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은 2024년 11월,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평소 위층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시달리던 A씨는 참다못해 윗집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마주친 4살 아동에게 A씨는 “네가 막 뛰어다녔지!”라며 큰 소리를 쳤고, 허리를 숙여 아이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겁을 주는 듯한 행동을 했다.
상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이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앞을 막아서자, A씨는 아이가 보는 앞임에도 불구하고 거친 표현을 쏟아내며 항의를 이어갔다. 검찰은 이러한 A씨의 행위가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재판의 쟁점은 A씨의 행동에 ‘학대의 고의’가 있었느냐였다. 재판부는 A씨의 언행이 분명히 잘못되었음을 전제하면서도, 이를 형사 처벌 대상인 ‘학대’로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오랫동안 층간소음에 시달려온 상태에서 낮 시간에 위층을 찾아갔고, 마침 마주친 아동에게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해 소리를 지른 것”이라며 “일부러 아동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거나 해치려 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당시 상황이 계획적인 괴롭힘이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밤늦은 시간이 아닌 낮에 방문했다는 점, 그리고 쌓여있던 분노가 마주친 대상에게 우발적으로 표출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정서적 학대’의 미필적 고의조차 인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언행이 결코 현명하거나 적절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이를 아동복지법이 금지하는 학대 행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