에겐 버거운 학교- 수업 못 따라가 우울감·괴로움
- 친구와 어울리지 못해 따돌림
- 병원 가거나 어른 돼서야 인지
- 공론화 안 돼 공교육 사각지대
- 사회적응 위해선 조기발견 중요
- 학부모 편견 탓 검사 권유 주저
- 대안학교 등 ‘맞춤형 지원’ 절실
학교 현장의 교사와 전문가들은 경계선 지능인의 사회 적응력을 높이려면 학령기 시절 개입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개념이 아니어서 경계선 지능인임을 일찍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경계선 지능인 상당수는 공교육의 사각지대에서 혼란스럽고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본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아이클릭 아트
▮학교에서 느낀 좌절과 외로움
국제신문 취재진이 만난 경계선 지능인 A(19) 씨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다. A 씨의 학창 시절은 만만치 않았다. 그는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다른 친구들과 달리 나만 알아듣지 못하는 게 제일 괴로웠다”고 떠올렸다. 경계선 지능 진단을 받은 건 우연한 계기였다. A 씨는 “중학생 때 우울증으로 찾은 병원에서 알게 됐는데, 이전까지는 무엇인지도 몰랐다”며 “이후 병원에서 사회성 치료 등을 받았고, 학교에서는 수준별 교육을 해주는 통합교육반에서 공부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계선 지능인 B(21) 씨의 학교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학습이 느려 초등학교는 또래보다 2년 늦게 입학했다. 학교에서는 암기 계산 등을 어려워해 선생님들께 잦은 지적을 받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해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B 씨는 “중고등학교 때에는 눈에 띄면 괴롭힘을 당할까 먼저 교우 관계를 피하기도 했다”며 “학창 시절 내내 ‘나는 왜 이렇게 다른 애들이랑 다를까’ 하는 생각에 우울감도 심했고, 학교에서는 안정감을 찾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2년 전 경계선 지능 진단을 받은 C(32) 씨 역시 학창 시절 수업이 “KTX처럼 아주 빠르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친구들과의 대화도 가끔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선생님과 부모님께 힘든 사정을 이야기하지 못했고, 주로 책을 읽으며 학교생활을 버텼다. C 씨는 “내성적인 내 성격의 문제라고만 여겼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은 생각해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C 씨는 30대에 경계선 지능 진단을 받았다. 그나마 스스로를 끊임없이 관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C 씨는 “인터넷에서 비슷한 증상들을 검색해 보고, 정신의학과를 찾아가 검사를 받았다”며 “본인에게 정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상 스스로 경계선 지능임을 알아채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편견에 발굴 어려워

경계선 지능인은 제도권 교육에서 성취감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자존감과 학습 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발굴’조차 쉽지 않다. 경계선 지능에 대한 이해 부족, 사회적 편견 때문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상황을 잘 알지만, 학부모에게 자녀의 경계선 지능 검사를 권유하기 부담스러워한다. 학부모가 ‘아이를 낙인찍는다’, ‘교사가 우리 아이를 문제아라고 여긴다’고 생각해 학교에 민원을 제기할까 봐 우려하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 자체가 다른 학생들과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말하는 것이라 전달 과정에서 학부모와 갈등이 생기고, 이후 생활 지도에서도 트러블을 겪을 수 있다”며 “경계선 지능 학생을 돕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학부모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진행하지 못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계선 지능은 보통 웩슬러 지능검사(언어 이해·지각 추론·작업 기억·처리 속도)로 진단하며, 사회성숙도 검사(자조·이동·작업·의사소통·자기 관리·사회화)나 그림 검사가 추가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경계선 지능인의 기능적인 부분을 향상시키고, 사회 적응력을 높이려면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양산부산대병원 김지훈 소아청소년정신건강클리닉 교수는 “타고난 지능을 바꾸긴 어렵지만, 조기에 발견해 특수교육 등을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해동병원 권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부장도 “나이가 들어 생활 대처 능력 등을 훈련하려면 힘들다”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고립되면,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 과정 다양화로 뒷받침을
(중략)
부산연구원 박주홍 책임연구위원은 경계선 지능인 학생의 속도와 결핍에 맞춘 대안학교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박 책임연구위원은 “서울에는 경계선 지능 학생들이 다닐 수 있는 대안학교 ‘예룸예술학교’가 있다. 교육청의 위탁인가를 받아 운영되고 학력도 인정된다”며 “부산도 한두 곳 정도는 경계선 지능 학생 맞춤형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대안학교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