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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사면 운동'은 어떻게 성공했나... 윤석열도 따라할 수 있다 [김종성의 '히, 스토리']

무명의 더쿠 | 02-20 | 조회 수 1118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19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곧 내란범 사면금지법을 통과시키겠다"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현재, 내란범에 대한 사면·복권 등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전두환 사면이 초래한 그간의 부작용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감을 주는 사면법 개정 추진이다.

국민들 사면 반대했지만... 불교계가 지원한 '전두환 사면'

전두환이 서울지방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것은 1996년 8월 26일이다. 집권당인 신한국당에서는 1심 선고가 나온 이날에도 사면론이 거론됐다. 이날의 신한국당 분위기를 전하는 27일 자 <경향신문>은 "여권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확정판결 뒤 어떤 식으로든지 사면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흐르는 것 같다"라면서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가 "국민적 공감대와 여론의 추이, 야권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뒤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한 사실을 보도했다.

국민들은 당연히 사면을 반대했다. 광주 지역 300명, 여타 지역 700명, 도합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돼 8월 27일 발표된 5·18기념재단 및 광주사회조사연구소의 전화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면은 안 된다는 여론이 두말할 것도 없이 압도적이었다. 이 결과를 보도한 28일 자 <한겨레>는 "광주 지역 응답자 88.0%, 광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 응답자 61.4%가 각각 반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외국 언론들은 사면이 결국 단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시각 27일 자 <르몽드>는 "전·노 선고의 결말은 사면"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도를 요약한 28일 자 <한겨레>에 따르면, <르몽드>는 "이 판결이 진정으로 불행한 과거사를 바로잡는 일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라면서 "97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당 후보의 승리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구·경북 지역의 지지를 얻기 위해 피고들을 사면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측했다.

9월 2일 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전날 발행된 <아사히신문>은 사면이 무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면서, 김영삼 대통령이 1997년 3·1절 혹은 광복절에, 그렇지 않으면 여당의 대선 승리 직후인 1998년 1월에 사면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야당이 승리할 경우에는 신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 2월 하순에 사면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아사히신문>의 전망은 다소 빗나갔다. 야당이 승리하면 1998년 2월 하순에 사면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야당이 승리했는데도 1997년 12월 22일에 이뤄졌다. 전두환 정권의 피해자인 김대중 당선인이 과감히 결단을 내린 결과였다. <아사히신문>이 전망한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사면이 실현된 셈이다.


전두환 사면이 술술 풀린 데는 사면 운동 방식도 한몫했다고 평할 수 있다. 처음부터 전두환 측이 전면에 나서서 '사면이 필요하다'는 여론 선전전을 펼쳤거나, 국민 일반 혹은 경상도 지역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벌여 국민 여론을 정면으로 거역했다면, 여권의 지지와 관계없이 사면이 무산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하지 않고, 국민과 언론이 쉽게 반대하기 힘든 방법이 동원된 것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사면 추진 상황을 가장 세밀히 관찰했을 이순자는 자서전인 <당신은 외롭지 않다>에서 "그 봄의 어느날 감동스런 소식이 찾아왔다"는 말로 1997년 초반 상황을 기술한다. 그는 '감동스런 소식'의 내용을 이렇게 소개했다.

"불교계의 혜암·서암·녹원스님 등 10개 종단의 원로 스님들, 기독교의 강원룡·유호준·조향록·김장환 목사님, 천주교의 김남수 주교님, 박홍 총장님, 그리고 대종교의 안호상 총전교님 등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하는 연대탄원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불교·기독교·천주교·대종교 교단이 공식적으로 연대탄원서를 쓰거나 특정 종단이 정식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당시 분위기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4대 종단의 개별 성직자들이 타 종단 성직자와 연대하는 형식으로 사면촉구 탄원서를 만들었다. 얼핏 보면 여러 종교가 함께하는 듯한 모양새가 갖춰진 것이다. 이것이 불교계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됐다는 게 이순자의 평가다.

"종교계 인사들의 탄원서 제출은 마침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있던 불교계의 '사면을 위한 서명운동'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 이 서명운동에는 불교종단의 개혁을 선도했던 중앙승가대학 학승들이 앞장서고 있었다. 그들은 청와대 내의 불교신도회장인 박세일 수석비서관을 통해 서명인 명부와 탄원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어처구니없는 일, 반복되지 않으려면

이때부터 이순자도 남편의 사면을 위한 공개 행보에 나섰다. "나는 부처님의 따뜻한 손길이 다시 한번 남편을 보살펴주시고 있다는 감격에 휩싸였다"라며 "그것이 내가 초파일을 사흘 앞두고 가족들과 함께 영가천도 백일기도를 시작했던 이유였다"라고 이순자는 말했다.

이순자는 5·18 희생자와 순국선열 등의 영혼을 좋은 데로 보내달라는 의미의 백일기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서울구치소의 전두환도 석가탄신일(5.14) 사흘 전부터 동일한 기도를 개시했다. 다음날 <동아일보>는 "구속 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씨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5·18 희생자를 위한 1백일 기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5·18 희생자들을 위해 부처님에게 비는 전두환 부부의 '퍼포먼스'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이는 그해 석탄일 때의 서울 조계사 풍경에서 확인된다. 이순자 자서전은 "그날 내가 식장에 들어설 때였다"라며 "난 대웅전 앞에 걸려 있는 김영삼 대통령의 연등 바로 옆에 남편의 이름이 적힌 연등이 나란히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라고 회고한다.

이어 4대 종단 지도자들의 연대 탄원 직후에 나온 불교계의 협력은 사면 운동이 거리로 나오는 발판을 만들었다. 이순자는 "불가의 사면 서명운동 소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열기가 더해졌다"라며 경북·대구 지역 사찰 안에서 전개되던 서명운동이 "역과 터미널에서 가두서명운동까지" 벌이는 단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상황은 일반국민 서명운동으로 발전했다. 이순자의 회고다.

"서울 조계사를 비롯해 불교계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사면 서명운동이 차츰 일반 시민들의 호응을 얻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누구도 서명운동이 시작된 지 한달여 만에 무려 300여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친필 서명에 동참해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다."

지금은 물론이고 당시의 국민들도 전두환 사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전두환 사면 운동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진행되다가 대법원의 무기징역 확정(4.17) 8개월 만에 전두환이 사면·복권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일어났다.

여야 정치권이 사면을 적극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피해자 김대중이 관용의 마음을 베풀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부 종교인들의 잘못된 협력이 전두환 사면에 속도를 붙이는 결과를 낳았다. 정치권이 반대하지 않는다 해도 일반 국민들이 반대하는 사안이었으므로 사면 운동에 대한 반발이 커야 하는데도, 이순자가 감격할 정도로 일이 쉽게 풀린 데는 종교계의 책임도 적지 않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제대로 된 처벌도 없이 단행된 전두환 사면은 역사발전을 지체시킨 것은 물론이고 국민통합도 저해했다. 이로 인해 전두환은 더욱더 도도해졌다. 이는 전두환과 관련된 논란을 끊임없이 재생산시켜 사회적 갈등을 조장했다.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면법 개정을 통한 윤석열 사면 금지법의 성사가 절실히 필요하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505494?sid=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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