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형사6단독 박인범 판사는 지난 13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구속된 부천더블유(W)진병원 의사 허아무개씨에 대해 보석 결정을 내렸다. 부천지원 관계자는 한겨레에 “서약서 제출과 주거제한조치, 출국금지, 보증금 납입 등을 조건으로 허씨를 보석 석방했다”고 밝혔다. 허씨는 지난해 10월 검찰에 송치된 이 병원 의료진 12명과, 그중 검찰이 기소한 5명 중에서 유일하게 구속됐다. 허씨 등은 2024년 5월27일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입원 환자인 박아무개(당시 33살)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사망 전날인 5월26일 저녁부터 격리실에 갇힌 채 복통을 호소하며 나가게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적절한 구호조처를 받지 못한 채 오히려 2시간 동안 손과 발, 가슴 등 ‘5포인트 강박’을 당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가성 장폐색’으로 추정됐다. 유족 고소로 초기 수사를 벌인 부천 원미경찰서는 대한의사협회 감정 결과 등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했으나, 지난해 3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조사를 벌인 뒤 의사 지시 없는 격리와 허위 진료기록 작성 등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어 경기 남부경찰청이 이 사건을 형사기동대에 배당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주치의 허씨가 보석으로 풀려난 데 대해 사망 환자의 어머니 임미진(가명, 62)씨는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씨는 “주치의는 저희 딸을 한번도 대면 진료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대면 진료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허위작성해놓고 법정에서 ‘장폐색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한 사람”이라며 “왜 재판부가 증거인멸 위험이 있는 보석을 허가한 것이냐”고 따졌다. 피해자의 부모는 “저희는 사랑하는 딸을 잃고도 사과 한마디 제대로 받지 못했고, 오히려 사망 이후 1년8개월 동안 적반하장과 같은 상황 속에서 더 큰 고통과 상처를 받아왔다. 부디 판사님께서 엄벌해, 의료진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입으로라도 반성하며 살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23일 부천지원 담당 판사에게 제출할 계획이다.
방송인으로도 유명한 양재웅 병원장이 송치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검찰은 아직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부천지청 관계자는 한겨레에 “양재웅 원장과 함께 송치된 6명 등 7명의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신속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미진씨는 “당직의 김아무개씨는 서울 잠원동에, 내과 과장이었던 유아무개씨는 수원에 정신의학과를 개업했다. 양재웅 원장도 다른 곳에 개원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들이 처벌받지 않고 빠져나가리라는 예감 때문에 더더욱 주치의 보석 결정에 우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더블유진병원에서는 20일 내부 집기와 가구 등을 밖으로 빼내는 장면이 포착됐다. 출입문에는 진료기록 발급에 대한 안내문이 붙었다. 부천 중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한겨레에 “더블유진병원 건물 전체가 매물로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입원을 문의하는 환자들에게 “폐원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던 이 병원은 현재 부천시 보건소로부터 의료법 27조(무면허의료행위 등 금지)를 위반한 혐의로 업무정지 3개월을 통지받고, 오는 3월까지 업무가 정지된 상태다. 부천시보건소 관계자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에 “아직 더블유진병원의 폐업신고서가 접수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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