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그 코리아> 커버 촬영을 할 거란 얘기를 듣고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동시에 엄마의 나라(하예린의 국적은 호주다)에 정식으로 얼굴을 비치는 첫 기회이기에 엄청 긴장했죠. 한국 분들이 저를 자랑스럽게 여기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더 떨렸어요.” 그녀의 말과 달리 경쾌한 리듬감이 일렁이는 펜디 룩을 입고, 하예린은 사진에서 느껴지듯 한국 패션 매거진과의 첫 촬영을 열정적으로 만끽했다. 런던에서의 <보그> 촬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브리저튼> 시즌 4가 공개됐고, 하예린의 인터뷰 영상이 SNS를 뒤흔드는 시점에(사람들은 그녀의 대답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솔직하며 현명한지 감탄했다) 그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내 마음도 덩달아 요동쳤다.
그럴 때면 하예린은 음악의 힘을 빌린다. <보그> 촬영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비욘세의 음악으로 자신감을 북돋웠고, <브리저튼> 첫 촬영을 앞두고는 <메리 포핀스>의 사운드트랙 ‘Let’s Go Fly a Kite’를 재생했다. “로맨스 상대인 베네딕트(루크 톰슨)와 연 날리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어요. 그 장면의 향수 어린 느낌도 있고, 개인적으로 담아내고 싶은 그리운 추억이 떠오르는 노래라 골랐죠. 제가 그 노래를 부르니 루크도 따라서 흥얼거린 기억이 나요. 긴 프로젝트의 서막을 올리는 완벽한 순간이었죠.”
로맨스 주인공이라는 감회는 남달랐다. 외할머니인 손숙 배우의 연극을 보며 일찍이 연기에 관심을 가진 후 2019년 데뷔한 그녀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헤일로>에서 모히칸 스타일의 반군 리더로 등장했고,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였던 전작 <서바이버스>에서는 실종 사고 생존자들의 이야기에 놓였다. “아시아인에 특화된 이야기, 혹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면 할리우드에서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기는 아무래도 힘들죠. 그래서 이번에 소피 백(Sophie Baek)으로 캐스팅됐을 때도 처음엔 움츠러들었어요.” 엄마의 응원에 힘입어 계원예고에서 3년을 수학하는 동안 무의식에 깊이 뿌리내린 선입견도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었다. “늘 저보다 예쁘고 날씬하고 재능 있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보다 빛나려면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배웠거든요. 물론 그 경험을 통해 제가 연기를 얼마나 하고 싶어 하는지 깨달았지만··· 그 모든 편견을 거스르고 나다운 배우로 성장하는 시점에 <브리저튼>을 만나서 기뻐요. 주역의 입장에서 아시아계 배우들도 더할 나위 없이 로맨틱하고 재미있고, 때론 아주 못될 수 있다는 다채로운 담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감사하고요.”
“받은 것을 되돌려주는 것이 성공”이라 믿는 하예린은 앞으로 생길 영향력을 ‘다음’을 위해 쓰고 싶다. “다음 세대 아시아계 배우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기회를 누리는 일에 기여하는 건 홀로 빛나는 것보다 훨씬 값지죠. 이제껏 늘 필요 이상으로 소외되거나 무시당하고, 인종 다양성을 위한 구색을 갖추는 데 이용되어왔어요. 제가 목소리를 냄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 놓일 수 있다면, 저는 당연히 행동할 거예요.” 그런 점에서 다양한 국적과 인종, 외양과 성격을 타고난 배우들이 저마다의 매력으로 독창적인 사랑을 그려내는 <브리저튼>은 행복한 현장이었다. “이렇게 공존한다는 것, 정말 아름다운 일 아닌가요?” 하예린은 이 이야기가 사랑이 부족한 모든 곳에 가닿길 바란다. “모든 인물이 저마다 아름다운 내면을 갖고 있어요. 그들을 통해 여러분도 사람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길 바랍니다.” <브리저튼> 시즌 4의 첫 화에서 하녀인 소피 백이 가면을 쓰고 런던 상류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유일하게 필요한 건 ‘할 수 있다’는 자기만의 확신이었다. 하예린의 전략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불안하고, 안 그런 척해야 하는 순간도 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뿐이잖아요. 주변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고, 좋은 기억을 남기는 일에 집중해야죠.”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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