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단종의 비극은 우리가 이미 잘 아는 이야기다. 연출이 세련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극장 안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울었다. 나 역시 그랬다. 박지훈이 처음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그냥 쿵하고 가슴이 울렸다.
2,464 18
2026.02.20 09:45
2,464 18

 

 

[이윤정의 판앤펀] 박지훈의 눈이 전하는 진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난 뒤 영월 청령포에 가보고 싶어졌다. 온라인을 보니 벌써 많은 사람이 그 섬의 뱃길에 긴 줄을 서고 있었다. 영화는 이미 400만 명을 극장에 모았다. 영화를 본 사람 대부분이 박지훈의 눈빛을 말한다. 그 눈빛이 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열었고 몸을 움직이게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단종의 비극은 우리가 이미 잘 아는 이야기다. 연출이 세련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극장 안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울었다. 나 역시 그랬다. 박지훈이 처음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그냥 쿵하고 가슴이 울렸다. 그리고 슬픔 한 가지 감정으로만 영화 내내 끌고 나갈 것이라는, 젊은 배우에 대한 섣부른 편견을 완전히 날려버린다. 그의 세심한 눈꺼풀은 눈동자를 자세히 조절해나가며 죽음을 앞둔 속에서도 사소한 기쁨과 분노와 애틋함이라는 걸 다 표현해냈다. 그 눈빛이 담아낸 감정이 균일한 깊이를 유지하고, 단 한 번도 거짓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 이게 배우인 거지. 감탄이 나왔다.

유해진이 인터뷰에서 말했다. 박지훈의 눈을 보는 순간 감정이 그냥 나왔다고. 수십 년 연기의 베테랑이 그 눈빛에서 감정을 끌어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닌 듯 들렸다. 영화 속 엄홍도(유해진)는 왜 목숨을 걸고 왕을 보살폈을까. 거창한 충절 때문이었을까. 영화는 그 답을 어린 왕의 눈빛에서 찾게 해준다. 왕의 위엄도 아니고 비극의 과장도 아닌, 차마 다 숨겨지지 않는 열일곱의 두려움과 분함. 그 눈빛을 마주한 인간이라면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상상력이 추동된다. 그 눈빛이 엄홍도의 다정함을 깨웠고, “그놈들 손에 죽긴 정말 싫다”라고 말하는 어린 사람을 외면할 수 없어 역모로 내몰릴 두려움을 뒤로 하고 그의 시신을 거두게 만든다. 그 다정함이 500년 넘게 살아남아 오늘날 우리를 울린다.

드라마 ‘약한 영웅’의 연시은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었을 거다. 저 배우,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이돌 출신 배우치고’라는 단서가 붙은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왕과 사는 남자’는 그 단서를 떼어냈다. 관객들은 눈 속에 보석을 가진 배우라고 했고, 드디어 20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주인공을 찾았다며 기뻐했다.

 

 

....

 

 

박지훈의 눈이 전달하는 것은 그 생리적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그 눈빛이 500여년전 외롭게 죽어간 열일곱 소년과 지금 이 시대의 관객 사이에 전례 없이 단단한 공감의 끈을 만들어냈다. 누군가는 댓글에 썼다. 부모의 사랑도, 백성의 사랑도 받지 못했던 단종이 다시 살아난 것이라고. 누군가는 투박한 연출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항준 감독은 박지훈을 캐스팅한 것만으로도 좋은 연출의 절반 이상을 해낸 셈이다. 세련된 미장센이 아니라 배우의 눈빛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영화적 진실에 관객들이 투항한 것이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시나리오의 예술이다. 하지만 결국은 배우의 연기로 완성되는 예술이다. 그리고 배우의 연기는 눈빛으로 완성된다. 마음은 언제나 눈에서 먼저 열리고, 그 문을 통해 우리는 기꺼이 타인의 고통과 기쁨으로 걸어 들어간다. 배우는 그런 멋진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임을 박지훈이 보여줬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503999

 

 

 

 

 

목록 스크랩 (0)
댓글 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뉴트로지나 모공 딥톡스로 매끈한 화잘먹피부만들기! #아크네폼클렌징 체험 이벤트(50인) 161 00:08 2,98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757,63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678,20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742,77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977,518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54,02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96,17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15,86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7 20.05.17 8,623,84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510,47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78,734
모든 공지 확인하기()
1665985 이슈 롯데 프런트도 망연자실. 23시까지 지켰는데 뭘 더 어떻게 해야하나 -> KBO 이중징계 가능성도 2 12:07 211
1665984 이슈 4년전 오늘 발매된, 비비 "아주, 천천히" 11:53 64
1665983 이슈 <토이스토리5> 메인 예고편 공개! 2 11:52 277
1665982 이슈 노르웨이왕세자비(결혼으로 왕족이 됨)와 혼외자아들 9 11:49 2,018
1665981 이슈 통도사 매화 보자 27 11:48 1,454
1665980 이슈 11살 차이 오빠가 너무좋은 막내딸 6 11:47 1,543
1665979 이슈 올데이 프로젝트 우찬 골든구스 마리끌레르 3월호 화보 2 11:46 322
1665978 이슈 현재 난리났다는 구글 신형 Ai 성능수준 근황 55 11:44 4,120
1665977 이슈 모태솔로 여명이의 이상형.jpg 7 11:44 1,224
1665976 이슈 홈플러스 990원 도시락 리뷰 35 11:41 3,903
1665975 이슈 10년전 오늘 발매된, 김윤아 "길" 11:39 67
1665974 이슈 ‘그레이 아나토미’ 에릭 데인 별세 165 11:34 18,371
1665973 이슈 L’Officiel Korea 커버 있지 (ITZY) 유나 5 11:30 482
1665972 이슈 포토제닉하다고 반응 조금 괜찮은 편인 <데이즈드> 닝닝 화보 30 11:30 2,097
1665971 이슈 천안버스 근황.jpg 185 11:29 15,822
1665970 이슈 매트를 치우고 있는데 고양이들의 항의 운동이 시작됐다 9 11:29 2,080
1665969 이슈 은애하는 도적님아 남주 일기장.jpg 8 11:28 1,878
1665968 이슈 6년전 오늘 발매된, 위키미키 "DAZZLE DAZZLE" 1 11:27 69
1665967 이슈 오늘자 방과후 태리쌤 제작발표회 김태리 12 11:25 1,513
1665966 이슈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와 민희진의 카톡 내용도 아일릿이 뉴진스 아류라는 증거 자료로 받아들였다 479 11:20 23,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