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에 따르면 A씨의 범행은 사소한 시비에서 시작됐다. 2024년 11월, A씨는 주거지 인근에서 폐지를 수집하던 이웃 주민 B씨와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너 뭐 하는 XX냐”, “야 이 X같은 놈아”라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A씨의 괴롭힘은 집요했다. 그는 B씨에게 “왜 리어카를 끄냐”, “거지XX네, 박스나 줍네”라며 비하 발언을 쏟아내는가 하면, “너 죽이는 건 개미 밟는 것보다 쉽다”며 목을 조르고 협박해 112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은 범행 전까지 약 9개월간 지속됐다.
사건 당일인 지난해 8월 12일 오후 11시 51분께, A씨는 B씨의 손수레가 주차장에 놓인 것을 보고 소지하고 있던 전기라이터로 폐지 더미에 불을 붙였다. 불길은 순식간에 천장과 주차된 차량으로 번졌고, 유일한 출입구인 필로티 주차장이 화염에 휩싸이며 건물 전체가 유독가스로 가득 찼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고, 담배를 피우려다 실수로 불꽃이 튀었을 뿐”이라며 방화의 고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수사팀의 치밀한 입증이 발목을 잡았다.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A씨가 주차된 차량 옆 손수레 위 폐지 더미를 향해 왼팔을 길게 뻗은 순간 팔 끝에서 미세한 불꽃이 두 번 반짝이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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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폐지에 불을 붙인 직후 곧바로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약 10초간 멈춰 서서 불씨가 번지는 현장을 무덤덤하게 지켜본 뒤에야 자리를 떴다. 자신이 지른 불이 실제 화재로 이어지는지를 끝까지 확인한 셈이다.
비정함은 다음 날 아침에도 이어졌다. 화재 발생 약 6시간 뒤인 오전 5시 37분께, 자신의 차를 몰고 출근하던 A씨는 범행 현장을 다시 찾았다. 그는 시커멓게 타버린 건물 앞을 지나며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늦췄고, 차창 너머로 피해 상황을 찬찬히 살핀 뒤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
이 사건으로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던 60대 주민이 일산화탄소 중독과 전신 화상으로 현장에서 숨졌고, 또 다른 주민도 병원 치료 중 화상 쇼크로 사망했다. 나머지 주민 13명도 심정지 후 소생하거나 심각한 호흡기 상해를 입는 등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소한 다툼 끝에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들이 거주하는 빌라에 방화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냈다”며 “범행 후 정황이 극히 좋지 않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전혀 하지 않아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가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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