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역사 인문학] 단종의 시신을 거둔 용기, 엄흥도가 남긴 교훈
4,966 34
2026.02.12 06:33
4,966 34

https://v.daum.net/v/20260124103005955


BCBZqc

세조에 의해 폐위, 시해된 단종의 시신을 거두는 일은 당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금기(禁忌)였다. 시신에 손을 대는 순간 삼족이 멸하리라는 공포가 영월 땅을 짓눌렀다.


하지만 엄흥도는 밤의 어둠을 틈타 왕의 시신을 수습했다. 칼을 든 군사도, 녹을 먹는 관료도 아닌 한 명의 민초가 왕권의 폭력이 남긴 비극을 온몸으로 받아낸 것이다.


그의 충절은 일회성 용기에 그치지 않았다. 엄흥도는 가솔을 이끌고 깊은 은거를 택했다. 족보마저 없애며 세상과 절연한 채 스스로를 지웠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마을 사람들의 태도다. 관청이 사라진 그들의 행방을 쫓았으나, 주민들은 그들이 어디에 숨었는지 짐작하면서도 끝내 함구했다.


역사 정의의 회복은 200여 년 후에 찾아왔다. 숙종 대에 이르러 단종이 복위되자 엄흥도 역시 공조판서로 추증되며 ‘충의(忠義)’라는 시호를 받았다.


그가 밤새 눈물을 흘리며 시신을 안장했던 자리는 오늘날의 ‘장릉’(莊陵)이 되었고, 그의 이름은 그 능역의 수호자로 영원히 각인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 ‘수습과 의리’의 정신이 가문의 전통을 타고 현대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엄흥도의 직계 후손 엄항섭(嚴恒燮)은 일제강점기 임시정부에서 김구 선생의 곁을 끝까지 지키며 항일 투쟁의 중심에 섰다.


또 다른 후손 산악인 엄홍길은 히말라야의 차가운 눈 속에 갇힌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목숨을 건 ‘휴먼원정대’를 이끌었다. 가문의 윤리가 시대에 따라 항일 정신으로, 또 동료애적 인본주의로 변주되며 생명력을 이어온 것이다.


역사는 대개 승자의 기록을 화려하게 장식하지만, 엄흥도의 선택은 패자의 마지막을 지켜낸 자가 쓴 소리 없는 기록이다.


그는 격문을 쓰지도, 창칼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다만 버려진 시신을 정성껏 거두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가장 인간적인 행위가 왕권의 폭압에 맞선 가장 강력한 저항이 되었고, 오늘날 우리에게 참된 충(忠)과 의(義)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목록 스크랩 (2)
댓글 3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성분에디터X더쿠💙] 모공은 채워주고, 피부는 당겨주고! 성분에디터 그린토마토 NMN 포어 리프팅 모공 앰플 체험이벤트 #화잘먹극찬템 #산리오캐릭터즈 굿즈 추가증정 324 02.11 38,58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669,86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561,23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676,19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860,279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48,06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88,34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09,74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7 20.05.17 8,619,97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498,32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66,029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89653 유머 존재하지 않는 색을 지각해 버리는 착시 12:06 3
2989652 기사/뉴스 [속보]'반전' 민희진 풋옵션 소송 이겼다 "계약 위반 NO, 255억 지급" 7 12:05 512
2989651 이슈 THEBLACKLABEL 더블랙레이블 2026 Be My Valentine - OFFICIAL MERCH 12:05 54
2989650 기사/뉴스 (속보) 민희진, 하이브에 이겼다...풋옵션 255억 인정 19 12:05 621
2989649 기사/뉴스 (속보) 법원 “민희진, 아일릿 뉴진스 카피 의혹 제기…중대한 의무 위반 아냐” 12:04 269
2989648 정치 어제 법사위 사법개혁법안 강행처리땜에 가장 시급한 대미투자특위 파행됨(대미투자특별법) 3 12:04 67
2989647 이슈 4년전 환승연애 규민과 최근의 규민.jpg 12 12:03 681
2989646 기사/뉴스 설 연휴 100만 명 해외로, 북적이는 인천공항 주차장 9 12:02 383
2989645 이슈 포레스텔라 정규4집 타이틀 "Etude" 고우림 컨셉포토 12:02 79
2989644 이슈 임수향 배우와 함께한 ‘2026 WITH YOU DAY’ 12:00 55
2989643 유머 붕어빵 사용설명서 감상 T : 눅눅해진다는 말을 길게 하는 군 1 12:00 267
2989642 기사/뉴스 '명탐정 코난: 세기말의 마술사', 3월 4K 리마스터링 버전 개봉 1 11:58 99
2989641 기사/뉴스 '최강야구' 스페셜 매치, 23일 방송..이찬원 특별 캐스터 뜬다! 11:57 149
2989640 유머 25년 기지별 아기 판다 모습 🐼 10 11:56 587
2989639 정치 李대통령·여야대표 오찬 장동혁 불참에 무산…靑 "깊은 아쉬움" 11 11:55 273
2989638 유머 빨리먹어야 이기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같은 팀이 주우재 5 11:54 1,397
2989637 기사/뉴스 성착취물 11세 아동 죽음…제작유포 20대에 1억4000만원 배상 판결 38 11:54 1,251
2989636 이슈 약스포) 왕사남 본 덬들 상태 7 11:53 1,806
2989635 이슈 10년전 오늘 발매된, 마마무 “1cm의 자존심” 11:51 97
2989634 기사/뉴스 KCM, 막내아들 최초 공개 “예정일보다 6주 빨리 태어나” (슈돌) 3 11:50 855