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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박지훈 인생 캐릭터, '왕사남' 단종 vs '약한영웅' 연시은 [한수진의 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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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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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에는 늘 비교가 따라붙는다. 같은 시간대에 공개되는 작품, 비슷한 위치에 놓인 배우와 가수, 한 장르 안에서 보여주는 다른 선택, 한 인물이 만들어낸 색다른 얼굴까지. 우리는 이미 일상적으로 'VS'를 떠올리며 보고 듣고 말한다. 이 코너는 이런 비교를 출발점 삼아 '차이'가 어떤 재미와 의미를 낳는지를 살핀다. 같은 판에 놓였지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대상들을 나란히 놓고 각각의 방식과 매력을 면밀히 짚는다. <편집자 주>

아역 배우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뒤 "내 마음속에 저장"으로 전 국민에 각인된 소년.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를 거쳐 워너원으로 정점을 찍은 아이돌. 그리고 지금은 '배우 박지훈'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기록되는 존재.

박지훈의 커리어는 변화의 연속이다. 귀여움과 청량함, 아이돌성이라는 강한 이미지를 하나씩 걷어내며 배우로서 활동 반경을 넓혀 왔다. 그 과정에서 '배우 박지훈'이라는 이름에 뚜렷한 좌표를 남긴 두 역할이 있다. '약한영웅'의 연시은과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 이홍위다. 연시은이 박지훈의 배우 인생에서 분기점이었다면, 이홍위는 그 이후를 증명한 확장이다. 소년의 분노와 왕의 비애. '인생 캐릭터'라 불릴 만큼 강렬한 두 인물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박지훈의 연기 세계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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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과 사는 남자' 단종 이홍위, 비극을 삼킨 얼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한국 영화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던 유배지에서 단종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왕위 찬탈과 정치 암투를 비켜서 권력에서 밀려난 단종의 후(後)의 시간을 응시한다. 그리고 그 서사의 중심에는 박지훈이 연기한 단종 이홍위가 있다.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은 단종을 비운의 왕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으로 복원한다. 박지훈의 연기는 그 복원의 핵심이다. 이 설정의 성패는 전적으로 배우에게 달려 있다. 박지훈은 그 부담을 정면으로 받아냈고, 작품은 박스오피스 1위라는 성과로 연기의 설득력을 증명했다.

영화 초반부 단종은 무너져있다. 식음을 전폐하고, 말수는 적고, 시선은 바닥을 향해 있고, 감정은 닫혀 있다. 왕이었으나 왕이 아닌 존재. 박지훈은 이 상태를 울음이나 과잉된 감정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힘이 빠진 어깨, 무거운 걸음, 멍해진 눈빛으로 인물을 구축한다. 절망을 연기하지 않고 절망 속에 머문다.

이것이 '왕과 사는 남자'의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지속되는 무력감 속에서 인물이 어떻게 버티고, 어떻게 조금씩 변해 가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가며 관객에게 값싼 위로 대신 묵직한 공감을 남긴다. 박지훈은 그 지점을 정확히 짚는다. 관객은 그의 슬픔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견디게 된다.

영화는 사람에게 상처 입은 영혼이 결국 다시 사람을 통해 회복되는 보편적 정서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단종은 광천골로 유배된 뒤 마을 사람들과의 교류, 그리고 촌장 엄흥도(유해진)와의 관계를 통해 조금씩 생기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박지훈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취하지 않는다. 환하게 웃지도 않고, 갑자기 활력을 되찾지도 않는다. 대신 말수가 조금씩 늘고, 눈빛에 은근한 생기가 스미고, 숨이 점점 가벼워진다. 박지훈은 이 미세한 변화를 끝까지 유지한다. 감정의 진폭보다 누적에 집중한다.

후반부 죽음을 앞둔 단종의 태도는 서사의 정점이다. 그는 울부짖지 않는다. 체념하지도 않는다. 담담하게, 그러나 무너지지 않은 얼굴로 마지막을 맞는다. 슬픔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과 공존한다. 이 장면에서 박지훈은 연기한다는 인상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 인물 자체로 존재할 뿐이다.

이홍위는 약한 인물이다. 그러나 박지훈은 그 약함을 초라함으로 만들지 않는다. 대신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백성을 지키려는 마음과 끝까지 삶의 의미를 붙들려는 의지를 존엄으로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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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한영웅' 연시은, 고요하게 격동하는 분노

웨이브에서 시작해 넷플릭스로 확장된 시리즈 '약한영웅 Class'는 박지훈의 배우 인생을 근본적으로 바꾼 작품이다. 이 작품 이전까지 그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연시은은 그 틀을 부순 첫 번째 인생 캐릭터다.

연시은은 공부밖에 모르는 모범생이다. 말이 적고, 감정 표현도 거의 없다. 그러나 그 침묵 안에는 분노와 공포, 불안과 집착이 뒤섞여 있다. 그는 폭력에 맞서 싸우기 위해 머리를 쓰고, 환경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운다. 이 캐릭터의 본질은 강함이 아니라 버텨내는 지능이다.


박지훈은 이 인물을 과잉 없이 구축했다. 분노를 소리로 터뜨리지 않는다. 대신 눈빛과 호흡으로 조율한다. 상대를 바라보는 각도, 숨을 고르는 타이밍, 굳게 다문 입술. 이 모든 디테일이 내면은 격동하지만 겉으로는 흔들리지 않는 인물의 심리를 단단하게 떠받친다.

특히 시즌1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변화는 묵직하다. 친구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 폭력에 익숙해지는 자기혐오, 무너지는 자존감이 겹치며 연시은은 점점 어두워진다. 박지훈은 이 과정을 폭발 대신 침식으로 표현한다.

시즌2에 이르러 연시은은 더 이상 순수한 피해자가 아니다. 트라우마를 안고 폭력의 세계에 재진입한 생존자다. 이때부터 박지훈의 연기는 한층 단단해진다. 분노를 숨기는 법, 감정을 통제하는 법, 책임을 감내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 배우로서 성장이 캐릭터와 정확히 맞물린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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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디는 단종 vs 싸우는 연시은

두 캐릭터는 전혀 다른 세계에 존재한다. 시대도, 배경도, 장르도 다르다. 그러나 본질은 닮아 있다. 약자이면서, 고립된 존재다. 차이는 그들이 살아온 삶의 결, 그리고 그 삶을 구현한 박지훈의 연기에 있다.

연시은은 싸운다. 계산하고, 덤비고, 판을 뒤집어 구조에 균열을 낸다. 그의 성장은 투쟁의 결과다. 반면 단종은 견딘다. 받아들이고, 버티고, 품는다. 구조를 바꾸지 못한 대신 끝까지 인간으로 남는다. 그의 성장은 순응 속에서 지켜낸 존엄이다.

연기의 방향도 자연스럽게 갈린다. 연시은은 빠르고 날카롭다. 긴장과 속도로 움직이며 감정을 압축한다. 단종은 느리고 묵직하다. 정적과 여백으로 시간을 견딘다.

박지훈의 연기가 빛을 발휘하는 공통점은 하나. 두 인물 모두 '눈빛'으로 완성된다는 점이다. 박지훈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눈빛이다. 백 마디 말보다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 깊은 우수를 머금은 시선. 설명 없이 인물을 설득하는 힘이다. 그 눈빛이 있었기에 연시은의 분노도, 단종의 비애도 관객에게 힘 있게 닿는다. 그리고 그 순간, 두 인물은 모두 박지훈의 또 다른 '인생 캐릭터'로 완성된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65/0000015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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