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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의료 관광 수가’의 그늘…병원 문턱 못 넘는 미등록 이주민 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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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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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91920?sid=102

 

지난해 7월 미등록 이주민 산모와 가족을 대상으로 진주사랑의집에서 열린 산모 교육 현장. 김영수 교수 제공

지난해 7월 미등록 이주민 산모와 가족을 대상으로 진주사랑의집에서 열린 산모 교육 현장. 김영수 교수 제공
(중략)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이주민 산모의 의료 지원을 위해 ‘국제 수가’를 폐지하는 등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 민간단체와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의료비 지원사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최소한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이들을 공적인 제도 안에 포섭해야 한다는 것이다.

17일 창신대학교와 경상국립대학교가 최근 펴낸 ‘경상남도 미등록 이주민 산전 진찰 경험’ 연구 보고서를 보면, 미등록 이주민 산모들은 경제적·언어적 장벽에 부닥치거나 불안정한 신분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에서 온 ㄱ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출산 전) 필요한 검사를 다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고, 베트남에서 온 ㄴ씨는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의사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분이 불안정해 병원에 가는 것이 항상 두렵다”거나 “병원에서 차별적인 시선을 느낀 적이 있다”는 경험도 있었다.

경남 진주와 창원에서 지난해 7월부터 국제로타리클럽 지원으로 ‘미등록 이주민 산모 산전 진찰 지원사업’이 시작된 건, 지역의 이같은 이주민 산모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진주사랑의집과 같은 이주민지원단체와 경상국립대병원·마산의료원 등 병원 5곳이 협력한 결과, 시행 반년 만에 총 107명의 이주민 산모가 169회 진료를 받았다. 미숙아 출산 등 고위험 산모 4명을 조기 발견해 상급 병원으로 연계하는 성과도 있었다. 이 사업은 진료비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후 관리, 모자건강 모니터링, 신생아 돌봄법 및 피임 교육, 이주민 의료통역 종사자 대상 교육 등을 병행 중이다.

이 사업을 기획한 김영수 창원경상국립대 교수는 “다수의 유럽 국가와 일본은 출산이나 신생아 치료비에 대해선 건강보험 유무와 관계없이 전액 지원하지만 한국은 인도적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매년 병원에서 미등록 이주민 산모가 과도한 의료비를 지불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돼 다 보니 조산과 합병증 등을 예방하기 위해 산전 진찰부터 지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사업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미등록 이주민 산모가 출산 전 제때 진찰을 받지 못해 조산하거나 신생아 중환자 치료를 받게 되면, 국제 수가를 적용받아 진료비가 수천만원에 이른다. 2023년 베트남 출신 산모는 창원경상국립대병원에 9일 입원하며 신생아 집중 치료를 받았는데 산모와 아기를 합친 진료비가 8223만원에 달했다. 2024년엔 인도네시아 산모가 출산한 아기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고 총 3290만원의 진료비를 부담해야 했다. 모두 미등록 이주 노동자가 지불하기엔 벅찬 규모다.

이 같은 고액 진료비는 병원 쪽에도 큰 부담이다. 미등록 이주민 산모가 매달 적은 금액이나마 성실하게 갚으려 노력하지만, 불가피하게 남는 미수금은 병원이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 마산의료원 관계자는 “공공병원조차 수익성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해 이들을 지원하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마산의료원은 매년 도비 약 4천만원을 책정해 미등록 이주민 진료에 활용하지만, 조기 소진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미수금이 계속 쌓일 경우, 병원에서 미등록 이주민 진료를 꺼리게 되는 문제도 있다. 민간 차원의 지원과 일부 병원의 협력만으론 미등록 이주민 산모와 영유아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데 한계가 존재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미등록 이주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국제 수가’ 폐지를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건강보험 가입 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민들은 진료 시 건강보험 수가보다 3∼5배 이상 비싼 국제 수가를 적용받는다. 국제수가는 본래 의료 관광객을 대상으로 도입됐으나, 법적 허점으로 미등록 이주민에게도 적용되면서 병원 문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심지어 국제 수가는 병원이 자율적으로 책정해 정확한 현황조차 집계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이주민 단체는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미등록 이주민에게 최소한 건강 보험에 준하는 수가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을 해왔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미등록 이주민의 임신과 출산, 아이의 보편적 건강권까지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해 이들을 공공의료의 영역으로 포섭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경기도 시흥시는 2023년, 전남 남원시는 2024년 각각 지자체 차원에서 ‘출생 미등록 아동 발굴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복지, 교육, 보건 등 영역에서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 교수는 “국제기구는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산모와 신생아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권고한다”며 “이들의 건강을 자국민 수준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역할을 강화하고 관련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지적에 “관련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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