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이 뜨기 전
1920~30년대 전세계를 휩쓸었던 브랜드 샤넬


코르셋으로 허리를 잘록하게 조이고
바닥에까지 질질 끌리는 드레스로
여성의 호흡과 움직임을 극도로 조이던 시대를 끝내버린 샤넬
허리선이 헐렁하고 직선으로 떨어지는
일명 가르손느 룩(Garçonne Look)이 대유행함
가르손은 '소년'이라는 뜻으로
여성이 마치 소년들처럼 마음껏 뛰고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부여했음
특히 여성의 치마가 종아리가 훤히 드러나보이는 정도까지 짧아진것은
'기품있고 정숙한 여자'를 미덕으로 삼던
기성세대의 구체제에 종말을 고하는 아이코닉한 순간으로 늘 회자되고 있음
1920년대 이전과 이후로 여자들의 삶 자체를
인형의집에 박제된 예쁜 인형에서 벗어나
행동하는 주체로 완전히 뒤바꿔놨다는 평가를 받음

그리고 2차대전 이후 샤넬의 유행이 한 풀 죽고
(참고로 코코 샤넬은 나치 스파이이기도 했음)
샤넬과 정반대의 매력으로 전세계를 강타해버리며
40~50년대를 지배했던 디올






코코 샤넬의 간소화되고 편한 디자인과는 정반대의 매력으로
40~50년대의 전세계 여자들에게 동경과 꿈의 대상이었던
디올의 '뉴 룩(NEW LOOK)'
지긋지긋한 전쟁이 끝나자 다시 여성들은
동화 속 공주님같은 화려하고 여성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싶어했고
극도로 잘록하게 조인 허리와 대비되는 풍만한 엉덩이라인과 꽃봉오리처럼 펼쳐지는 풍만한 치마는
마치 20세기판 로코코 패션(ex-마리앙투아네트 드레스같은...)의 부활을 보는듯 했음
전쟁 직후의 어려운 경제와 망가진 나라를 생각하지 않는다며
철 없다, 허영심 그 자체다라며 수많은 사람에게 비판받기도 했다고 하지만
디올의 뉴 룩 컬렉션을 구경하고 싶어 안달이 난
영국의 엘리자베스 공주(훗날 엘리자베스여왕)와 마거릿 공주 자매를 위해
버킹엄 궁전에서 비공식 패션쇼가 열렸을 정도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게 됨
(마거릿 공주는 21번째 생일날 디올 커스텀옷을 최애 드레스라며 입고 나올만큼 디올 팬이기도 했음)

이렇게 완전 정반대 매력의 브랜드가 기존 유행을 쇠퇴시켜버리고
새로운 챔피언이 되어버린 스토리는 너무나도 입에 오르내리기 좋은
라이벌 구도 그 자체였기에....
코코샤넬과 크리스찬디올의 라이벌 구도는 온갖 매체로도 많이 다뤄졌고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이 두 디자이너의 라이벌 구도에 모티브를 얻은 패션 70s라는 드라마가 나오기도 했음
그렇다면 코코 샤넬은 자신의 브랜드를 쇠퇴시키고
새로운 신성으로 떠오른 디올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당연히 매우 싫어했음
근데 싫어한 이유가 단순히 자신의 브랜드를 밀어내서라기보다는...
샤넬은 애초에 '여성스러움'이라는 잣대를 너무나 싫어해서
기존의 여성복에서 코르셋을 없애버리고 남성복 요소를 여자들의 옷에도 가져오는 등
남녀 구분이 모호해진 중성적인 옷을 만들었던 디자이너였으니
다시 여자들의 허리를 잘록하게 조이고 여성스러운 곡선을 최대한으로 부활시킨
디올의 뉴룩은 샤넬이 일평생동안 가져왔던 신념과 당연히 대척점에 있는 유행이었을거임
코코 샤넬은
"여자도 아니면서 여자가 되기를 꿈꾸는 남자(디올)의 옷을 입고싶어하는 여자들이 그저 우스울 뿐이다'
라고 일갈하기도 함
반면 크리스찬디올은 샤넬 특유의 직선적이고 투박한 라인에 큰 좌절을 느꼈고
획일화된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여성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관능적인 실루엣과 볼륨을 부활시키고자 했음
이는 전쟁의 어두운 기억에서 벗어나
밝고 화사한 꿈을 입고 싶어하던 당시 수요와 맞물려서
폭발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셈임
크리스찬 디올은 여성인 코코샤넬보다도
여성스러운것, 우아한것, 섬세한것을 좋아하는 남성이었다고 하니
디자이너들의 이런 개인성향의 차이가
자신들이 만드는 옷에도 그대로 반영된점도 흥미로운 요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