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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후 일본, 3채 중 1채 '빈집' 된다…지역 사랑방·호텔로 변신중

무명의 더쿠 | 10:00 | 조회 수 699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915674?ntype=RANKING

 

저출생고령화 2038년 3채 중 1채가 빈집
사고·범죄 우려에 빈집 해결 서두르는 일본
고베시, 빈집 활용할 NPO 적극 찾아 연결
빈집 활용해 커뮤니티 활성화·새 수익 모델로

일본 효고현 고베시 효고구 산노초에 지난달 19일 '아이코야'로 개조한 고민가가 세워져 있다. 고베=류호 특파원

일본 효고현 고베시 효고구 산노초에 지난달 19일 '아이코야'로 개조한 고민가가 세워져 있다. 고베=류호 특파원

일본 혼슈 중서부 효고현 고베시 효고구 산노초에는 '기적의 집'으로 불리는 고민가(古民家·일본의 오래된 전통가옥) 한 채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은 물론, 고베시에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안긴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에도 끄떡없이 100여 년간 기나긴 세월의 풍파를 견뎌냈다. 그러나 역사가 깊은 이 고민가도 일본의 고질적인 사회 문제인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직격탄을 맞으며 10여 년 전부터는 주인 없는 빈집이 됐다. 자동차가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좁고 굽은 길에 오래된 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지형 탓에 눈길을 주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무라카와 아이코가 '이 집을 이렇게 방치할 수 없다'고 결심하며 2024년 4월 '아이코야'로 탈바꿈시켰다. 아이코야를 한국어로 해석하면 '아이코의 집'으로, 새 주인이 된 무라카와의 이름을 붙였다. 이름만 보면 특정인의 집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코야는 산노초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주인 무라카와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소통하며 정을 나누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집 마당에 설치한 아궁이는 주민들의 배를 따뜻하게 채우고 있다. 어린이들은 요리 교실을 통해 동네 친구를 사귀고, 주민들은 이곳에서 함께 밥을 지어 먹으며 일상을 나눈다. 정기적으로 여는 꽃꽂이 교실은 지역 여성들의 교류의 장으로 활용된다.
 

 

15년 뒤 홋카이도 면적이 빈 땅 되는 일본

일본 효고현 고베시 효고구 산노초에 지난달 19일 고민가 아이코야를 알리는 목재 간판이 입구 앞에 세워져 있다. 고베=류호 특파원

일본 효고현 고베시 효고구 산노초에 지난달 19일 고민가 아이코야를 알리는 목재 간판이 입구 앞에 세워져 있다. 고베=류호 특파원

지난달 19일 아이코야에서 만난 무라카와는 "아이코야가 어른과 아이, 다양한 세대가 함께 모여 활동하는 지역의 연결고리가 되길 바란다"며 "세대를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는 장소가 매우 적다고 생각해 빈집을 사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2023년 12월 내부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100여 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만큼, 이제는 빈집이 아닌 사람과 사람을 잇는 장소가 됐다.

아이코야처럼 빈집을 지역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되살리려는 노력이 일본 지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비영리단체(NPO) '도쿄사토야마(동네 뒷산)개척단'은 2024년 4월부터 도쿄 세타가야구에서 임차한 빈집을 개조한 뒤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들을 대상으로 무상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 활동을 시작하는 자립준비청년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건 물론,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기회를 줄 생각에 기획했다. 집주인은 빈집이 방치되는 건 물론 사회에 기여하고, 청년들은 거주 고민을 덜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일본 전국 빈집 추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일본 전국 빈집 추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빈집 문제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2차 사회 문제로, 이미 그 숫자만 일본 전역에 900만 호가 넘었다. 20년 전보다 약 2배로 늘었고, 2038년에는 집 3채 중 1채가 빈집이 될 것이라는 추정치도 나왔다. 인구가 갈수록 줄면서 지역의 상주인구가 감소하는 지역 공동화 현상이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수도 도쿄도 빈집 문제를 피해 가지 못했다. 총무성의 주택·토지 통계에 따르면 도쿄 도내에 빈집은 2023년 10월 기준 전체 주택의 10%인 약 90만 호나 됐다.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빈 땅도 2040년에는 약 720만 헥타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크기는 일본 북부 홋카이도 본섬 면적(약 780만㏊)에 맞먹는다. 현재 소유자 파악이 안 되는 빈 토지 크기가 일본 영토의 약 20%인 약 450만㏊인 점을 고려하면 빈 땅 넓이가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빈집 되기 전 지자체 적극 개입 유도

빈집을 지어 커뮤니티 공간으로 개조한 일본 효고현 고베시 효고구 산노초 아이코야와 다니아파트 사이에 아궁이가 설치돼 있다. 고베=류호 특파원

빈집을 지어 커뮤니티 공간으로 개조한 일본 효고현 고베시 효고구 산노초 아이코야와 다니아파트 사이에 아궁이가 설치돼 있다. 고베=류호 특파원

빈집 문제는 단순히 경관을 해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의 손이 타지 않아 방치되면 쥐나 해충이 대량 발생하고, 지진·태풍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지붕이나 외벽이 떨어져 나가면서 주변 건물을 훼손하거나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범죄의 소굴로 악용돼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 오키나와현 나하시에선 중·고교생 16명이 지난해 5~7월 한 빈집에 수차례 침입해 약 1억 엔(약 9억4,000만 원)을 훔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담력을 시험하고자 들어갔다"고 말했다. 우연히 들어간 빈집에서 현금 다발을 발견해 여러 차례 나눠 훔친 것이다. 나하지검은 지난해 12월 25일 주거 침입 및 절도 등의 혐의로 이들을 나하가정법원에 송치했다

일본 정부는 빈집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보고 2020년대 들어 본격적인 개선책 마련에 들어갔다. 2023년 '빈집 등 대책의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빈집법)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가 일찍부터 빈집 철거·활용 방안을 관리할 수 있게 개입하도록 했다. 지자체는 붕괴 위험이 높아 주변에 악영향을 끼치는 빈집을 '특정 빈집'으로 지정해 관리하게 되는데, 특정 빈집 지정 이후 관리를 시작하는 건 너무 늦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법을 개정한 것이다.

특정 빈집이 되기 전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이전 단계인 '관리 부실 빈집'으로 정해 빈집 소유주를 지도할 수 있게 했다. 또 NPO들이 새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
 

 

빈집과 빈집 연결해 주민 교류의 장으로

일본 효고현 고베시 효고구 산노초 빈집을 예술가 체류 공간으로 개조한 다니아파트에 지난달 19일 한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고베=류호 특파원

일본 효고현 고베시 효고구 산노초 빈집을 예술가 체류 공간으로 개조한 다니아파트에 지난달 19일 한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고베=류호 특파원

아이코야를 만든 고베시의 노력은 빈집을 줄이려는 일본 지자체의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무라카와가 아이코야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지역 커뮤니티를 되살려보고 싶은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고베시의 지원책 덕분에 결실을 볼 수 있었다. 고베시는 1990년대 후반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폐허가 잇따라 발생하며 순식간에 '빈집 도시'가 됐다.

빈집 비율이 전국 평균을 크게 넘는 도시였지만, 시의 각고의 노력 끝에 2010년대 전국 평균 수준으로 내려왔다. 고베시의 2023년 빈집 비율은 13.9%로, 전국 평균(13.8%)에 근접하게 됐다. 고베시 관계자는 "거주 목적이 없고, 특별한 용도 없이 방치된 빈집 활용에 초점을 맞춰 힘을 쏟고 있다"며 "빈집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단계별로 다른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시의 문화재를 호텔로 개조한 옛 소마야 주택에 5일 가구들이 배치돼 있다. 하코다테=류호 특파원

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시의 문화재를 호텔로 개조한 옛 소마야 주택에 5일 가구들이 배치돼 있다. 하코다테=류호 특파원

2015년부터 빈집 무료 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고, 상담 건수는 매년 약 1,000건에 이르게 됐다. 더는 살 가족이 없어 빈집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집주인이 미리 시청을 찾아 상담해 대책을 준비할 수 있게 돕는다. 회생 불가능한 빈집은 철거하지만, 동네의 상징물이 될 수 있게 적절한 활용 방안을 찾아 집주인과 사업자를 연결하는 것이 시의 최우선 목표다.

고베시가 특히 힘을 준 대책은 '건축가와의 협업을 통한 빈집 활용 촉진 사업'이다. 누가 봐도 개성 넘치는 매력적인 건물로 개조해야 하며, 해당 건물을 고베시의 시책 홍보에 협력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면 개조 비용의 절반, 최대 500만 엔(약 4,700만 원)을 지원한다.

아이코야는 물론, 아이코야 옆에 지어진 '다니아파트'도 이 제도 덕분에 탄생했다. 다니아파트는 효고구에서 빈집 개조 경험이 많은 건축가 니시무라 슈지가 노후화된 목조 아파트를 작업실이 딸린 주거 공간으로 개조한 곳이다. 고베시를 찾는 예술가·크리에이터들의 체류 거점으로 만들고자 2024년 2월 문을 열었다. 이제 빈집이 아닌 아티스트들이 창작을 고민하고 나누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4명의 아티스트가 거주 중이며, 작품을 소개·판매하는 공간도 생겼다. 아이코야와 다니아파트는 양 건물 사이의 정원을 이용해 함께 동네 이벤트를 열고 있다.
 

 

문화재 지역 호텔로 만든 하코다테 민관

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시의 문화재를 호텔로 개조한 옛 소마야 주택 입구 앞에 5일 개장을 알리는 소품들이 배치돼 있다. 하코다테=류호 특파원

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시의 문화재를 호텔로 개조한 옛 소마야 주택 입구 앞에 5일 개장을 알리는 소품들이 배치돼 있다. 하코다테=류호 특파원

빈집을 지역 특색을 담은 세상에 하나뿐인 호텔로 개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역의 역사와 정취가 담긴 특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숙박 시설로 만들어 수익 창출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홋카이도 하코다테시의 국가지정중요문화재인 고민가 '옛 소마야 주택'이 대표 사례다. 빈집을 호텔로 개조해 운영하는 '밸류매니지먼트'는 하코다테 서부지구 개조를 위해 민관이 2021년 설립한 '하코다테 서부마을 만들기 리디자인(Re-Design)'과 손잡고 옛 소마야 주택을 호텔로 개조해 다음 달 정식으로 문을 연다. 1박 요금이 10만~15만 엔(약 94만~141만 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예약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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