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소모 몇 정도 되었니?” “아마 국회의사당 한 번 더 갈 것 같거든.”
12·3 불법계엄 당일, 육군 특수전사령부 병력을 국회로 보낸 특수작전항공단은 남은 헬기 연료를 수차례 확인했다. 왕복 운행이 가능한 헬기는 곧장 경기도 이천에 있는 특수전사령부로 되돌아가 병력 수십명을 추가로 태웠다. 최소한의 군 병력만 동원해 ‘경고성 계엄’을 했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 주장을 반박하는 주요 증거로 해석된다.
19일 경향신문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계엄 당일 국회와 특전사 대대를 오갔던 특수작전항공단 헬기의 교신 내역 전문을 입수했다. 이를 토대로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에 조종사들이 헬기에서 우왕좌왕하던 상황과 국회에 계엄군을 추가로 투입하려던 정황을 재구성해 정리했다.
수차례 연료 체크한 이유…국회에 계엄군 추가 투입하려 했다
12월3일 오후 10시55분, 충북 일대에 있던 특수작전항공단 헬기는 계엄 선포 20여분 뒤 곧바로 이륙 준비를 시작했다. 헬기에는 국회의사당에 내릴 특전사 부대원들이 속속 탑승했다. 같은 시각 국회에서는 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Affirmative. emergency mission(그렇다. 비상 임무다)” 계엄군 헬기는 공군 방공관제소(MCRC) 측에 비상 임무 수행 사실을 강조하며 서울 상공 진입 허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 상공 진입을 허가받기까지 약 12분 동안 인근 상공에서 대기했다.
수도방위사령부가 오후 10시59분쯤 계엄군 헬기에 ‘대기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12분 후인 오후 11시11분 무렵에야 서울 진입이 허가됐다. 계엄군을 태운 헬기가 서울 공역에 곧장 진입하지 못하고 상공을 맴돌다가 들어간 것이다.
서울에 진입한 헬기는 특전사 대원들을 국회로 이송한 뒤 12월4일 오전 12시16분 무렵 다시 이륙했다. 이륙한 헬기는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특전사령부로 향했다. 이곳에서 국회로 투입될 추가 특전사 병력을 헬기에 탑승시켰다.
특전사령부 현장에서조차 탑승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한 조종사는 “(병력이) 아직 탑승 안 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승무원은 “아직 접근도 안 하고 있다”고 답했다. 재차 탑승이 지연되자 대대장은 “지상 통제에 가서 인원들 왜 탑승 안 하는지 확인해줄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헬기는 사령부에 착륙한 지 11분 만인 새벽 12시54분에 이륙했고, 병력을 태우고서 다시 국회를 향했다.
국회는 특전사 병력이 이천기지를 떠난 지 6분 후인 4일 오전 1시에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했다. 이후 2분여 만에 재석 국회의원 190명의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안을 가결했다. 추가 투입 병력을 태운 헬기는 오전 1시14분에 국회의사당에 착륙했지만 3분여 만에 다시 이륙했다. “아 사진 막 찍고 있네 기자들이, 아이고” “기자님들 접근하니깐 주의하십쇼” 당시 현장은 눈이 내려 헬기 착륙 여건도 좋지 않았고, 국회에 도착한 뒤에도 취재진을 비롯한 인파가 몰리면서 이륙조차 쉽지 않았다.
계엄령 선포가 급작스럽게 이뤄진 만큼 조종사들도 헬기 이착륙 과정에서 충분한 준비 없이 계엄군 이송 업무에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현장에는 긴급 대기 항공기가 동원됐다. 한 승무원은 헬기 탑승 과정에서 조종사에게 비행기록부를 챙겨오지 못했다고도 보고했다. 조종사들은 국회로 향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연료 소모 정도도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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