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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화이트칼라 대학살이 이전 노동시장 붕괴보다 더 위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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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0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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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칼라에게 닥칠 최악의 미래
 
-애니 라우리 디 애틀랜틱 칼럼니스트
 
 
image.png "화이트칼라 대학살이 이전 노동시장 붕괴보다 더 위험한 이유"
image.png "화이트칼라 대학살이 이전 노동시장 붕괴보다 더 위험한 이유"

 
 
화이트칼라가 떨고 있다. 이유는 충분하다. 물론 구직 희망 대졸자 98%는 여전히 일자리가 있고 임금도 오름세다. 일부 기업이 해고 명분으로 챗GPT나 클로드의 효율성을 들먹이는 건, 경영 실책을 덮기 위한 'AI 워싱'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무직 노동 시장 기류가 심상치 않다. 대졸 실업자 비중이 25%로 사상 최고를 찍었다. 고졸자가 대졸자보다 일자리를 빨리 구하는 전례 없는 현상도 나타났다. AI 자동화에 취약한 직군 실업률은 급등세다. 기업은 AI를 도입하며 실제 인력을 줄이고 비용을 깎고 있다. 최근 대형 로펌 베이커 맥킨지(Baker McKenzie)는 700명을 해고했고, 세일즈포스도 수백 명을 내보냈다. 회계법인 KPMG는 감사 수수료를 낮췄다. 코딩 문외한인 CNBC 기자 두 명은 한 시간도 안 돼 업무 관리 플랫폼 먼데이닷컴(Monday.com) 복제판을 뚝딱 만들어냈다. 보도 직후 먼데이닷컴 주가는 폭락했다.
 
어쩌면 알고리즘발 변화는 서서히 올지도 모른다. 화이트칼라 수명은 12~18개월 정도 남았을 수도 있다. AI 일자리 학살이 경제 일부에 국한되거나, AI 혁명보다 주식 시장 거품을 더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심지어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아무도 모른다. AI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며 노동 시장을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만약 AI가 사무직을 빠르게 대체한다면, 우리는 단순 불경기보다 훨씬 기이하고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것이다.
 
미국은 불경기 노동 충격 방어에 능숙하다. 의회는 세금을 깎고 보조금을 풀며 실업급여를 늘린다. 정부는 인프라 지출을 늘리고 지방 정부 재정을 메워준다. 연준은 금리를 0%대로 낮추고 자산을 매입해 대출 비용을 낮춰 투자를 유도한다. 수요가 늘면 실업률은 떨어지고 GDP는 오른다.
 
하지만 화이트칼라 해고발 침체라면 얘기가 다르다. 과거 처방은 무용지물일 수 있다. 기업은 더 이상 노동자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고한 회계사, 엔지니어, 변호사, 중간 관리자, 인사 담당자, 재무 분석가, 홍보 담당자, 고객 서비스 직원을 다시 뽑을 이유가 없다. 경제학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는 '경기 순환적' 수요 문제가 아닌 '구조적' 실업 문제다.
 
과거 구조적 실업은 주로 블루칼라 몫이었다. 노동 시장은 대졸자에게만큼은 온실처럼 안전했다. 1990년대 감원 칼바람도 사무직 일자리를 줄이진 못했다. 대침체(금융 위기) 때도 대졸자 실업률은 5.3%를 넘지 않았다. 반면 전문대졸이나 대학 중퇴자는 9%, 고졸자는 11.9%에 달했다.
 
새 경제 패러다임에선 고학력 부유층이 저학력 빈곤층보다 더 큰 타격을 입는다. 고용 방파제인 실업보험 제도는 이 위기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지급 기간은 길어야 6개월, 팬데믹 때 늘어난 게 18개월이다. AI가 사무직을 지워버리면 수많은 사람이 몇 년간 실직 상태에 놓인다. 소득은 줄고 정신 건강은 망가지며 재취업 기회는 희박해진다. 게다가 실업급여는 애초에 고연봉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 주당 최대 지급액은 500~600달러(약 70만~84만 원) 수준으로, 상위 중산층 주급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청년층도 문제다. 화이트칼라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대졸 초임은 수년, 아니 수십 년간 바닥을 길 것이다.
 
부유층이 지갑을 닫으면 AI와 무관한 식료품점, 주유소, 소매점, 미용실, 식당도 타격을 입는다. 주택 시장은 휘청거리고 집값은 떨어진다. 세수는 줄고 적자가 늘어 국채 금리가 오르면 연준의 투자 유도 정책도 힘을 잃는다. 평직원 소득은 추락하고, AI로 비용을 깎은 임원들 부만 불어난다. 불평등은 치솟는다. 상위 0.01%가 0.1%를, 0.1%가 1%를 저만치 따돌리는 초격차 사회가 된다.
 
화이트칼라는 1970년대 블루칼라의 전철을 밟게 된다. 기계 기술 발전은 생산성을 높였지만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같은 도시의 고용을 무너뜨렸다. 러스트벨트는 붕괴했고 회생 불가능했다. 이후 중국의 WTO 가입과 세계화는 또 한 번의 일자리 상실과 영구적 손상을 가져왔다. 노동자들은 더 가난하고 불행하고 병약해졌으며, 수명마저 줄었다. 자녀 세대 또한 더 나쁜 환경에 처했다.
 
AI 전환기에 경제를 다시 돌리려면 화이트칼라 복귀법을 찾아야 한다. 말 그대로 '발명'해내야 한다. 맨땅에서 시작해야 한단 얘기다. 기존 직업 훈련은 성과가 미미하고, 전직 지원은 효과가 의심스럽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프로그램은 참여자와 납세자, 사회 전체에 마이너스다. 그나마 지역 전문대 프로그램이 낫지만, 사무직 대부분은 이미 학위가 있다. 재교육이나 교육, 혹은 실패한 구제책을 답습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실리콘밸리 거물들은 '보편적 기본소득(UBI)'이라는 최후의 수단에 꽂혀 있다. 정부가 모든 성인에게 조건 없이 매달 1500달러(약 210만 원) 정도를 영구 지급하는 것이다. 아주 허황된 얘기는 아니다. 전 국민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나 근로 소득 없는 가구로 확대한 근로장려세제(EITC) 정도로 보면 된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예술과 자연을 즐기며 사회적 선을 위해 일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UBI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다. 노동 없는 세상에서 생존하려면 월 1500달러(약 210만 원)로는 어림없다. 기업에 징벌적 세금을 물려야 하는데, 기업은 결사 항전할 거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인들이 노동 없는 세상을 혐오한다는 점이다. 실업률 4%가 아닌 30%인 세상을 상상해 보라. 사람들은 일하기를 원한다. 낮에 갈 곳이 있고, 동료와 잡담을 나누고, 승진하고, 창업하는 삶을 좋아한다. 장기 실업은 정신과 육체를 파괴하고 사회적 불안을 야기한다. '적선(handout)'이 아닌 '자립의 사다리(hand up)'를 원한다는 정치인들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어쩌면 미국 문화가 적응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여가와 예술에서 충만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자본'과 '실제 자본'의 분리는 상상하기 힘들다. 평등한 참여 민주주의보다는, 초부유 기술 귀족과 빈털터리 하층민으로 쪼개질 공산이 크다. 누군가는 정원을 가꾸고 그림을 그리겠지만, 누군가는 종일 숏폼 영상만 보며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사회가 정말 이 지경이 되리라곤 생각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기술을 통해 노동 수요를 줄이지 않으면서 생산성과 번영을 이뤄왔다. 하지만 어쩌면, 나 혼자만의 현실 부정일지도 모른다.
 
 
*애니 라우리는 디 애틀랜틱에서 경제를 담당한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맥킨지 '올해의 비즈니스 서적' 후보에 오른 'Give People Money'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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