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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9억짜리 상가, 2억에도 안 팔려…‘무한 공실지옥’ 단지내 상가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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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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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늦게 뛰어든 투자자, 은행 이자와 관리비로 공실 지옥
 


정수경씨(56)는 5년 전 세종시 금강 수변에 있는 상가를 분양받았다. 분양가는 9억원으로 은행 대출을 5억원이나 받아야 했지만, 남편 퇴직 후 정기적인 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가족과 상의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정 씨의 상가는 분양 후 지금까지 쭉 비어 있다. 수입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데 대출이자와 관리비까지 매달 200만원 가까이 지출한다. 그는 “스트레스가 말도 못 한다. 여기 분양받은 사람들 한 집 걸러 전부 암에 걸렸다”면서 “처분도 못 하는데, 나 죽고 나서 자식들도 이자를 낼 판”이라고 말했다.

 

지역 슬럼화나 상권 붕괴로 이어져

 

꾸준한 임대 수익과 시세 차익으로 한때 안정된 노후를 위한 투자처로 여겨졌던 상가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확대에 따라 오프라인 상권은 몰락했는데, 한발 늦게 상가 투자에 뛰어든 이들이 은행 이자와 관리비라는 이른바 ‘무한 공실 지옥’에 갇히면서다. 신도시에서는 상가 공실이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슬럼화나 상권 붕괴로까지 이어지면서 상업용지 매각을 포기하고 공공용지로 전용하는 지자체까지 등장했다. 서울 도심 지역에서는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아예 상가 자체를 없애는 사업장까지 나타났다.

 

지난 2월 12일 대전지방법원에 등록된 세종시 경매물건을 보면 세종시 나성동에 있는 A상가는 감정평가액 9억4600만원에서 4차례나 경매가 유찰돼 2억2700만원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진동에 있는 9억4300만원짜리 상가도 4차례 유찰된 뒤 2억200만원에 다섯 번째 경매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의 2025년 4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서울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9.1%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증가했다. 상가 10곳 가운데 거의 1곳꼴로 공실인 셈인데, 이를 전국으로 따져보면 사정은 더 나쁘다.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8%에 달하는데 역시 전년 대비 0.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부산(15.4%), 대구(18.1%), 광주(16.2%), 울산(17.2%), 세종(24.2%) 역시 1년 전보다 최대 2%포인트 넘게 공실률이 높아졌다.

 

전국적으로 상가의 인기가 시들하다 보니 서울·수도권 구도심 지역 재건축 사업장들은 사업성을 위해 재건축 사업에서 상가 조합을 제척하거나 아예 짓지 않는 선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우성1차아파트는 재건축하면서 단지 내 상가는 다시 짓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상가 조합원들의 경우 상가 대신 재건축 조합원 가격으로 아파트를 분양받기로 의견을 모았다.

 

단지 내 우성상가 박종웅씨는 “처음에는 아파트 따로 상가 따로 재건축해서 단지 내에 도로를 신설해 상가를 살리는 방안도 추진됐지만, (상가) 지어봤자 장사도 안 되고 골칫덩이 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상가를 짓지 말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는 “아침에 2000원짜리 달걀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저녁에 배달되는 세상에 상가는 이제 단지는 물론 주인들한테도 애물단지”라면서 “마지막 회의 때는 상가 주민 단 한 명도 (상가를 없애자는데) 반대가 없었다”고 말했다. 우성상가는 476세대인 우성아파트와 인접한 364세대 쌍용2차아파트 내에 있는 유일한 상가지만 영업 중인 가게보다 문을 닫은 가게가 훨씬 많았다. 대치우성1차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전영진 조합장은 “재건축 사업에서 상가는 그 규모나 위치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표준화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래서 상가를 원래대로 짓는 방법, 작게 짓는 방법, 위치를 대로변으로 옮기는 방법 등 여러 방안을 논의했고, 상가 측에서 아예 짓지 않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세종시 나성동에 있는 대형 상가 건물 1·2층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종섭 기자

세종시 나성동에 있는 대형 상가 건물 1·2층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종섭 기자

 


상가는 분양이 잘 되면 조합원의 분담금을 낮춰주는 효자지만, 준공 후 미분양이 나면 조합이 관리비와 세금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다. 소비문화 변화로 오프라인 소비가 급격히 위축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상가 대신 아파트를 더 짓는 것이 조합에 이득이 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비용 일부를 상가를 팔아 충당하려던 사업장들이 지금 여기저기서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올림픽파크포레온(서울 강동구 둔촌동) 등 대단지조차 상가 공실 문제로 고전하는 것을 본 조합들이 최근 선제적으로 상가 없는 재건축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성1차아파트 외 송파구 잠실동의 우성4차아파트 재건축조합도 재건축 시 상가를 짓지 않고 상가 조합원에게 아파트 일부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작아파트는 상가 면적을 기존 1만4000㎡에서 절반 이하로 축소했다. 일부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상가 조합원에 아파트를 주는 조건을 두고 견해차가 커지면서 상가를 정비사업에서 제척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배달앱과 온라인 쇼핑 때문에 (단지 내 상가는) 경쟁력이 없다”면서 “상가 측과 협상이 안 되면 아예 상가 자리를 빼주고 재건축을 하는 게 더 이득”이라고 말했다.

 

상가 분양 줄이는 재건축·지자체들

 

상가 공실 문제가 지역 사회의 골칫덩이로 자리 잡으면서 재건축 시 상가 유지 요건을 완화하거나 아예 상업용지 매각을 포기하고 주거용지나 공공용지로 바꾸는 지자체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상가 등 비거주시설 의무설치 비율을 기존 20%(연 면적 기준) 이상에서 10% 이상으로 낮췄다. 준주거지역에서는 상가 없이 100% 아파트만 짓는 것도 가능해졌다. 근린생활 시설 없는 재건축 불허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아파트만 짓는 건 절대 안 된다던 서울시가 ‘공실 폭탄’ 맛을 제대로 봤다”는 평가가 나왔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3/00000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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