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혜선의 삶에서는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녀에게 가장 재미있는 것은 일이다. “촬영할 때가 제일 재미있어요. 나를 설레게 하는 역할과 이야기를 계속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배우라는 직업의 가장 좋은 점 같고요.” 그녀에겐 산뜻하고 편안한 에르노의 옷이 참 잘 어울렸다. “‘화려한 집순이’라는 오늘 <보그> 촬영 컨셉도 마음에 들었어요. 새롭게 시도한 히메 커트도 굉장히 만족스러웠죠.” 모든 상황과 환경에서 본능적으로 즐거움을 발견하는 신혜선의 목소리가 화보와 영상 촬영으로 빠듯했던 반나절이 지나고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명랑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를 비롯해 그녀는 배우로 살아온 지난 13년간 그러했듯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덕분에 시청자는 즐겁다. <비밀의 숲>을 기점으로 눈에 띈 배우 신혜선은 어느 날 갑자기 서른이 돼버린 열일곱 소녀라든지(<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대한민국 성인 남자의 영혼이 깃든 조선 시대 중전(<철인왕후>)으로 변신해야 하는 까다로운 설정에도 “신혜선이 곧 설득력이자 개연성”이라고 호평받으며 꾸준히 매력적인 판타지를 선물했다. “어릴 때부터 판타지 요소가 있는 만화를 좋아했어요. 배우로서 재미있는 역할과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끌리는 것도 독자의 마음과 닮았죠.” 지난 필모그래피를 돌이켜보면 눈에 띄는 자기만의 원칙은 “매번 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역할을 맡으려 한다”는 것. 그렇게 축적한 존재감은 뿌듯한 성취인 동시에 새로운 고민으로 자리 잡았다. “어떤 모습이든 다 한 번씩은 보여드렸으니까요. 쓸 수 있는 무기는 다 써버린 셈이죠.(웃음) 꽤 오래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똑같은 목소리와 외양으로 어떻게 매번 다른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요즘 그게 고민입니다.” 친한 친구가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면 ‘일단 버텨’라고 조언하겠다는 신혜선은 결국 모든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멀어 보이는 그 길이 실제로는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신뢰하는 감독과 배우도, 함께 살고 있는 가족도 끈질기게 타자로만 남을 뿐이다. “합리적인 조언도 다정한 공감도 다 감사하지만 정답은 아니더라고요. 예전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다 쏟아낼 때도 있었는데, 피드백을 수용할 마음이 없다면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예상한 것과 다른 프로젝트에서 1년 가까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감정의 진폭이 크지 않은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는 마음으로 출근한 일터에서 좋은 점과 감사한 점을 발견하며 위기를 넘어선다. 동료의 활약에 주저 없이 “너무 멋있는데?” “방금 연기 너무 좋았는데요?” 하며 분위기를 띄우거나 팬들이 보내온 커피 차 앞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인증 사진을 찍는 식으로. “마음 같지 않은 순간도 정말 많지만, 하다못해 간식이 너무 맛있다며 즐겁다고 뇌를 속이는 거죠.(웃음)” 그런 노력이 통한 걸까. 힘들었던 현장은 한 번도 없었다고 증언한다. 그렇게 지금 삶에 대한 만족도는 ‘최상’을 향해 나아간다. “크고 작은 고민은 계속 생기지만, 제 성향과 잘 맞는 직업이에요.” 하나를 더 바란다면 ‘진짜 재미있게 오래 즐길 수 있는 취미’를 발견하는 것. 그러나 설령 실패한다 하더라도 연기를 계속하는 한 신혜선은 끝내 행복할 거라는 걸 나는 1시간 남짓의 대화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예리하신데요? 정말 그렇기는 해요.(웃음)” 신혜선은 연기가 재미있고, 그러니 당연히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다. 어쩐지 그 목표만큼은 어렵지 않게 달성할 거란 예감이 든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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