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이자연 칼럼] 결코 친해지지 않는 여자들, <언더커버 미쓰홍> | 예스24
1,972 5
2026.02.19 21:17
1,972 5

sgRuMe

(중략) (스포주의)


언더커버 작전을 수행하기로 결정하고 기숙사 생활까지 감내해야 했을 때 홍금보는 하우스 메이트들 중 가장 먼저 고복희와 같은 방을 쓰고 싶다고 선언한다. (심지어 고복희는 원하지도 않았다.) 이유도 뚜렷하다. 한민증권 비자금 비리를 파헤치기 앞서 사장 전담 비서로 일하는 고복희를 통해 콩고물 같은 정보를 얻을 셈이었다. 다시 말해 홍금보가 고복희와 같은 공간을 공유한 건 뚜렷한 목적 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런데 오직 미션만을 생각하기에 고복희는 생각보다 훨씬 인간적이었다. 눈치 9단으로 생존전략을 빠르게 바꾸고, 기회주의자적인 면모를 보이는 회사 생활과 달리 집에서 그는 야식으로 통닭과 맥주를 몰래 시켜먹고, 그 언젠가 미국으로 이민가 캘리포니아 걸이 되겠다는 진지한 꿈을 품고 있다. 침대 위로 산타모니카 해변 포스터를 붙여놓는 순진무구함까지. 공적 공간이 아니라 사적 공간이기에 볼 수 있는 복희의 내밀한 모습들은 홍금보를 햇살에 봄눈 녹듯 홍야홍야 녹여버릴 것만 같지만? 어림없다. 


고복희가 친오빠 고복철에게 오랫동안 폭력과 갈취에 시달려왔다는, 고복희의 진짜 역사와 진실을 알았을 때 홍금보가 제일 먼저 한 생각은 (다소 충격적이게도) '그래서 친오빠 출소 전에 한탕 해서 튀려고 한 거야?'다. 냉담한 태도와 속마음. 으레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이 가질 법한 인간적임이나 온화한 성정과는 거리가 먼 냉소. 그러나 그게 진짜 홍금보다. 룸메이트의 가여운 처지를 알고 쉽게 연민하거나 감정적으로 마음이 휘둘리지 않는 것, 어떤 상황에도 자신이 진짜 집중해야 할 최종적인 미션을 잊지 않는 것. <언더커버 미쓰홍>이 설정한 여자 주인공, 홍금보인 것이다. 


ㆍㆍㆍ


누구보다 근면성실한 하우스메이트 김미숙이 사실은 미혼모로서 6살짜리 딸 봄이를 옷장에 숨기고 있었다는 비밀을 알았을 때, 복희는 두 모녀를 두둔했다. 아이를 기숙사에서 내보내라는 홍금보를 오히려 나무랐다. "홍장미, 너 입에 칼 물었니? 염라대왕도 너보다는 인정 있겠다." 아이를 옷장에 숨긴 채 지내려던 발칙한 계획을 한심하게 생각하거나 고발하지 않고 인정을 생각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진짜 복희인지 모른다. 실제로 복희는 식탁에 숟가락을 놓으며 제 몫을 하는 어린이에게 잊지 않고 "고마워" 라고 말하는 유일한 어른이고, 아이 앞에서 비교육적으로 돈 이야기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한다. 이제 막 교도소에서 출소하여 복희를 위협하는 친오빠의 존재를 모두가 알게 됐을 때, 울분 섞인 복희의 말은 많은 것을 설명한다. "내가 멀쩡한 부모나 자기 밥벌이 하는 형제 있었으면 이 나이 먹도록 너희들이랑 기숙사 살겠니? 나도 이렇게 사는 거 지겨워!" 그러니까 복희는 타고나게 이기적이었던 게 아니라, 이기적이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간을 혼자서 보내온 거다. 


엄마를 보고 싶어하는 어린이를 내쫓지 않고, 그에게 늘 고맙다고 말하는 어른. 이국의 바닷가에서 서핑하는 모습을 꿈 꾸고 친구들과 이따금 통닭과 맥주를 즐겨 먹는 평온한 어른. 그것이 진짜 고복희였을지 모른다. 무탈한 가정에서 자랐다면 왜곡 없이 그대로 구현됐을 복희의 진짜 성정이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것이 그에게 경계심을, 거리감을, 그리고 도망침을 부추겼다. 


<언더커버 미쓰홍>이 구현한 기숙사 생활은 팬시하고 어여쁜 디자인과 달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미혼모의 고군분투, 어린이의 쓸쓸함, 얼굴 없는 상속녀의 두려움, 가족 폭력 피해자의 울분, 억울한 누명을 쓴 노동자의 처지가 뒤섞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렇기에 의미 있다. 드라마가 구획한 공동의 공간 안에서 쉽게 친해지지 않고 가까워지지 않는 여성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 수면 아래 놓여있는 진짜 이야기를 들춰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도 재밌어서 읽어보는것 추천함

* 출처 : 채널예스 

https://ch.yes24.com/article/details/81938

목록 스크랩 (0)
댓글 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뉴트로지나 모공 딥톡스로 매끈한 화잘먹피부만들기! #아크네폼클렌징 체험 이벤트(50인) 155 00:08 2,807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757,63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678,20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742,77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977,518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54,02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96,17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15,86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7 20.05.17 8,623,84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509,40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78,734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7264 정보 목이 뻐근할 때 엄지손가락 잡고 하는 스트레칭 6 10:31 1,187
297263 정보 네이버페이 12원 38 10:02 1,862
297262 정보 엔리오 모리꼬네 샘플링으로 클럽댄스튠 신곡 발표한 영국가수 Jessie Ware 3 09:52 206
297261 정보 어제부로 진짜 서비스 종료한 엔씨 게임. 3 09:19 2,411
297260 정보 긴머리를 앞으로 묶어서 고데기로 컬 만드는 방법 33 09:13 3,680
297259 정보 토스 28 09:01 1,649
297258 정보 레이디 두아 신혜선 직접 메이크업 해주신분이 올려준 립 정보 13 08:36 4,785
297257 정보 2/20 카카오ai퀴즈 7 08:07 660
297256 정보 단종한테 수박이랑 호두 주려고 한 종을 죽인 세조 25 07:13 5,998
297255 정보 신한플러스/플레이 정답 13 05:40 931
297254 정보 생각외의 100g 기준 단백질 함량이 가장 높은 음식들 44 01:33 5,794
297253 정보 2️⃣6️⃣0️⃣2️⃣2️⃣0️⃣ 금요일 실시간 예매율 순위 ~ 왕과사는남자 21.5 / 휴민트 6.4 / 넘버원 1.2 / 초속5센티 1 예매✨️🦅👀 16 00:05 1,058
297252 정보 네페 31원 70 00:02 5,228
297251 정보 2️⃣6️⃣0️⃣2️⃣1️⃣9️⃣ 목요일 박스오피스 좌판/좌점 ~ 왕과사는남자 441.4 / 휴민트 133.9 / 넘버원 19.8 / 귀신앱 2.8 / 신의악단 130.7 / 센티멘탈밸류 1 ㅊㅋ👀🦅✨️ 55 00:01 1,756
297250 정보 네이버페이12원+1원+1원+1원+15원+1원+랜덤 눌러봐👆+🐶👋(+10원+5원)+눌러눌러 보험 랜덤👆 180 00:00 11,685
297249 정보 밤티 로코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인간에 대해 깊생하게 만드는 드라마 269 02.19 75,422
297248 정보 홈플에서 990원에 판다는 도시락 19 02.19 5,999
297247 정보 사고영상/ 한국에서는 거의 잊혀졌지만 해외에서는 계속 바이럴 되는 비극적 사고 330 02.19 83,932
297246 정보 네페 4원 19 02.19 2,018
297245 정보 깨끗한 천으로 빵 바구니 만들기 9 02.19 3,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