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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이자연 칼럼] 결코 친해지지 않는 여자들, <언더커버 미쓰홍> |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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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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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RuMe

(중략) (스포주의)


언더커버 작전을 수행하기로 결정하고 기숙사 생활까지 감내해야 했을 때 홍금보는 하우스 메이트들 중 가장 먼저 고복희와 같은 방을 쓰고 싶다고 선언한다. (심지어 고복희는 원하지도 않았다.) 이유도 뚜렷하다. 한민증권 비자금 비리를 파헤치기 앞서 사장 전담 비서로 일하는 고복희를 통해 콩고물 같은 정보를 얻을 셈이었다. 다시 말해 홍금보가 고복희와 같은 공간을 공유한 건 뚜렷한 목적 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런데 오직 미션만을 생각하기에 고복희는 생각보다 훨씬 인간적이었다. 눈치 9단으로 생존전략을 빠르게 바꾸고, 기회주의자적인 면모를 보이는 회사 생활과 달리 집에서 그는 야식으로 통닭과 맥주를 몰래 시켜먹고, 그 언젠가 미국으로 이민가 캘리포니아 걸이 되겠다는 진지한 꿈을 품고 있다. 침대 위로 산타모니카 해변 포스터를 붙여놓는 순진무구함까지. 공적 공간이 아니라 사적 공간이기에 볼 수 있는 복희의 내밀한 모습들은 홍금보를 햇살에 봄눈 녹듯 홍야홍야 녹여버릴 것만 같지만? 어림없다. 


고복희가 친오빠 고복철에게 오랫동안 폭력과 갈취에 시달려왔다는, 고복희의 진짜 역사와 진실을 알았을 때 홍금보가 제일 먼저 한 생각은 (다소 충격적이게도) '그래서 친오빠 출소 전에 한탕 해서 튀려고 한 거야?'다. 냉담한 태도와 속마음. 으레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이 가질 법한 인간적임이나 온화한 성정과는 거리가 먼 냉소. 그러나 그게 진짜 홍금보다. 룸메이트의 가여운 처지를 알고 쉽게 연민하거나 감정적으로 마음이 휘둘리지 않는 것, 어떤 상황에도 자신이 진짜 집중해야 할 최종적인 미션을 잊지 않는 것. <언더커버 미쓰홍>이 설정한 여자 주인공, 홍금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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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근면성실한 하우스메이트 김미숙이 사실은 미혼모로서 6살짜리 딸 봄이를 옷장에 숨기고 있었다는 비밀을 알았을 때, 복희는 두 모녀를 두둔했다. 아이를 기숙사에서 내보내라는 홍금보를 오히려 나무랐다. "홍장미, 너 입에 칼 물었니? 염라대왕도 너보다는 인정 있겠다." 아이를 옷장에 숨긴 채 지내려던 발칙한 계획을 한심하게 생각하거나 고발하지 않고 인정을 생각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진짜 복희인지 모른다. 실제로 복희는 식탁에 숟가락을 놓으며 제 몫을 하는 어린이에게 잊지 않고 "고마워" 라고 말하는 유일한 어른이고, 아이 앞에서 비교육적으로 돈 이야기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한다. 이제 막 교도소에서 출소하여 복희를 위협하는 친오빠의 존재를 모두가 알게 됐을 때, 울분 섞인 복희의 말은 많은 것을 설명한다. "내가 멀쩡한 부모나 자기 밥벌이 하는 형제 있었으면 이 나이 먹도록 너희들이랑 기숙사 살겠니? 나도 이렇게 사는 거 지겨워!" 그러니까 복희는 타고나게 이기적이었던 게 아니라, 이기적이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간을 혼자서 보내온 거다. 


엄마를 보고 싶어하는 어린이를 내쫓지 않고, 그에게 늘 고맙다고 말하는 어른. 이국의 바닷가에서 서핑하는 모습을 꿈 꾸고 친구들과 이따금 통닭과 맥주를 즐겨 먹는 평온한 어른. 그것이 진짜 고복희였을지 모른다. 무탈한 가정에서 자랐다면 왜곡 없이 그대로 구현됐을 복희의 진짜 성정이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것이 그에게 경계심을, 거리감을, 그리고 도망침을 부추겼다. 


<언더커버 미쓰홍>이 구현한 기숙사 생활은 팬시하고 어여쁜 디자인과 달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미혼모의 고군분투, 어린이의 쓸쓸함, 얼굴 없는 상속녀의 두려움, 가족 폭력 피해자의 울분, 억울한 누명을 쓴 노동자의 처지가 뒤섞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렇기에 의미 있다. 드라마가 구획한 공동의 공간 안에서 쉽게 친해지지 않고 가까워지지 않는 여성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 수면 아래 놓여있는 진짜 이야기를 들춰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도 재밌어서 읽어보는것 추천함

* 출처 : 채널예스 

https://ch.yes24.com/article/details/8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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