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 오늘이 성균관 시험날이구만
왕인 내가 직접 문제를 내줘야지

(긴장)

잠깐 지나갈게여 끼룩끼룩

기러기 울음소리라...

(두근두근)

"촉을 안고 말하지 않아도 기러기가 맑게 우네(抱蜀不言 鴻鵠鏘鏘)"

?

빨리 답 안 적고 뭘 멀뚱히 보고 있어?

롸??

문제 냈으니 그럼 난 이만

???????????????????????

전하 유생들의 답지를 가져왔사옵니다

ㅇㅇ 이리 줘

저.. 근데.. 그것이...

뭐

그.... 유생들이 전부 백지답안을 냈사옵니다.......

감히 왕이 낸 문제에다가 백지를 내!!!!???

전하의 문제가 너무 어려웠다고............

아 진짜 저것들 멍청해서 못해먹겠네
내가 친히 예시답안을 작성해서 내려줄테니 답안지 다시 써서 제출하라고 해라

전하 유생들의 답지를 가져왔사옵니다

그래 이번엔 백지 없지?

저... 근데.....

또 뭐

170명 중 143명만 답지를 제출하였사옵니다...

(뒷목)

유생들의 백지 답안에 크게 노한 정조가 직접 쓴 훈계글 '시국제입장제생'
틀린 글자 그냥 먹물로 뭉개버리고 이어쓴거에서 엄청난 빡침이 느껴짐
+
정조가 시험문제로 낸 내용은
제자백가의 저서 중 하나인 관자(管子)에 나오는 내용임

이 상황을 알기 쉽게 풀어주면....
교수님이 통상 다루던 시험 범위 밖에서 문제를 냈음 (관자는 법가 사상가임)
시험 범위만 공부하던 학생들은 당연히 아무런 감을 못 잡았던 것 (아니 제자백가만 해도 힘든데 법가라뇨?)
근데 정조 입장에선...
그냥 아무 학생도 아니고 조선 최고의 교육기관인 성균관에서
그것도 아무 내용인것도 아니고 유학과 관련이 있는 내용인데 (주 문왕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
이걸 모르는 게 기가 찼던 거
당시 성균관이 그냥 가르쳐주는대로 배우는 기관이 아니라
일종의 연구기관적 성격이 있었던 걸 고려하면 정조가 빡쳤던 것도 정조 입장에선 일리가 있음.
물론 시험 범위 밖에서 제출된 것이라서 유생들 입장도 일리가 있음
ㅊㅊ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