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단종의 비극은 우리가 이미 잘 아는 이야기다. 연출이 세련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극장 안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울었다. 나 역시 그랬다. 박지훈이 처음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그냥 쿵하고 가슴이 울렸다.
3,323 20
2026.02.20 09:45
3,323 20

 

 

[이윤정의 판앤펀] 박지훈의 눈이 전하는 진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난 뒤 영월 청령포에 가보고 싶어졌다. 온라인을 보니 벌써 많은 사람이 그 섬의 뱃길에 긴 줄을 서고 있었다. 영화는 이미 400만 명을 극장에 모았다. 영화를 본 사람 대부분이 박지훈의 눈빛을 말한다. 그 눈빛이 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열었고 몸을 움직이게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단종의 비극은 우리가 이미 잘 아는 이야기다. 연출이 세련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극장 안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울었다. 나 역시 그랬다. 박지훈이 처음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그냥 쿵하고 가슴이 울렸다. 그리고 슬픔 한 가지 감정으로만 영화 내내 끌고 나갈 것이라는, 젊은 배우에 대한 섣부른 편견을 완전히 날려버린다. 그의 세심한 눈꺼풀은 눈동자를 자세히 조절해나가며 죽음을 앞둔 속에서도 사소한 기쁨과 분노와 애틋함이라는 걸 다 표현해냈다. 그 눈빛이 담아낸 감정이 균일한 깊이를 유지하고, 단 한 번도 거짓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 이게 배우인 거지. 감탄이 나왔다.

유해진이 인터뷰에서 말했다. 박지훈의 눈을 보는 순간 감정이 그냥 나왔다고. 수십 년 연기의 베테랑이 그 눈빛에서 감정을 끌어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닌 듯 들렸다. 영화 속 엄홍도(유해진)는 왜 목숨을 걸고 왕을 보살폈을까. 거창한 충절 때문이었을까. 영화는 그 답을 어린 왕의 눈빛에서 찾게 해준다. 왕의 위엄도 아니고 비극의 과장도 아닌, 차마 다 숨겨지지 않는 열일곱의 두려움과 분함. 그 눈빛을 마주한 인간이라면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상상력이 추동된다. 그 눈빛이 엄홍도의 다정함을 깨웠고, “그놈들 손에 죽긴 정말 싫다”라고 말하는 어린 사람을 외면할 수 없어 역모로 내몰릴 두려움을 뒤로 하고 그의 시신을 거두게 만든다. 그 다정함이 500년 넘게 살아남아 오늘날 우리를 울린다.

드라마 ‘약한 영웅’의 연시은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었을 거다. 저 배우,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이돌 출신 배우치고’라는 단서가 붙은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왕과 사는 남자’는 그 단서를 떼어냈다. 관객들은 눈 속에 보석을 가진 배우라고 했고, 드디어 20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주인공을 찾았다며 기뻐했다.

 

 

....

 

 

박지훈의 눈이 전달하는 것은 그 생리적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그 눈빛이 500여년전 외롭게 죽어간 열일곱 소년과 지금 이 시대의 관객 사이에 전례 없이 단단한 공감의 끈을 만들어냈다. 누군가는 댓글에 썼다. 부모의 사랑도, 백성의 사랑도 받지 못했던 단종이 다시 살아난 것이라고. 누군가는 투박한 연출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항준 감독은 박지훈을 캐스팅한 것만으로도 좋은 연출의 절반 이상을 해낸 셈이다. 세련된 미장센이 아니라 배우의 눈빛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영화적 진실에 관객들이 투항한 것이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시나리오의 예술이다. 하지만 결국은 배우의 연기로 완성되는 예술이다. 그리고 배우의 연기는 눈빛으로 완성된다. 마음은 언제나 눈에서 먼저 열리고, 그 문을 통해 우리는 기꺼이 타인의 고통과 기쁨으로 걸어 들어간다. 배우는 그런 멋진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임을 박지훈이 보여줬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503999

 

 

 

 

 

목록 스크랩 (0)
댓글 2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염혜란의 역대급 변신! <매드 댄스 오피스> 무대인사 시사회 이벤트 98 02.18 29,053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765,000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686,93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749,06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983,339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54,82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96,17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15,86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9 20.05.17 8,623,84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510,47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79,864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98004 이슈 단종 복위운동을 하다 죽임당한 금성대군이 사약받기전 우물안에 갇혀있었다고함 22:34 52
2998003 기사/뉴스 '한국 실격' 덕에 메달 땄던 그 선수였다…분노한 쇼트트랙 팬들 22:34 157
2998002 유머 애국가 4절까지 부른다는 오뚜기 회사 22:33 59
2998001 정치 일부러 보수 과표집한 대구 지역 여론조사에서 이진숙이 대구 시장 1위함 1 22:33 79
2998000 유머 @ ㅅㅂ저 사기당했어요 인어쇼한대서 보러왔는데 인어공주는 없고 어인아저씨가 뱃살출렁.쇼를 함 3 22:33 301
2997999 이슈 백만장자...한국은 몇명이나 될까? 1 22:33 82
2997998 기사/뉴스 “일본 가세요? 이거 꼭 조심하세요”…日, 4월부터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금지 1 22:32 150
2997997 이슈 미국 80년대 후반쯤?의 고등학교 모습 엿보기.shorts 22:32 70
2997996 유머 옛날 작화가 좋았다는 사람들 특징 1 22:32 346
2997995 유머 보검매직컬) 박보검 혼자 밥 못먹고 있는데 ✨드라마 남주✨처럼 등장하는 사장님 (ft.보검씨! 나 떡국에 밀리지 않으려고 왔어) 4 22:31 293
2997994 기사/뉴스 미국판 개인숭배?…법무부 청사에 ‘트럼프 얼굴’ 대형 현수막 논란 2 22:31 147
2997993 기사/뉴스 쇼트트랙 한국 금메달 순간, 이런 말을…미 NBC 해설자 5 22:30 716
2997992 유머 아기강아지 미용 맡겼더니 1 22:30 368
2997991 이슈 직캠 시대에 데뷔했으면 커뮤 뒤집어졌을거 같은 보아 10대 시절 2 22:29 345
2997990 정보 최근에 알티타는 스트레이키즈 현진이 직접 그린 그림들 6 22:29 589
2997989 이슈 3종 걸그룹 챌린지 접수한 태용🌹 5 22:26 354
2997988 이슈 2주년 팬미팅을 위해 쇼츠 드라마 찍어온 엔시티 위시 8 22:26 393
2997987 이슈 올림픽 폐막식 전까지 대한민국 대표팀 남은 경기 일정🇰🇷 5 22:25 1,290
2997986 이슈 라이브 거의 음원 수준인 킬링보이스 아이브 안유진 (선공개) 6 22:23 633
2997985 이슈 마고 로비&제이콥 엘로디 보그 화보 영상과 사진 1 22:22 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