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서 불과 3㎞ 떨어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한복 거리는 텅텅 비어 있었다. 한복 판매점 30곳이 몰려 있었지만 이날 오후 내내 가게를 찾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이곳에서 30년째 한복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65)씨는 “외국인들이 입는 한복은 죄다 중국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들”이라며 “정성 들여 만든 국산 한복이 설 자리가 없다”고 했다. 10년 전만 해도 이곳의 한복 판매점은 300곳이 넘었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K컬처’ 바람으로 한복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었지만, 정작 국내 한복 산업은 고사 위기에 빠졌다. 값싼 공정으로 제작된 중국산 한복이 대여·판매 시장을 장악하면서 고품질 국산 한복의 설 자리를 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서울 4대 궁궐(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과 종묘에서 한복을 착용하고 입장한 관람객은 지난 2020년 15만4924명에서 작년 207만3101명으로 13배 넘게 증가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전 세계 누적 시청 수 3억회를 돌파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덕분이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10년 3737개였던 한국 한복 업체는 2020년 2099개로 급감했다. 2024년에는 1668개로 반 토막이 났다. 같은 시기 종사자 규모도 5253명에서 2239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한복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게 된 배경으로는 값싼 중국산 한복이 꼽힌다. 경복궁 인근 한복 대여점 직원은 “국내산 한복은 한 벌당 40만원씩 하는데, 중국산은 1만~2만원밖에 안 한다”며 “국산 한복은 수작업 기반이라 인건비가 싼 중국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한복과 경쟁이 힘들다”고 했다. 수작업 위주로 한복을 제작해온 국내 업체들은 “큰 비용을 들여 공장을 지어도 중국의 낮은 인건비와 경쟁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국내 수입된 중국산 한복은 검증되지 않은 소재와 제조 방식 탓에 안전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가 작년 1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 진출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에서 판매된 중국산 어린이 한복 7종 중 5종 제품에서 국내 기준치를 초과한 1급 발암 물질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 국내 한복업체 관계자는 “같은 폴리에스터 소재라도 중국에선 저렴한 품질의 원단과 염색 약품을 쓴다”며 “국내 업체처럼 긴 시간 공을 들여 염색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에는 베트남산 한복도 국내 시장을 침투하고 있다.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쿠팡에서 ‘한복’을 검색해 보면 나오는 인기 상위 제품 10개 중 6개가 중국산, 1개는 베트남산이었다. 국산 제품으로 확인된 건 하나뿐이었다. 나머지 2개는 제조국이 어디인지 나와 있지 않았다. 한 한복업체 관계자는 “값싼 베트남산 한복을 국산으로 속여 비싸게 파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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